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쇠퇴할 것인가, 반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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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쇠퇴할 것인가, 반등할 것인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7.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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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의 모험: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건너는 법 | 신기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88쪽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완벽한 정치체제가 아니고 불변의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수많은 장애물과 모순을 안고 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위험을 무릅쓰고 권위주의 체제와 싸워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지금도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정치적 양극화와 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들과 싸워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진영 논리가 판을 치고 사회는 분열되어 있으며 정치는 실종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정직한 현실 인식이다.

이 책은 정치에서부터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주의가 어디에 서 있고, 어떤 모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민주주의의 의미와 전망을 염두에 두면서 쓴 것이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꾸준한 모험을 통해 발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 불안정성과 위기가 있지만, 한국 민주주의는 정상적인 경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동존이’의 정신이나 정치적 리더십의 회복을 강조하고, 민족주의의 한계나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도 지적한다. 그러면서 정치나 외교안보 이슈를 논하는 데 진영 논리에 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쇠퇴할 것인가, 아니면 반등할 것인가? 지속 가능한 포용적 사회를 위해 한국은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 그 위기의 근원에 대해 성찰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즉, 정치적 양극화를 막고 분열과 대립이 아닌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위한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국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2010년대 이후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정치적 양극화와 탈진실의 시대에 민주주의는 회복할 수 있을까?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겠다며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공정과 상식을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거나, 설령 있다 해도 국민들은 느끼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 자유에 기반한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고 싶다. 더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화와 협치는 사라졌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커졌고, 민주주의도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상대를 악마화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고,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는 한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 속에서 윤석열이 민주주의 진영의 새로운 기수가 될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에게 달려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것인가? 우리 세대에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중국은 내외부적으로 너무나 많은 문제와 도전에 봉착해 있다. 중국이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고 있지만, 아직은 창조나 혁신의 리더는 아니다. 반면 미국은 패권주의나 제국주의적 DNA를 갖고 있다. 정치·경제·군사·문화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경제 원조나 자원봉사를 통해, 때로는 경제적 압박이나 무력행사도 주저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의 가치 연대를 추구하며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경중’을 포기한다면 이를 대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와 자유주의 가치 연대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미국은 철저하게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가진 자유주의 체제와 제국주의적 성격을 동시에 잘 살펴야 한다. 또한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들이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갖고 있는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여론 수렴을 해야 한다. 국민들의 지지가 없을 때 외교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최악의 전쟁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945년 이후 수립된 미소 냉전시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이어진 세계화 시대처럼 대전환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민주주의 침체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과거 독일의 파시즘과 소련의 볼셰비즘이 민주주의와 국제질서를 파괴했다면,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가 행사하는 샤프 파워가 글로벌 민주주의에 위협으로 작동한다.

윤석열 정부는 요동치는 지정학적 변화의 방향을 잘 읽고 한국호(號)가 순항할 수 있도록 대외정책을 펴야 한다. 국제질서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로 급격히 재편된다면 경제적 이해가 중요하고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권·민주주의·주권 등 국제규범과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안보 정책을 펴야 한다. 대북 정책에서도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북미 간 중재자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러·중·북한의 권위주의 대 미·유럽·한국의 민주주의 사이의 대결이라는 국제관계의 큰 틀 속에서 대북 정책을 펴야 한다. 한미동맹 역시 권위주의에 맞서는 민주주의 진영과의 폭넓은 관계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한일 관계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2023년 3월 한일정상회담으로 가까스로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현재 한일 갈등을 이해하는 데 ‘르상티망’ 개념은 시사점을 준다. 한일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한국인의 의식 속에 깊이 박혀 있는 ‘르상티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반일 감정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과 현실적 실용주의가 절실하다.

한국은 단일민족과 순혈주의를 강조하고,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가부장적 ‘슈퍼 네트워크 사회’다. 그러니 다양성 확보는 더욱 절실하다. 다양성은 성, 인종 등 타고난 면과 해외 유학, 경험 등 습득된 면에 의해 확대될 수 있다. 21세기는 그야말로 글로벌 인재 유치 전쟁 시대다. 한국처럼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에서 해외의 우수한 인재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기술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폐쇄적 슈퍼 네트워크의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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