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사회적 관계 분석 … 계급과 계층론에 기반한 사회과학 이론과 논의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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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사회적 관계 분석 … 계급과 계층론에 기반한 사회과학 이론과 논의 살펴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7.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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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과 관계 | 권경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120쪽

 

최근 트렌드 서적들에서는 ‘취향’, ‘약한 유대(연결)’, ‘소셜 네트워크(사회연결망)’ 등의 수식어를 MZ 세대의 꼬리표처럼 붙여 왔다. 집단적 취향의 문제를 새로운 현상인 것처럼 소개하며 새로운 세대의 취향을 설명하기 위해 과거 누군가 구성한 개념을 활용하고 있지만 명확한 정의와 원래의 맥락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취향과 관계에 대한 사회과학 이론과 개념들을 원래의 맥락을 고려하여 그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용어들은 특정한 역사적 공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등장했으며 취향과 관련한 주류의 사회과학적 논의들은 대체로 계급과 계층론에 기반하고 있다.

이 책은 취향과 관계에 대한 사회과학 이론과 개념들을 원래의 맥락을 고려하여 그 의미를 파악한다.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부르디외 ‘구별짓기’, 유유상종 현상을 설명하는 ‘호모필리(homophily)’ 이론을 살펴보고 ‘옴니보어 가설’과 관련해 어떻게 취향이 특정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하고 특정 사람들과는 연결하는 자원으로 활용되는지를 설명한다. 또 이들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이 이론들의 적합성 및 함의에 대해 평가한다. 취향의 문제와 관련해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혹은 소비하는 것들과 내 주변 사람들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양 속담에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깃털이 같은 새들은 함께 모인다)”라는 말이 있다. 취향과 관계 측면에서 보면 “비슷하면 끌린다”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바랄까? 유사한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더 수월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서로 비슷한 사람들의 경우, 공유하고 있는 지식이 많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공통적인 기반이 많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쉽고 상호 활동을 조정하기도 수월하다.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데 비해 비슷한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는 이러한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신뢰와 연대감을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어 쉽게 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도 더 높다.

‘취향’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어원적 의미에서는 ‘감각의 본능적 반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17세기 유럽에서는 ‘훌륭한 것을 감상’한다는 의미에서 ‘세련된 역량’으로 해석되었다. 또 18세기 칸트의 근대 미학을 통해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술’ 혹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경향’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편 사회자본 이론에서는 사람들의 관계를 자본으로 간주한다. 사회자본 연구 중 일부 연구들은 취향 또는 취미 활동을 통해 어떤 유익한 관계를 얻게 되는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이처럼 취향과 관계에 대한 용어들은 특정한 역사적 공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등장했으며 취향과 관련한 주류의 사회과학적 논의들은 대체로 계급과 계층론에 기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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