한국인문사회 총연합회, 인문사회 보고대회 개최…‘2023 인문사회 선언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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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문사회 총연합회, 인문사회 보고대회 개최…‘2023 인문사회 선언문’ 발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8.2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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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생태계 현황, 관련 강사진 실태, 학문후속세대 등 논의해

 

인문사회 학계가 편중된 인재 양성과 학문 지원 정책에 치우쳐 있는 교육 당국에 인문사회 분야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 기반 조성과 지원 정책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023 인문사회 선언문’ 발표를 통해 ‘인문사회학술기본법’ 제정, 별도 연구원 설립 등을 교육 당국에 요구했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이하 총연합회)가 주최한 〈2023 인문사회 보고대회〉가 8월 28일(월) 양재동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인문학총연합회 · 한국사회과학협의회 · 전국 국공립대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 전국 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 전국 국공립대학장협의회의 공동 주최로 한양대학교 한국미래문화연구소가 주관했다.

이번 보고는 인문사회 분야가 대한민국 발전에 끼쳐 온 공헌에도 불구하고 현재 겪고 있는 차별과 격차를 확인하고,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 학술연구 중흥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개최됐다.

지난 6월 22일에 발의된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의 제정 추구 및 인문사회 분야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 기반의 수립을 도모하고자 논의하고 선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개회사에서 위행복 총연합회 이사장은 “공학 분야와 기초과학 분야의 중앙연구비 수혜율은 인문사회 분야의 4배가 넘는다.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인문사회 분야가 받는 지원 규모 격차는 해가 거듭될수록 커져가고 있다”며 정부의 편중된 학문 지원 정책을 꼬집었다.

또한 “기술적 발전과 함께 인문사회 분야가 담당해야 할 일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참석자들이 인문사회 분야에 불어닥친 위기를 확인하고 동시에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가 28일 개최한 ‘2023 인문사회 보고대회’에서 위행복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이 개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위 이사장의 발언 이후 인문사회 학술 분야 현황에 대한 현황발표가 이어졌다. 

김승욱 한국인문학총연합회 대표회장(충북대 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 ‘인문・사회 학술생태계의 현황과 지원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인간 존재와 공동체를 지탱하고 지적 발전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는 학문 분야이지만, 투자의 측면에서 보면 ‘주변화’되어 있고, 오랜 기간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그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려 있다고 김회장은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인문사회 분야의 각 주체들은 전임, 비전임, 학문후속세대, 학생을 막론하고 경제 논리에 의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문사회 분야의 중요성과 학문적 특성을 고려해서 학문 주체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경제 논리로부터 거리를 둔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를 뒷받침할 전문법령이 없다는 점과 지금 인문사회 분야가 처한 차별적 상황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판단에서, “과학기술 분야는 이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통해 법률적 지원체계를 구축해왔다. 인문사회 분야도 기본법을 시작으로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며, 국회는 지난 6월에 발의된 〈인문사회학술기본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김회장은 주장했다.

또한 전문법령에는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국가 책무의 명시, 특화된 학술진흥 지원 체계, 학술지원 정책 주무부처의 일원화 등이 있어야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룡 부산대 강사 ‘비정규 교수의 삶과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과들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대학 강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문사회 분야의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방대에서 더욱 심하게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 대학의 인문사회 분야가 고사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저출생과 지역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학술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학술과 문화를 살려야 하는데, 그 핵심 고리가 대학의 강사들이다. 대학의 강사들은 신진학자일 뿐만 아니라 또한 지역의 학술문화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안정적인 연구 환경부터 구축돼야 한다며 인문사회 연구자 인건비 지원을 통해 생태계 안전망부터 확보해야 된다고 봤다. 즉, 대학 강사들에게 안정적인 연구여건을 정부가 제공해야 하고, 일정액의 연구비를 국가에서 지급하여 학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에게 재정 지원 이후 성과물을 요구하는 교육 당국의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이 강사는 “연구자의 연구성과 평가는 속한 대학이 하면 된다”며 “재정 지원을 이유로 연구자들에게 즉각적 성과물을 요구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생태계 발전은 영영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보경 선생(서울대 박사과정 수료)'인문사회 분야 학문후속세대의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차별과 무관심 속에 처해 있는 인문사회 신진학자와 연구자 등 학문 후속세대가 고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인문한국(HK), 두뇌한국(BK) 프로그램 등 인문사회 분야 연구 지원 국책 사업들이 실질적인 연구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연구자의 자기주도성과 장기적 기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인문사회 후속세대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에 신진연구자들의 활동 영역을 기존 학문 영역에서 확대해 인문사회 학문이 필요한 사회 곳곳 분야와 연계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패러다임, 제도, 정책상의 변화와 함께 신진연구자들이 스스로 명예와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작년 말 출간된 책 『한국에서 박사하기』(이하 『한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이 책이 불러일으킨 여러 응원과 비판에 대한 응답의 성격을 지닌 후속 논의를 이어감으로써 인문사회계 대학원 문제를 둘러싼 현재적 쟁점을 구체적으로 살폈다.

『한박』은 대학 위기 담론의 홍수 속에서 상대적으로 가시화되지 못했던 대학원생 문제를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히 기록하고, 대학원생들의 산발적이고 개별적인 경험을 엮어 공통의 언어를 발전시키고자 시도한다. 행위자로서의 전환된 인식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와 인문사회계 신진연구자들의 접촉면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인문 사회 분야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을 촉구했다.

 

인문사회 학계의 목소리가 담긴 ‘2023 인문사회 선언문’이 발표됐다. 왼쪽부터 강창우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김대건 전국 국공립대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전인갑 전국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부회장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br>
인문사회 학계의 목소리가 담긴 ‘2023 인문사회 선언문’이 발표됐다. 왼쪽부터 강창우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김대건 전국 국공립대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전인갑 전국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부회장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현황 발표 이후 인문사회 분야 회복을 위한 ‘2023 인문사회 선언문’이 낭독됐다. 선언문은 강창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장(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김대건 강원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전국 국공립대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전인갑 서강대학교 인문대학장(전국 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부회장)이 낭독했다.

선언문은 아래의 다섯 가지 활동을 통해 대학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생태계 회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시간강사와 후속세대의 안정적인 연구여건을 조성할 것임을 천명했다.

첫째, 「인문사회학술기본법」의 제정과 국가인문사회학술위원회 설치를 통해 인문사회 분야 연구와 교육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둘째, 인문사회학술정책연구원의 설립을 통해 인문사회 분야 연구와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고 연구지원 예산의 효율성을 담보할 것이다.

셋째, 미래지향적이며, 공정하고 실효적인 정책 수립을 구현함으로써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 예산을 적정한 수준으로 확보할 것이다.

넷째,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으로서 교육‧지도 및 학문연구가 임무인 대학 강사들에게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 지급되게 함으로써 수준 높은 학술활동을 보장할 것이다.

다섯째, 대학 인문사회 분야의 전임교원 채용을 정상화하고 연구와 교육 역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위상을 강화화고, 학문후속세대들이 포부와 희망을 품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선언문을 낭독한 강창우 회장은 “인문사회 분야가 감당해야 할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학계의 공공적 의지와 공익적 노력은 줄곧 외면당해 왔다”며 “이제라도 안정적인 학문 발전기반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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