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상도를 높이는 23가지 미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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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상도를 높이는 23가지 미술 이야기”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2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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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적이고 지적인 미술관: 당신이 지나친 미술사의 특별한 순간들 | 이원율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480쪽

 

이 책은 사실주의, 낭만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등 미술사조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는 르네상스부터 팝아트까지 총 23개의 사조를 다루는 한편, 각 사조의 ‘아버지’라 불릴 만한 선구적 예술가 23명을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다만 화가의 대표작에 관한 단편적인 해석에서 멈추지 않고 그의 일생과 그 사조의 특징까지 전체를 아울러 조망한다. 목차를 따라가며 읽다 보면 어느새 미술 화풍의 흐름을 자연스레 외울 수 있고, 빈센트 반 고흐와 구스타프 클림트 중 누가 ‘선배’인지 더는 헷갈리지 않게 된다. 마네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왜 우리에게 미술이 필요할까? 왜 전시회에 가고, 미술에 정을 붙이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까?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어찌 보면 무용한 지식일 뿐인데. 저자는 “공부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말에서 차용한 “미술은 인생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말로 종종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한다고 한다. 

로코코 양식을 접한 후 유럽의 골동품 가게를 둘러볼 때, 인상주의를 공부한 뒤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볼 때, 표현주의를 이해한 다음 요동치는 별과 흔들리는 밀밭을 볼 때 등, 더 많은 순간을 더 풍부한 감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일상 속 장면들이 가슴 벅찰 만큼 뭉클해지는 순간이 생기고, 그로 인해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술이 새로운 가치를 가지는 순간이다. 많은 사람이 인생에 ‘자신만의 그림’ 하나쯤은 만들고 싶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입맞춤, 클림트의 그림 〈키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거장 피카소로 하여금 살롱전 참가를 포기하게 만든 화가는 누구일까? 팝아트의 ‘팝’이란 글자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와 작품들에 관해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풀어 놓는다. 이와 더불어 화가의 주요 작품, 유명한 작품에만 설명의 한계를 국한하지 않는다. 단편적인 해설이나 흥미 위주의 파편적인 사연 소개에서 멈추지 않고, 역사를 바꾼 가장 파격적인 그림에 관한 유기적인 해석, 시대를 뒤흔든 가장 혁신적인 예술가를 끈질기게 추적해 찾은 내용도 곁들인다.

원근법을 그림에 시도한 최초의 화가인 마사초는 “내 그림은 삶과 같았다. 나는 인물들의 움직임, 열정, 혼을 실었다.”라고 고백했다. 그의 말처럼 이 책 또한 미술사조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화가들의 삶과 혼, 열정과 끈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미술 지식뿐만이 아니다. 희망과 용기, 꿈과 열정 같은 감정들도 지식 끝에 자연스레 따라붙을 것이다. 

저자는 각 미술사조의 선구자들은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살았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그들 모두 자신의 작품이 비난과 조롱을 받아도, 주변인들이 등을 돌려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이 거장들이 벌인 일종의 ‘투쟁의 미술사’를 읽어내리다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게 무엇이든 자기 확신만 있다면 신념대로 밀고 나가도 된다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렇듯 역사적 의미를 지닌 그림에서 내 인생과 닿아 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그 그림은 ‘사적인 그림’이 된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나만의 그림’을 찾아본다면 이전과는 다른 해상도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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