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의 도래와 문명의 충돌” … 동북아역사재단,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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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의 도래와 문명의 충돌” … 동북아역사재단, 개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8.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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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포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새로운 냉전 시대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큰 가운데 양국간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티모시 히스 선임연구원은 'NAHF 포럼'에서 "미·중 경쟁은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8월 24일(목)~25일(금)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신냉전의 도래와 문명의 충돌”이란 주제로 <2023 NAHF 포럼>을 개최했다. NAHF는 동북아역사재단(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영문 표기의 약자다. 재단은 2010년대 이후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중국의 공세가 확장 및 강화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기획했다. 

포럼은 3개의 패널로 구성됐다. 첫 번째 패널은 국제정치 분야고, 두 번째 패널과 세번째 패널은 문명담론 분야다. 포럼은 먼저 미국, 중국, 러시아의 글로벌 전략을 살펴본 뒤, 중국과 러시아가 추진하는 인류운명공동체, 유라시아주의가 그들의 글로벌 전략과 어떤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종합토론의 좌장은 윤영관 (전)외교부 장관과 김흥규 아주대 교수가 맡았다. 발표와 토론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중국, 러시아, 스웨덴, 호주, 덴마크, 일본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한 대립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대륙세와 미국 중심의 해양세가 충돌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이념적 대립구도의 모호성과 회색지대에 속하는 국가들의 존재를 들어 ‘신냉전’으로 보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푸틴의 유라시아연합 등 ‘21세기판 제국론’이 국제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도 현실이다.  

인류운명공동체와 대유라시아주의(Greater Eurasianism)는 세계통치담론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국담론’ 혹은 ‘지구담론’이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현재의 글로벌 충돌은 냉전시기 이데올로기적 대립보다는 근대시기 제국주의적 성격과 닮은 부분이 있다. 중국의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의 중요한 기반은 천하관이다. 천하관이 국제정치 분야에서 구현된 것이 중국 중심의 천하질서이므로, 한국과의 역사 및 문화 분야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신냉전과 문화충돌의 양상 속에서 역사·문화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향후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 "미·중 경쟁, 새로운 불확실성 시대 향해…장기화 가능성"

발표자로 나선 히스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두 나라를 '국가적 전략에 있어 상충하는 비전을 지닌 경쟁 상대'라고 봤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및 안보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은 '운명의 공동체' 개념으로 접근하는 반면,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두 국가 모두 이 지역에서 '리더'를 자처하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히스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내부에 존재하는 심각한 취약성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구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현상,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중국공산당에 대한 안팎의 반발 등을 '국가의 취약성' 사례로 들었다.

그는 "국내 위기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국내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정치를 얼마나 잘 이끌 수 있느냐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가 역량과 정당성이 약화함에 따라 두 나라 간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아지지만, 리더십에 대한 양국의 경쟁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사이의 경제적 영향력 경쟁 역시 장기화할 것이라는 게 전망이 우세하다.

윤경우 국민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를 분석한 발표문에서 "미·중 패권 경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어떤 방향이든 결론이 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미국과 중국에 낀 한국은 새로운 변화가 초래할 잠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인 정책 대응 방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추구하는 '인류 운명공동체', '유라시아주의' 전략을 살펴본 뒤, 최근 국제 정세에서 두 나라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주목했다.

러시아 출신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신냉전 시대 중·러 관계'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의 전략적 가치는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양국 관계에 대해 "정치 동맹의 기반은 매우 취약하고, 기회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중·러 동맹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동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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