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철학을 공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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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치철학을 공부해야 하나?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7.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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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 덕의 정치, 사랑의 정치, 힘의 정치 | 홍성민 지음 | 인간사랑 | 205쪽

 

보통 정치학이라고 하면 선거제도나 행정부의 구조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치학의 범위를 그렇게 협소하게 한정하면 현실정치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정치철학은 한 시대의 생활세계를 관통하면서 탄생한 가치관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그 시대를 대표했던 자연과학, 문학, 예술, 음악, 건축 등이 녹아 있다. 이처럼 정치학은 인접학문과 매우 밀접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치학의 연구대상을 인문학은 물론 자연과학에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외연을 넓힌 정치학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

이 책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3가지 시선은 결국 고대정치, 중세정치, 근대정치의 3가지 정치사조를 가리킨다. 3가지 이념들은 서양 역사에서 순차적으로 등장하였지만, 현대정치에서는 서로 교차하고 혼합되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고대정치의 대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20세기 미국의 공동체주의자들의 담론 속에 살아 있으며, 중세를 대표하는 기독교의 영향은 니버의 국제정치학이나 레비나스의 타자의 정치철학에 녹아 있고, 근대정치의 출발점이었던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베버나 그람시를 거쳐 한국정치의 노동운동에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이러한 3가지 관점은 현대정치를 이해하는 기본 틀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덕의 정치라는 이름으로 고대정치의 이념을 다룬다. 덕의 정치라는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연유했으며, 이것은 근대정치에 이르러 칸트와 마르크스로부터 비판을 받게 된다. 고대와 근대의 차이를 알려면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를 비교해야 하고, 정의론의 차이점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르크스의 가치론을 비교해야만 한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20세기 공동체주의자들의 사상적 자양분으로 다시 살아나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이 책에서는 매킨타이어와 샌들을 다루었다. 한편 덕의 정치라는 관점은 공자의 사상과 비교할 만하다. 공자의 인과 중용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를 비교했다.

2부에서는 사랑의 정치라는 이름으로 중세정치의 이념을 다룬다. 중세는 아퀴나스의 신학론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이 책에서는 현재에 남아 있는 성경의 단초를 찾아내어 정리했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레비나스, 리쾨르, 니버이다. 이들은 각각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사랑의 개념이 정치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3명의 학자들은 돌봄의 정치, 해석의 정치, 현실주의 정치라는 형식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결코 철 지난 넋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중국의 고대사상가로서 묵자를 다루어, 묵자가 설파한 겸애라는 것이 과연 기독교 전통에서 말하는 사랑과 비교될 만한 것인가 살펴봤다.

3부에서는 힘의 정치라는 이름으로 근대정치의 이념을 다룬다. 근대정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성경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덕과 사랑의 대척점에 힘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소규모의 폴리스 공동체와 사랑의 공동체를 넘어서 근대국가를 만들려는 정치적 의지가 전면에 나선다. 근대국가의 생존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마키아벨리이다. 이후에 베버는 정치의 전문성을 강조했고, 마이네케는 국가이성을 통해 국가의 행동원칙을 마련했으며, 그람시는 민주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고민했다. 현대정치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치적 가치이다. 한편 전국시대에 진나라를 통일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한비자의 사상을 비교했다. 한비자의 시대와 문제의식은 힘의 정치를 논하면서 그람시와 비교할 만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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