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결과를 바라보는 한 시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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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결과를 바라보는 한 시각 (1)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 승인 2023.07.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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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신청에 총 108개교가 94개의 혁신기획서를 제출했고, 이 중 15개 혁신기획서가 선정됐다고 7월 12일 최종 발표했다. 예비선정된 대학을 살펴보면, 대학 기준으로는 국공립대 12곳, 지방 사립대 7곳이다. 국공립대 간 통합 전제 4건(8개 대학), 국립대 4건, 사립대 7건 등 총 15건이다. 통합 예정 대학 중에는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등 8개 대학이 통합대학으로 이번 예비지정에 선정됐다. 단독 신청은 경상국립대·순천대·전남대·전북대 등 국립대 4곳, 순천향대·연세대 미래캠퍼스·울산대·인제대·포항공대·한동대·한림대 등 사립대 7곳이 선정됐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강원(강원대·강릉원주대, 한림대, 연세대 미래 캠퍼스(분교))과 경북(안동대·경북도립대, 포항공과대(포스텍), 한동대)에서 각각 3곳 선정됐다. 이밖에 부산에 부산대, 경남에 경상국립대, 전남에 전남대, 전북에 전북대, 충북에 충북대 등 국가거점국립대와 순천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영남 7곳, 강원·호남 각 3곳, 충청 2곳으로 지역적으로 편차가 있었다. 결국 글로컬대학30 예비선정에서 신청대학 대비 선정 대학 비율은 국립대가 44.0%, 사립대가 10.9%였다. 국공립과 사립대학 사이에 격차가 확연하게 나타난 셈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2023년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 1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에서 글로컬대학30 예비 선정 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지만 부족한 대학도 포함됐다’는 응답이 71.6%로 가장 높았다. 왜 이런 응답 결과가 나왔을까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결과를 두고 볼 때는 대학 통합에 비중이 주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 통합을 전제로 공동신청한 혁신기획서는 13개(27개교)로, 이 중 4개(8개교)가 예비지정됐다. 선정된 곳은 △강원대·강릉원주대(국립+국립) △부산대·부산교대(국립+국립) △충북대·한국교통대(국립+국립) △안동대·경북도립대(국립+공립)다. 공동신청한 곳의 경쟁률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셈이어서 통합안을 낸 곳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립대는 공동신청한 5곳 중 4곳이 예선을 통과했다. 반면 사립대끼리 통합안을 낸 곳은 모두 탈락했다. 

이는 앞으로 계속될 글로컬대학30 선정에서는 대학 통합이 대세를 이룰 수밖에 없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 대상에 선정되기 위한 대학 간 통폐합 논의도 활발했지만,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입장차도 뚜렷했다. 대학 총장 1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에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간 통합을 검토한다'고 밝힌 총장이 37명(45.12%)이나 됐다. 비수도권이 27명, 수도권이 10명이었다. 비수도권 대학(51명) 중 절반이 넘는 52.9%가 통합을 검토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통합 검토' 응답자를 설립 유형별로 보면 사립이 26명, 국공립이 11명이었다. 대학 입학정원 규모별로는 1000명 이상 3000명 미만 중규모가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소규모는 9명, 대규모는 8명이었다.

이번 예비선정 결과에서는 사립대학 통합 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 결과를 내보였다. 그렇다면 한국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학들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까? 

국공립 대학의 통합과 사립대학의 통합은 근본적으로 그 바탕이 다르기 때문에 사립대학끼리의 실질적인 통합은 현재의 상태로서는 상당히 힘든 과정이다.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학교법인이 각각인 두 대학이 통합을 하려고 하면 당장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학교법인의 합병 또는 해산에 관한 사항을 논의해서 결정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 구성원들만의 합의로서는 쉽게 통합을 추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의 사립대학들이 처해 있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지역에 있는 한 사립대학이 다른 사립대학과 쉽게 통합하려고 하는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현실적으로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쉽게 풀어주는 방안의 모색 없이는 사립대학들끼리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지점은 지역의 특성상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이 통합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현실적으로 사립대학끼리의 통합보다 더 힘들 수 있다. 기존의 학교법상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이 통합하는 문제는 대학차원에서의 통합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통합도 가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선결되지 않으면 이는 불가능하다. 정말 지역대학을 살리고 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글로컬 대학30 사업을 추진한다면,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통합도 가능한 제도적 문제를 선결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 지역대학의 혁신을 실현하는 길이다.

또 다른 차원에서 이번 예비 선정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하나는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과의 변별성이다. 이번 예비선정에 탈락한 지역대학 관계자들은 "RISE와 글로컬대학30 두 사업 취지 모두 혁신을 통한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이기에 "RISE 사업 시범지역 대학들이 이번 글로컬대학30 예비선정 배점에서 큰 이점을 봤다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과 글로컬대학30 육성 사업의 변별성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에 예비로 선정된 지역대학들이 내세운 기획안의 핵심을 살펴보면, 강원대는 강릉원주대학교와 공동으로 '1도 1국립대 구축을 통한 지역 밀착형 캠퍼스 구현'을 핵심 방향으로 혁신기획서를 냈다. 또한 연세대 미래캠퍼스는 '지역을 품고 세계로 가는 대학'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즉 대학 안에 지산학연을 '함께 모아서' 혁신의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리고 순천향대는 학생이 무슨 학과 또는 학부를 선택하는 기존의 입시 전형을 파괴하고, 어떤 학제와 교육과정을 선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전환을 통해 학생들의 메가 선택권이 구현되는 ‘학생 설계형 대학 교육 구축’을 이번 혁신기획서의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다.

전북대는 글로컬 대학 사업 선정 시 지원되는 예산 1000억 원을 지역의 다른 대학들과 공유하고, 지역대학 간 연계를 지역기업까지 확장해 새만금 용지에 2차 전지산업, 'K 방위산업' 등 지역 특화 산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기업 상생 클러스터를 구축하고자 했다. 울산대는 혁신기획서에 ‘울산 산업 대전환을 견인하는 지산학 일체형 대학’ 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있고, 한동대는 ‘배워서 나누는 교육으로 로컬의 글로벌화를 선도하는 대학’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3대 혁신전략으로 ‘모든 경계를 허무는 교육혁신’ ‘지·산·학 공동체의 지역혁신’ ‘지역의 세계혁신을 돕는 글로벌 혁신’을 내세웠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방산 허브 대학’이라는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포항공대는 100% 무(無)학과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과 구분 없는 전공트랙을 두되 학생들에게는 선택 이수와 전공트랙 간 이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교원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지역기업들의 기술 역량을 높이는 등 산업계와 협력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대학들은 대학통합이 주된 혁신 과제였다.

이렇게 예비선정 대학들은 학문, 학과 간 융합교육과 대학과 대학 간 벽,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산업계와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예비선정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산업계와의 연계를 통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사업과 글로컬대학30 사업과의 변별성은 무엇인가? 지역대학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산업을 새롭게 구조화하고, 지역인재를 지역에서 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궁극적 목적에는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사업은 지자체 주도의 대학지원을 위해 현재 교육부의 약 5조 원 규모의 특수목적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좀 더 확대함과 동시에 그 50% 이상을 지자체 주도로 전환하고 타 부처의 대학 재정 지원도 점차 RISE로 통합 지원한다는 것이며, 보다 안정적인 RISE 구축을 위해 2년간 5개 내외의 시범지역을 선정 운영한 후 2025년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지자체는 RISE 구축으로 관내 대학들과 보다 다양한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지역의 난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경쟁력 있는 우수대학 육성과 지자체-대학-산업체 간 협력 활성화를 유도하여 지역경제발전에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사업은 연속선상에 놓이는 사업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사업 속에서 충분하게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사업을 왜 이렇게 나누어 따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동일한 성격의 사업을 다시 이름만 바꾸어 시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는 사업 공모 준비에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 대학을 더 괴롭게 만드는 일이며, 국민의 세금을 허비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먼저 시작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사업과의 관계성 설정과 추진의 방향성을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미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사업에 선정된 지역은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7개 광역시도이다. 이 지역에 속한 대학들이 이번 글로컬대학30에도 대부분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그 중복성의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2023년 2월 1일 자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추진 계획을 발표한 내용에서도 글로컬대학30 사업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점은 분명하게 정리되어야 할 부분이다. 기록으로 남겨진 그의 육성을 들어보자.

 

“인구구조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 현재 지역과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신산업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됨에 따라서 비수도권부터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인구소멸 위기 지역의 96%가 비수도권이고, 대학교 신입생 미충원의 78%가 지방대학입니다.

한편, 우리 대학 경쟁력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으로, 특히 대학의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대학의 변화가 지역과 대학의 공동위기 극복의 새로운 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말뫼대를 중심으로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를 부활한 스웨덴 말뫼시, 대학을 허브로 삼아 세계적인 연구도시로 도약한 프랑스의 소피아앙티폴리스, 지역 강소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온 독일의 미텔슈탄트대처럼 지역의 놀라운 변신을 이끄는 주체는 결국 대학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지역을 살리는 혁신적인 지역대학을 찾기 어렵습니다. 대학 재정지원이 지역 발전과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부처별·사업별 칸막이가 심각하며, 대학의 경직적인 조직 운영과 혁신을 옭아매는 규제가 지역대학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학지원의 패러다임을 지역혁신 중심으로 대전환하겠습니다. 대학지원의 행·재정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넘겨서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의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역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제, 즉 RISE를 도입하겠습니다.”

 

이 남겨진 기록을 토대로 판단한다면,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제(RISE) 속에서 지역대학을 살려 지역을 살리는 하나의 정책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나가야 했다. 그런데 왜 글로컬대학30이라는 또 다른 사업으로 이원화시켜 지역대학이 공모에 목을 매달게 하고 생존을 위한 자력갱생의 역량을 분산시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교육부의 중앙집권적이고, 전근대적인 교육철학의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결과가 아닐까?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및 고신대 석좌교수.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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