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엽부터 현재까지의 문학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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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엽부터 현재까지의 문학 유토피아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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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 - 보위에로부터 피어시까지: 20세기 중엽 – 현재 | 박설호 지음 | 울력 | 356쪽

 

5권으로 기획된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의 마무리 편이다.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은 더 나은 인간 삶을 꿈꾼 서양의 문헌과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해 그들이 꿈꾸고 그려낸 세상을 정치적, 사회적 측면 등 여러 가지 각도에서 분석해 왔다.

유토피아란 말은 인간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이상향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는 없는, 그래서 그냥 헛된 꿈일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의미도 갖고 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신들 이외의 사회주의를 ‘유토피아적’이란 수식어를 덧붙여 폄하하곤 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은 부단한 투쟁과 노력으로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척해 왔다. 그것은 인간의 피와 땀이 덧붙여져 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은 더 나은 인간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 꿈은 시대에 따라, 또는 인간을 억압하는 권력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때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다양한 더 나은 인간 삶을 꿈꾸었고, 어떤 때는 언젠가 올 거라 믿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그러한 인간의 삶을 꿈꾸었다. 그리고 근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그 모순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면서, 자본주의와 그 대항 이념으로서 사회주의가 나타나면서, 발전된 생산력을 토대로 제국주의와 전체주의 국가가 출현하면서, 그리고 계급적, 사회적, 국가적 억압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더 나은 인간의 삶에 대한 꿈보다는 인간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폭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사유와 작품이 그런 시대를 반영해 나타났다. 디스토피아적인 사회상 또는 작품들이 그런 시대를 반영해 출현한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이러한 디스토피아적인 작품들이 출현했다. 세계대전 이후에도 세계는 체제와 이념에 따라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었고 대립과 갈등의 관계는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이러한 대립과 갈등에 반발하며, 또는 세상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억압받고 있던 여성의 삶을 대변하며,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풍요로워졌지만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어 인간과 다른 생물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지양하며, 그것을 극복한 더 나은 인간 세상을 꿈꾸는 사유와 작품들이 출현하게 된다.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권은 이러한 평화 운동, 환경 운동, 그리고 여성 운동과 결부된 문학 유토피아를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우리의 삶과 의식을 훼손시키는 자본주의의 가시적·비가시적 폭력 그리고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해 더 험난한 행로를 앞에 두고 있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 하나는 협동을 통한 노동조합 운동을 활성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태 공동체 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양날의 칼에 해당하는” 과학기술에 더 이상 모든 것을 의존하지 말고, 생명체의 상생과 평화를 위한 삶의 방식 내지는 이를 선취하는 예술 활동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

지배 세력은 언제나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불경하다거나 죄악시하며 억누르려 했지만,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느리지만 단호한 걸음으로 그런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은 서양 문학작품과 문헌을 매개로 그러한 인간의 꿈과 희망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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