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문명을 꽃피운 물질의 중심에는 ‘화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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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문명을 꽃피운 물질의 중심에는 ‘화학’이 있었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7.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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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자본주의부터 세계대전까지 | 오미야 오사무 지음 |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409쪽

 

이 책의 시대 배경은 19~20세기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고 제국주의가 횡행하는 와중에 세계 열강의 끝간 데를 모르는 욕망이 서로 충돌하다가 종국에 제1·2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는 격동의 시기이다.

이 책에는 인류가 수천 년간 해결하지 못한 식품 장기 보존 문제를 해결하여 세계 전쟁사를 바꾼 프랑스 요리사 아페르의 ‘밀폐 보존 용기’와 양국 발명가 듀란드의 ‘통조림’ 발명 이야기에서부터 영국의 ‘로켓 개발 실패’가 초강대국 미국 탄생의 원동력이 된 아이러니한 이야기,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고층빌딩 건설을 가능케 하는 영국 벽돌공 조지프 애스프딘의 ‘포틀랜드시멘트’ 발명 이야기, 산모에게 치명적인 산욕열의 원인을 밝혀내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고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학대받다가 비참하게 죽은 헝가리 의사 겸 과학자 제멜바이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19세기 중반 무렵 발명된 초기 냉장고·냉동고의 냉매로 ‘독가스’가 사용된 섬뜩한 이야기, 20세기 초반에 엄격히 시행된 ‘금주법’이 ‘코카콜라 제국’의 버팀목이 된 이야기, 평범한 일하는 여성의 위상을 왕후·귀족의 위상과 동등하게 만들어준 인조 견직물 ‘레이온’ 이야기,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의 전투 양상을 크게 바꾼 투명 아크릴 플라스틱 ‘유기유리’와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열쇠였던 ‘성능이 향상된 휘발유’ 이야기 등 화학을 둘러싼 흥미진진하면서도 뇌세포를 활성화시킬 만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프랑스 정원사 조제프 모니에가 철근과 콘크리트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철근 콘크리트’가 건축 패러다임을 바꾸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돌렸다. 특허를 취득한 지 19년째 되던 1885년, 독일 건축가 구스타프 바이스가 모니에의 ‘철근 콘크리트’의 뛰어난 내구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200만 마르크라는 거액에 특허권을 사들이면서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였다. 이후 바이스는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빌딩·교량·콘서트홀 등 대규모 건설에 폭넓게 활용하며 건축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해 나갔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계기로 ‘철근 콘크리트 공법’은 20세기 건축의 확실한 주류로 자리 잡았고 현대 문명의 발전 방향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대지진으로 초토화된 거리에 파손되지 않고 건재한 창고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이 ‘철근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였다.

아일랜드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이 우연히 발명한 ‘공기를 넣은 고무 타이어’가 세계사를 바꾸고 현대 자동차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 되었다. 이는 던롭이 아들의 자전거 경주 대회 참가를 돕고자 ‘바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동물의 배를 치료한 경험을 응용하여 만든 ‘세렌디피티’이자 대단한 혁신 제품이었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런던 세인트메리병원에서 세균학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 무렵 그는 한천 배지를 많이 만들어 황색포도상구균(감기에 걸렸을 때 콧물이 노래지는 원인이 되는 균과 같은 부류)을 샬레에 배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여름휴가를 가게 되었는데, 휴가 기간 동안 다른 연구자에게 연구실을 빌려주기 위해 정리하느라 그 샬레들을 그늘진 구석으로 치워두었다. 그런데 그중에는 급하게 치우느라 미처 뚜껑을 덮지 못한 샬레도 몇 개 있었다.

긴 휴가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온 플레밍은 배지에 푸른곰팡이가 생긴 샬레를 발견했다. 그는 다시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하기 위해 소독을 하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푸른곰팡이가 생긴 이상 순수 배양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플레밍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번뜩인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푸른곰팡이가 생긴 샬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푸른곰팡이가 번식한 곳 주변의 포도상구균이 죽어서 배지가 투명해져 있었다. 플레밍은 그 푸른곰팡이가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푸른곰팡이 연구와 배양에 착수했다. 이후 플레밍은 그 푸른곰팡이가 생산하는 미지의 물질을 ‘페니실린’으로 명명했다. 그는 또 푸른곰팡이의 배양액을 여과한 물질이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플레밍은 194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최첨단 문명을 꽃피우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물질의 중심에 ‘화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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