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뭉쳐 산다! …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심화
상태바
끼리끼리 뭉쳐 산다! …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심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8.18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소득불평등 지수 줄었지만…거주지 분리지수는 상승

 

   남산에서 바라본 한남동 달동네 모습이다. 뒤에 보이는 강남의 아파트와 묘한 대조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사는 곳이 달라지는 '거주지 분리' 정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불평등 지수가 다소 완화되는 동안에도 고소득층은 고소득층끼리, 저소득층은 저소득층끼리 사는 동네가 다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16일 발표한 〈소득불평등과 거주지 분리의 특성 및 변화: ‘서울의 달’에서 ‘펜트하우스’까지〉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소득불평등 수준은 개선됐지만,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거주지 분리 현상이 심해지면서 계층별 공간분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시군구 평균 소득지니계수는 2017년 0.514에서 2021년 0.470으로 다소 줄었다. 소득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인데, 4년간 지수로 따져본 소득불평등은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리지수는 2021년 0.015로 2017년(0.013)보다 높아졌다. 2021년 기준 광역시의 거주지 분리 지수가 0.019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은 0.018, 비수도권은 0.013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 시도에서 모두 거주지 분리 지수가 상승했다.

소득불평등은 사회과학분야의 주제로 오랜 시간 동안 다루어져 왔으나, 공간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연구를 수행한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지역의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지 분리 현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공간적 분리에 기인한 취약계층의 교육 및 일자리 관련 정보의 제한은 ‘기회의 균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둘째, 고소득층의 자발적 분리로 인해 규범적인 측면에서 사회통합이 저해되고 있으며, 도시계획적 관점에서도 누구나 누려야 할 도시경관에 대한 독점적 지위가 부여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도시재개발부터 혁신도시까지 공공에 의한 새로운 거주공간 개발이 거주지 분리 측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필요하다. 또한, 동일한 소득불평등 정도를 보이는 지역들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상이한 거주지 불평등 정도를 보이며 이를 지역적 맥락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국토계획평가센터 홍사흠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의 발간을 통해 우리나라 지역 내 소득불평등과 거주지 분리관계의 특성 및 변화를 통시적·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했다. 

거주지 분리는 특정한 소득, 인종, 종교 등의 범주에 해당되는 인구집단이 공간적으로 집중되거나 분리되어 도시 또는 지역 전체의 인구집단 구성과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  KCB(Korea Credit Bureau) 자료를 활용하여 시군구단위 소득불평등 및 읍면동 기반 거주지 분리 정도를 측정한 결과, 2021년 소득지니계수는 다소 감소(2021년: 0.470, 2017년: 0.514)했으나 거주지 분리 측정결과는 다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와 광역도 모두 분리지수의 상승이 관찰되었으며, 비수도권과 광역도가 더 높은 수준의 증가폭을 보였다.

◦ 주목할 점은 전반적인 소득지니계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에 따른 공간 분리 정도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 소득분위별 거주지 분리 측정 결과, 고소득층의 분리 정도가 높은 수준으로 관찰되며, 타 지역에 비해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고소득층의 분리가 높게 나타났다.

□ 시군구단위를 토대로 측정된 소득불평등과 거주지 분리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양한 지역특성을 반영한 변수를 활용하여 실증 분석한 결과 소득불평등이 높은 지역이 거주지 분리 정도도 높고, 소득불평등이 악화된 지역이 거주지 분리 또한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시점 간, 소득수준별 차이에 관계없이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 2009년 이후 소득불평등 수준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분리지수는 상승했으며,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의 분리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 동시에 각 시점별 지역의 공간분리 정도는 소득불평등 정도와 학령인구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지역의 공간분리 정도의 변화는 소득불평등 악화와 정비례하여 변화하고 있음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 홍사흠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정책적 시사점으로 첫째, “최근 고소득층 중심의 거주지 분리 현상을 토대로 공공성을 띤 도시요소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적 측면에서의 예방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며, 둘째로, “적절한 규모의 다양한 주택 공급, 특정 학군지 편중 예방을 위한 균형 잡힌 양질의 교육 제공 등 거주지 분리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