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에 만나는 현대해석학의 거장들은 “어떤 이해”를 던졌을까?
상태바
스물에 만나는 현대해석학의 거장들은 “어떤 이해”를 던졌을까?
  • 양해림 충남대·철학
  • 승인 2023.08.27 0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저자에게 듣는다_ 『스물에 만나는 현대해석학의 거장들』 (양해림 지음, 집문당, 480쪽, 2023.07)

 

이 책은 근대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13강에 걸쳐 12명의 해석학의 거장들을 선정하여 스물의 눈높이에 맞추어 초대하고 있다. 즉, 이 책은 〈슐라이어마허: 보편적 해석학의 기획, 딜타이: ‘정신과학’ 방법론으로서 삶의 해석학, 가다머: 철학적 해석학, 리쾨르: 상징의 해석학, 하버마스: 의사소통행위의 해석학, 로티: 네오프래그머티즘의 해석학, 데리다: 해체주의의 해석학, 푸코: 해석학과 구조주의를 넘어서, 라캉: 무의식의 해석학, 맥클루언: 매체와 정보해석학, 지젝: 세상 거꾸로 보기의 해석학〉의 거장들을 초대하고 있다. 이 책에서 현대해석학은 모든 학문에 통용되는 텍스트 이해와 해석에 관한 이론이기 때문에 전문영역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자 했다. 

해석학의 어원에서도 보여 주고 있듯이, 해석학은 고귀한 신의 말씀을 인간 세상에 전해주는 것에서 유래한다. 해석학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Hermes)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해석학의 어원은 해석하다(to interpret)로 번역되는 그리스어의 동사 “헤르메네웨인(ἐpμηνειν, hermenein)”과 해석(interpretation)으로 번역되는 명사 헤르메네이아(ἐpμηνεία, hermeneia)에서 나왔다. 동사로 표현되는 헤르메네웨인과 명사로 번역되는 헤르메네이아는 날개 달린 사자신(使者神)이라 불리는 헤르메스까지 소급된다. 하지만 그 낱말의 어원은 오랜 역사만큼 다소 모호하다. 

흔히 헤르메스는 신의 메시지를 인간에게 전달해 주는 전달자, 이를테면 신의 사자(使者)였으며 신의 말씀을 선포하는 자였다. 헤르메스는 신의 메시지를 인간에게 전달하는 단순한 사명뿐만 아니라 신탁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그의 사명은 인간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의 의미연관을 인간의 세계에서 이해되는 의미로 옮겨 주어야 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나 다른 신들의 말씀을 인간들에게 전달하는 신이다. 제우스의 말을 전달하기 위하여 헤르메스는 먼저 그의 입으로 어떤 말을 소리 내어 말해야 하고, 듣는 사람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신의 말씀을 직접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에게는 외국어를 자국어로 바꾸듯이 번역해야 한다.  

이러한 해석학은 그동안 6가지의 상이한 방식들로 정의되어 왔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근·현대 해석학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① 성서주석의 이론, ② 일반적인 문헌학적 방법론(볼프, 아스트), ③ 모든 이해에 관한 학문(슐라이어마허), ④ 정신과학의 방법론적 기초(딜타이), ⑤ 실존과 실존론적 이해의 현상학(하이데거), ⑥ 신화나 상징의 배후에 있는 의미에 부합하기 위해 사용되는 우상파괴적인 해석의 체계(데리다, 푸코, 리쾨르) 이론들이 그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해석학 이론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소화하기 벅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우리가 해석학 거장들의 이론들을 암기식으로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들의 다양한 해석이론을 통해 우리의 현실사회에서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했다.

일반적으로 현대해석학은 크게 두 전통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전통에서 슐라이어마허와 딜타이를 계승한 해석학 전통은 해석의 근저에 놓여 있는 방법론적 원리를 일반적으로 모아 놓은 결집체라 파악한다. 그 밖의 다른 하이데거를 계승한 전통은 해석학을 모든 이해의 성격과 필수적인 조건들에 대해 철학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베티(E. Betti), 가다머(H.-G. Gadamer), 리꾀르(Paul Ricouer) 등이 이러한 해석이론들을 계승하고자 했다. 특히 가다머와 리꾀르는 해석학이라는 용어를 “가장 엄밀한 사고를 하는 이론”이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들은 오늘날 우리 세계경험의 역사적·언어적 성향이 강조되는 해석과 정신과학에 대한 포괄적인 철학을 수행하고자 했다.

이러한 향후 현대해석학은 다양한 방향으로 점차 전개해 나가고 있다. 19세기〜20세기 초까지 슐라이어마허의 보편적 해석학, 딜타이의 정신과학의 방법론, 하이데거의 현존재의 실존론적 해석학, 리꾀르의 상징 및 텍스트의 해석학 등 해석학의 중심개념은 ‘이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 이후 전개되는 현대해석학은 ‘이해’를 중심으로 다루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그 범위가 “단순히 텍스트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으로서의 이해에 관한 탐구”를 넘어서고자 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속속 등장했다. 따라서 향후 현대해석학은 텍스트의 주관적 및 객관적 해석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응용 해석학으로서 이론을 변모해가고 있는 중이다. 즉, 응용 해석학은 1980년 이후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조’와 맞물려 장르의 넘나들기가 그 한 실례이다. 해석학과 심리학, ‘해석학과 문학’, 해석학과 정신분석학, 해석학과 신학, 해석학과 과학 및 인공지능(AI), 해석학과 대중영화 및 대중문화, 해석학과 디지털미디어, ‘해석학과 인지과학’ 등 폭넓은 학제 간의 교류를 통해 점차 문화·통합콘텐츠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전망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전문영역이나 비전문영역을 막론하고 언어를 매개로 하여 서로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행위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의도를 파악하고자 하며, 서로에게 이해하고 이해시키고자 노력한다.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공통된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서로의 이해”가 더욱 더 필요하다. 하지만 스물을 비롯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오해는 언제나 생겨날 수 있다. 특히 스물의 나이에는 많은 질문과 토론을 통해 오해의 소지를 제거하여 사회에서 소통하는 젊은이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삶의 본질적인 토대를 형성할 수 있다. 

끝으로 이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학의 거장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독자들이 장(章)의 순서대로 반드시 읽을 필요는 없다. 독자들이 마음에 들거나 혹은 눈길이 닿는 대로 거장들의 해석학 이론들을 선정하여 읽어도 편하게 구성되어 있다. 필자는 이번 출간을 기회로 스물 연령대의 눈높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양해림 충남대·철학

충남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독일 훔볼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석학회장, 한국니체학회장, 한국환경철학회장, 한국역사철학회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받았다. 저서로 『딜타이와 해석학적 사회체계』, 『인권과 사회』, 『현대인을 위한 서양철학사』, 『한스 요나스의 생태학적 사유읽기』, 『철학자의 시사산책』, 『시사프리즘, 철학으로 한국사회를 읽다』, 『니체와 그리스 비극』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