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시대에 인류는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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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시대에 인류는 생존할 수 있을까?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3.08.1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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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규 교수의 〈과학에세이〉

 

                                                 사진: EBS 다큐프라임 - 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Homo sapiens)는 지구 곳곳에 존재한다. 전 지구에 걸쳐 존재하는 생물은 한 곳의 서식지가 파괴되어도 다른 지역에서는 생존할 수 있다. 즉, 북극곰같이 좁은 영역에 사는 동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해있으나 넓은 서식지를 갖는 불곰과 붉은 여우는 그렇지 않다. 인류는 매우 넓은 지리적 분포를 하고 있으며, 그 수도 엄청나게 많다. 인류의 바이오매스는 모든 야생 포유류의 그것보다 많다. 인류는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인 열기관으로, 생존하기 위해 신체를 냉각시켜야 한다. 주변 기온은 냉각제처럼 피부로부터 열을 빼앗아 인체라는 엔진이 펌프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기온보다 7℃ 정도 더 상승하면 적도 부근에서는 생물이 생존할 수 없다. 열대지역에서는 습도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습도가 90%가 넘는 남미의 정글에서는 밖에서의 단순 활동도 치명적이어서 몇 시간 내에 죽게 될 것이다. 

지구상에서 현재의 기후재앙과 개발로 인한 생태계 붕괴 시대에 인류는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 낙관적으로 예측할 때, 인류는 앞으로도 10억 년 이상 생존할 것이나, 태양의 팽창에 의한 열기가 지구에 영향을 미쳐 금성과 유사한 상태가 되면 결국 멸종할 것이다. 네이처의 선임 편집자인 지(H. Gee)는 ‘인류의 멸종’이라는 책에서 포유류 종들은 100만 년 정도 생존할 것이나 그러한 규칙이 인류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류는 특별한 종으로 수백만 년 이상 생존할 수 있거나, 며칠 후 멸종할 수도 있다. 인류는 소행성 충돌과 핵전쟁에 의한 자기 파괴로 사라지거나 기후재앙에 의해 일어난 전 지구적 생태계 붕괴로 종말의 우려는 크다.

화석 기록에 의하면 모든 종은 멸종한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종의 99.9%는 멸종했고 일부만 후손을 남겼는데 인류 종도 마찬가지로, H. sapiens만 남고 네안데르탈인과 직립원인도 결국 사라졌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 역시 필연적으로 멸종을 앞두고 있으며 그 시기가 임박했다고 주장한다. 인류같이 큰 온혈동물은 생태계 붕괴에 잘 적응하지 못하나, 거북과 뱀 같은 작은 냉혈동물은 몇 달간 먹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다. 빠른 물질대사를 행하는 인류같이 큰 동물은 지속적으로 많은 먹이가 필요하다. 인류는 소수의 자손을 낳고 상대적으로 긴 세대기간을 갖는 존재로, 느린 자손 산출은 인구 감소로부터 신속한 회복이 어려우며, 빠른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지구에서는 다섯 번의 대량멸종이 일어났는데, 마지막 5번째는 6,600만 년 전에 일어나 공룡의 대멸종을 포함하여 생물 종의 60~70%가 멸종되었으며, 현재는 6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네이처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2,200년에는 양서류의 41%, 조류의 13%, 포유류의 25%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6,000만 년 전에 비해 1,000배나 빠른 속도로 생물 종이 멸종되고 있다. 이전의 대멸종 사건들은 모두 자연 현상에 의해 일어났지만, 6번째 대멸종은 토지, 물과 에너지의 비지속적인 사용과 기후변화 등 인류의 활동으로 일어나고 있다.

 

인류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식량 및 물 부족 등을 일으켜 수억 명의 생명 손실과 사회 붕괴 및 전 지구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과거 인류의 문명 붕괴에도 역할을 했다. 약 3,200년 전에 일어난 300년간의 가뭄은 고대 그리스의 붕괴를 이끌었으나, 인류는 이러한 기후재앙에서도 생존했다. 이번 세기 들어 지난 몇십 년 동안 지구온난화, 산불의 빈발, 남극과 북극의 해빙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후재앙이 속출하고 있다. 인류는 기온상승으로 악화된 환경오염 때문에 건강 스트레스에 직면해있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인류는 체온을 식히기 위해 더 빨리 호흡해야 하며 그로 인해 더 많은 오염물질이 폐로 흡입된다. 인류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기후의 창은 매우 좁다. 1980년 이래 극단적인 기온을 기록한 지역이 50배 증가하였다. 21세기 말에 열대지역은 7℃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기온이 11~12℃ 상승하면 인류의 절반 이상이 사망할 것이다. 최적 생육 온도에서 자라는 작물은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수확량이 약 10% 감소하는데, 21세기 말에 지구 기온이 5℃ 상승한다면 수확량이 50%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뭄은 기온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전 세계의 경작 가능한 많은 지역이 엄청난 속도로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극적인 감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80년에 남부 유럽은 영구적인 극단적 가뭄에 처해 미국의 황진지대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이다. 이미 극단적 가뭄과 그로 인한 산불의 빈발은 현시대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북극 지역의 기후변화 기록 대장인 영구동토층 또는 얼음은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포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물잔해가 묻혀있는 무덤이다. 기온상승에 의한 영구동토층의 해빙에 따른 온실가스의 방출 차단은 인류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또한 영구동토층에 갇힌 생물잔해에는 인류가 우연히 만나기 전에는 수백만 년 동안 대기 중에 순환되지 않은 병원균이 저장되어 있다. 알래스카의 얼음에서는 비극적 재앙을 초래했던 1918년의 스페인 독감과 천연두 잔류물이 발견되었다. 인류의 면역계가 얼음으로부터 방출된 이전에 창궐했던 병원균을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류는 적응 능력이 뛰어나나, 다른 동물과 달리 DNA 변이에 의한 진화뿐만 아니라 학습행동에 적합한 존재이다. 고래는 수백만 년에 걸쳐 물갈퀴, 뾰족한 이빨과 수중 음파 탐지 능력을 진화시켜왔으나, 인류는 단지 천년 내에 낚시 도구, 보트와 어군 탐지기를 발명하였다. 인류는 세대의 지속에 따라 자신의 유전자를 바꾸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분~수년에 걸쳐 행동을 적응시킬 수 있는 지능, 도구와 문화를 축적해왔다. 인류의 문화적 진화는 며칠 사이에도 일어나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진화 속도보다 빠르다. 말은 풀을 이용하기 위해 어금니와 복잡한 소화기관을 진화시켰고, 치타는 먹이를 쫓기 위해 빨리 달리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인류는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숲을 개간하였고, 고기를 얻기 위해 달리는 능력 대신 가축을 키웠다. 

 

               사진: KBS 시사기획 창 358회(2022.01.02.) - 탄소배출, 감염병, 기후위기 대응 어떻게? 

인류에게 적용된 자연선택은 지적 디자인이 가능한 존재를 창조했으며, 환경에 대한 단순 적응뿐만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세상을 변모시켜 왔다. 그러나 변화 이면에는 환경오염, 기후변화, 인구과잉, 핵무기와 팬데믹 같은 새로운 위험이 동반되기 때문에, 인류의 뛰어난 적응성은 인류 자신을 최악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 인류는 빙하기 또는 장기간의 환경파괴에 의한 지구 위기에도 에너지와 식량을 비축하여 인류의 상당수 또는 일부가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서로를 도와 지구의 한쪽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취약한 사람들에게 식량, 자본, 교육과 백신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 역시 또 다른 약점을 생성하는데, 중국에서 유래한 COVID-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하여 수십억 명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인류는 독특한 존재로 고등한 지능을 갖고 있고, 옷을 입고, 먹거리를 요리하고 스마트폰을 발명하면서 진화해온 종이다. 유전자 염기서열과 진화역사에 근거해볼 때, 기후재앙이 인류를 멸종시킬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량멸종과 사회 붕괴 같은 사건은 단지 한 가지 요인에 의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종말론 영화에서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순식간에 인류를 멸종시키는 것으로 묘사되나, 인류는 효과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면역계를 갖고 있다. 인류는 병원균에 대항하는 치료 방법, 백신,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다양한 문명이 있다. 포유류 중에서 감염 질병에 의해 절멸한 예는 크리스마스섬 쥐(Rattus macleari)가 유일하다. 인류는 크리스마스섬 쥐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류는 자신의 노폐물에 의해 손상을 입어 죽을 때까지 물질대사를 지속하는 세균이나 균류와 다르다. 포도주의 알코올 도수는 14도를 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효모가 자신이 행한 발효로 생성된 알코올에 의해 사멸하기 때문이다. 기후재앙과 환경오염의 증가는 인류가 구체적 실천을 행해야 할 긴급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1952년의 그레이트 스모그로 4,000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4년 후에 대기오염방지법이 제정되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법령으로 지난 35년간 대기 오염물질이 약 60% 감소하였고, 1990년에 제정된 해양오염방지법 덕에 해양 원유 누출도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1987년의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산업계와 세계 차원에서 대부분의 생산품에서 CFC가 사라졌다. 대기 및 수질 오염은 중국, 인도, 남미 같은 신흥 산업국가에서는 아직도 난제지만, 그런 국가조차도 서구사회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겪었던 것처럼 오염 정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과 생태계 붕괴로 지구가 파괴되면서 인류는 지구공학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세계 인구는 감소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무심한 모기는 북반구까지 황열병을 옮기고 있으며, 패권 국가 및 자원이 부족한 일부 국가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 인류는 기후변화에 의한 영구동토층의 해빙, 인공지능과 핵전쟁 같은 잠재적 요인들로 자신을 옥죄고 있다. 현재의 인류는 지구 생태계의 유지와 모든 생물의 영속을 위해 탐욕에 의한 더 이상의 개발을 멈추고, 더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만 할 시점에 서 있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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