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의 중요성 ··· 인간은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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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의 중요성 ··· 인간은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 민경국 논설고문/강원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7.3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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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칼럼]

흔히 사람들은 생각의 자유(정신적 자유)를 행동의 자유보다 더 소중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 때문에 행동의 자유의 대표적인 경제적 자유를 경시한다.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같은 정신적 자유에 대한 제약은 금기라고 여기고, 이에 반하여 그런 정신적 자유를 누리면서 얻은 결과로서 경제적 자유에 대한 제약은 아주 당연하다고 믿고 있다. 이런 인식은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존재의 원인을 사고(思考)에서 찾는 데카르트 사상에 연유한다. 인간이성에 대한 과신(過信)을 특징으로 하는 프랑스 계몽주의의 아버지였던 데카르트의 사상이 인류에게 미친 처참한 영향의 가장 큰 역사적인 예는 프랑스혁명을 비롯하여 1917년 러시아 혁명, 히틀러의 나치즘, 중국의 문화혁명 그리고 문재인의 촛불혁명 등 차고 넘친다.

인류의 발전은 인간의 의식적 사고로부터 생겨난다고 보기 때문에 정신적 자유를 중시한다. 그런 발전에서 행동의 역할이란 생각에서 나온 것을 집행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입장은 잘못이다. 생각하는 지적 활동만 중요하고 행동을 무시하는 것, 그리고 정신적 자유를 중시하고 경제적 자유와 같은 행동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 이것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자유주의자였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유명한 『자유헌정론』에서 아주 정확히 지적했듯이, “건축물의 꼭대기만 중요하고, 건축물의 밑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실상, 지적 활동을 중시하는 것은 말만 또는 토론만 하거나, 또는 회의만 하고 실천이 없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정신적 과정에서 발견되는 것은 말 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미학적이고 웅변적인지,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논리적으로 부합하는가를 발견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행동 차원의 활동이 지적 활동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다. 

지적 활동의 대상인 아이디어나 견해는 실천적 행동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천적 행동과정에서 적용된 아이디어와 견해의 옳고 그름이 판명될 뿐만 아니라 실천적 과정에서 새로운 견해와 아이디어의 발견이 가능하다. 지적 과정은 실천적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을, 다시 말하면 이미 형성된 것을 정리하고 배열하고 비교하는 역할뿐이라는 것이 하이에크의 탁월한 인식이었다.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와 견해의 원천은 행동과 실천이다. 모든 경험의 축적은 행동과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신적 자유보다 행동의 자유가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다. 말할 자유 혹은 의견, 사상의 자유가 없다고 해도 행동의 자유만 있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 학문의 자유가 없다고 해도 인간들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인류문명의 원천은 행동의 자유이지 정신적 자유가 아니었다는 것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토론이나 견해의 작성과 같은 사고과정은 오직 의식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의식적·명시적 지식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행동과정은 의식적 과정뿐만 아니라 초의식적(supra-conscious) 행동과정까지 포함한다. 우리의 행동에는 초의식적 행동이 의식적 행동보다 훨씬 많다는 것, 우리의 행동은 명시적 지식뿐만 아니라 초의식적 또는 암묵적 지식에 기초한 행동까지도 포함한다. 아이디어의 개발이나 견해의 작성과정보다 행동과정을 우리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직시해야 할 것은 ‘인간은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존립할 수 있는 이유가 생각이 아닌 행동 때문이다. 이런 믿음이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그리고 하이에크의 스코틀랜드 계몽주의가 아니던가!! 우리의 이성의 발달은 행동과 사고의 연속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입장이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다. 그런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생각이 아닌 행동이라는 것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말은 행동과 사고의 상호작용에서 행동의 역할을 중시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만을 중시하는 것은 공리공론(空理空論)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성의 개발에서 행동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스코틀랜드 전통의 자유주의다. 

요컨대, 정신적 자유가 행동의 자유보다 귀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행동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줄여서 말한다고 해도 행동의 자유로서 경제적 자유는 결코 정신적 자유에 뒤지지 않고, 경제적 자유야말로 인간 이성의 발전은 물론이고 모든 사회·문화적 부문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경국 논설고문/강원대 명예교수·한국자유주의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문리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같은 대학 경제학과 명예교수이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과 제도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사)한국자유주의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하이에크, 자유의 길』, 『국가란 무엇인가: 자유주의 국가철학』, 『자유주의의 도덕관과 법사상』,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시장경제의 법과 질서』, 『하이에크 자유주의 사상 연구』, 『경제사상사 여행』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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