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그린 뉴딜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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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그린 뉴딜은 가능한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7.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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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 제3세계 생태사회주의론 | 맥스 아일 지음 |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 | 356쪽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후 위기와 온난화 문제가 전면적으로 문제시된 지도 어느덧 수십 년이 흘렀다. 우리나라에서도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통을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이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농사일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빈민들, 생태계 파괴로 자신의 터전을 잃고 밑바닥 노동자로 전락한 토착 원주민이 아닐까? 한편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은 대체로 새로운 기술 발전을 우선시하고 성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으며,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위주의 해결책만을 강조하곤 했다. 이제 선진국 반열에 서서 세계에서 그 발전상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기술 개발 및 투자 등의 논의로 기후 변화에 대응해 가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상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다양한 그린 뉴딜 제안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린 뉴딜은 2007년 미국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육성하자고 주장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이후 미국인을 위시한 북반구 선진국 사람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으로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그린 뉴딜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여러 그린 뉴딜론은 대체로 북반구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활용해 온 규제-기술 관료적 접근법을 따르고, 자본주의 체계를 건드리지 않았으며, 자국 내에서만 위기를 해결하고 그에 따르는 짐을 더 약하고 덜 발전된 국가로 떠넘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난민에 대해서 적대적인 국수주의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저자 맥스 아일은 남반구 민중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린 뉴딜 구상을 우리에게 펼쳐 보여준다. 이 책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사진으로 제시된 다양한 그린 뉴딜을 분석하면서, 기존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그린 뉴딜의 실상을 폭로한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기존의 그린 뉴딜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주된 비판 대상은 생태 근대화 이론과 미국에서 주목받은 마키/오카시오 그린 뉴딜 결의안을 비롯한 사회민주주의적 그린 뉴딜 모델이다. 더불어 아론 바스타니 등 좌파 생태근대주의에 대해서도 그 한계점을 비판하고 있다. 

다음으로 2부에서는 기후 위기를 벗어난 새로운 세계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녹색 전환’과 민중 중심의 그린 뉴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농업 및 농생태학, 토착 지식과 탈상품화를 강조한다. 더불어 기후 부채 쟁점에 집중하고 농민, 노동자, 토착 원주민 민중을 위한 새로운 그린 뉴딜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이후 조직되었던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의 기조와 이를 통한 ‘어머니 대지의 권리에 관한 세계선언을 위한 기획’에서 보여준 관점, 즉 남반구의 생태 혁명 강령을 받아들이고 확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변부의 여러 국가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은 리튬과 코발트, 바이오 가스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채굴과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단작에 따른 토양의 질적 저하로 고통 속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이런 고통이 집중된 소위 남반구의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자고 주장한다. 북반구와 남반구, 중심부와 주변부라는 세계체계론의 틀로 세계를 살펴본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이 눈에 띌 것이다. 특히 기후 부채를 비롯한 북반구의 배상 책임을 거론하면서 농민과 노동자, 원주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제3세계 민중의 요구와 그들을 비롯한 비인간 존재들까지 어우러져 잘 살아갈 수 있는 좀 더 생태사회주의적이며 급진적인 그린 뉴딜의 구상을 보여주고 있다. 탈상품화와 함께 노동계급 및 토착 원주민에게 민주적으로 권력이 배분되고 농생태학이 전면화된 세상을 어떻게 꾸릴 것인지, 경관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자원의 약탈적 채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적정한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조직할 것인지 다양한 대안들이 펼쳐진다.

책에서는 무조건적인 탈성장보다는 토착 지식과 함께 불평등한 세계체계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술에 대해서도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새롭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자본주의와 정착식민주의 체계 속에서 번영해 온 중심부에서 제안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는 방법이다. 제3세계 민중의 입장에서 바라본 탈성장에 대한 논의와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기술 활용과 함께 농생태학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저자는 좀 더 급진적인 방식으로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식은 생태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생태사회주의의 다양한 실천 방향에 이 책은 특히 농민, 노동자, 토착 원주민에 입각한 시각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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