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을 비추는 일상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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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을 비추는 일상의 과학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3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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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일 교수의 심리학 수업: 인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상의 과학 | 김경일 지음 | 김영사 | 176쪽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사람은 외모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도 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으로 마음챙김이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마음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작용할까? 자기 마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알아볼 수 있을까? 지난 수천 년간 종교와 철학이 인류의 자기인식과 세계이해를 도모해왔지만 인간과 마음의 숨바꼭질은 여전한 듯하다. 복잡하고 아리송한 내면세계라는 불가사의에 답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이 있다. 바로 심리학이다.

이 책은 불가사의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심리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가 판단하고 결정할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작용, 자꾸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조언까지, 흥미로운 실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본모습을 이해하고 일상을 변화시키는 심리학 이야기를 담았다.

1장은 심리학의 학문적 성격을 살펴본 뒤 기념비적인 심리 실험을 간략히 정리한다. 심리학 이전에 인간의 마음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학문이 있다. 철학은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규명해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심리학은 철학과 무엇이 다를까? 저자는 심리학은 마음을 수량적으로 측정하는 과학이라고 강조한다. 과학은 실험한다. 심리학은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실험을 한다. 수많은 심리학 연구가 인간의 마음과 행동 뒤에 숨겨진 사실을 밝혔다.

2장의 주제는 ‘판단과 결정의 심리학’이다. 우리는 생각할 때 이성이 작동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판단과 의사결정의 순간, 속마음은 정말 합리적 이성의 독무대일까? 정서는 이성보다 힘이 세다. 판단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한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이 영역을 확장한 학문이다. 사람들이 마음의 계좌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밝힌 행동경제학은 ‘마음의 회계학’이라고도 불린다. 행동경제학은 결정하는 사람의 논리적 사고보다 마음과 기분을 더 근본적인 판단의 근거로 보기에 일상에 실질적으로 유용한 팁이 될 수 있다.

3장은 심리학의 주요 주제인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알아본다. 불안은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심리상태이기에 역설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가장 중요한 창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을 느낀다. 귀신이 나오는 장면을 미리 알고 보는 공포영화는 그다지 무섭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비록 나쁜 결과라 하더라도,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 불안은 상당히 완화된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오히려 불안은 일을 촉진하는 힘이 된다. 방치해두었던 일, 작고 구체적인 일은 불안할 때 오히려 더 잘 된다.

4장의 키워드는 공존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제각각 단절과 고립의 섬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최근 일상을 회복하면서 서로의 물리적 거리는 다시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어떨까? 더불어 살기 위한 심리학의 조언은 타인의 이타성을 확인함으로써 ‘내부감각수용’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또, 저자는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목적 없는 대화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한다. 만나면 행복해지는 주위 사람들과의 소소한 교류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을지언정 스트레스에 맞설 의욕을 갖게 해준다. 사회성의 발현은 개인의 심리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심리학은 결국 인간에게 상수와 변수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우리 마음이 타고난 부분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가변적인 부분은 그 양상과 원인을 탐구하는 것이 심리학의 역할이라는 것.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점치는 학과’라는 황당한 오해를 받던 심리학이지만, 미지의 내면세계를 환하게 밝히는 심리 실험과 연구 덕분에 인간과 사회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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