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되묻는 일곱 편의 뮤지컬
상태바
삶의 의미를 되묻는 일곱 편의 뮤지컬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31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뮤지컬 인문학: 뮤지컬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 송진완·한정아 지음 | 알렙 | 260쪽

 

이 책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일곱 편의 명작 뮤지컬로 펼쳐낸 인문학적 성찰을 한 권에 담았다. 이를 위해 뮤지컬 배우 출신 한정아와 공연기획자 송진완이 만났다. 직접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 온 한정아는, 뮤지컬 장르의 다양한 가치와 매력을 오롯이 들려준다. 인문과 예술 콘텐츠를 새로운 포맷으로 융합해 대중에게 전달해온 송진완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카바레」, 「지킬 앤 하이드」, 「빌리 엘리어트」,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라이온 킹」과 같은 뮤지컬 명작과 넘버를 통해 그 안에 스며 있는 인문학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묘미를 선물한다. 

뮤지컬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 속에서 인문학과 뮤지컬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1부와 2부의 작품 해설은 한정아가, 일곱 편의 뮤지컬 작품으로 인문학적 사유를 펼치는 2부는 송진완이 맡아 썼다. 저자들은 뮤지컬을 통해 ‘사람이 그리는 무늬’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류의 태고부터의 기억을 생생하게 불러오며, 미래의 바람을 노래와 춤, 그리고 드라마로 표현하는 뮤지컬은 인류가 그린 역사적 무늬를 탐구하는 인문학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책의 1부 1장 ‘뮤지컬, 그 오묘한 세계 속으로’에서 한정아는 자신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 기억으로부터 시작해,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뮤지컬의 모습을 다룬다. 저자는 뮤지컬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시대의 특징에 맞추어 다양한 멋과 맛을 내며 ‘변화’함으로써 관객들을 유혹해 왔다고 말한다. 또한 19세기 중반, 20세기 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20세기 중반 황금기와 격변기를 지나 오늘날에 이르는 뮤지컬의 역사를 그리며, 뮤지컬의 다양한 색채는 인간의 역사 속에 스며 있는 대중의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2장 ‘뮤지컬, 인문학과 동행하다’에서 한정아는 뮤지컬 무대에서 인간의 삶이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인간의 가치 탐구를 위한 방법으로 미술과 문학이 뮤지컬에 접목되면서 어떻게 공감이라는 감정과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연결과 공감의 원천은 뮤지컬이 우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수천 수만 가지의 인생 속으로 초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음미하며 더 나은 삶을 생각해 보도록 자극하는 데 바로 ‘뮤지컬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3장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에서는 상업성과 예술성이라는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시대가 요구하고 관객이 원하는 카타르시스를 잘 구현해 냈을 때 상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상업적인 이득과 직결되는 것이 예술의 양면성이다. 다시 말해, 대중성은 인간의 보편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뮤지컬은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며 인간의 삶에 밀착되어 있고, 인간 역사의 흐름과 동행하고 있다.

 

책의 2부 ‘뮤지컬과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에서, 공연기획자 송진완은 뮤지컬 작품들의 예술적인 면모를 관통하여 인문학적인 통찰을 펼친다. 그렇게 저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카바레」, 「지킬 앤 하이드」, 「빌리 엘리어트」,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라이온 킹」이라는 한국인이 사랑한 일곱 편의 명작 뮤지컬과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본격적인 뮤지컬 인문학 여행에 앞서, 저자는 2부 1장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 뮤지컬의 첫 번째 삶’에서, ‘인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먼저 답한다. 저자는 인문학이란, “‘사람이 그리는 무늬’를 알게 해주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무늬’를 생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언어와 음악이 끊임없이 투쟁하고 협력하며 진화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뮤지컬은 인문학의 공간과 대상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6장 ‘냉전이 쏘아 올린 마지막 불꽃놀이’는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미스 사이공」을 통해 냉전이라는 문제에 다가선다. 먼저 저자는, 「미스 사이공」이 베트남전쟁을 예술의 소재로 삼으면서도 균형 잡힌 역사 의식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를 윌리엄 J. 듀이커의 『호치민 평전』 속 호치민의 시선을 통해 들여다본다. 저자는 「미스 사이공」에서 틀에 박힌 모습으로 묘사된 베트남전쟁의 여러 단면들이 『호치민 평전』에서는 어떻게 묘사되고 설명되는지를 비교하며, 우리 안의 냉전 이데올로기를 성찰한다.

7장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톺아보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근대 혁명기이자 근대 자본주의 이행기의 프랑스와 유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때 저자는 「레미제라블」과 동일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공산당 선언』을 참고한다.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쓰인 ‘매운맛 『레미제라블』’이 바로 『공산당 선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레미제라블」의 노랫말과 『공산당 선언』을 교차해 읽는다.

마지막으로 8장 ‘변화와 혁신’에서는 상상력과 창조력이라는 인문학적 효용에 기초해 성공한 뮤지컬 작품, 「라이온 킹」을 다룬다. 저자는 뮤지컬 「라이온 킹」이 브로드웨이에서 기념비적 성공을 거둔 이유가 오롯이 인문학적 사고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인간미 넘치는 동물 캐릭터인데, 그 바탕에는 다양한 예술적 원천과 극장주의 이론에 기초한 인문학적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상상력, 창조력과 같은 좁은 의미에 묶어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개념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인 ‘추상적 사고’라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