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의 비밀 … 사카린과 아스파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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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의 비밀 … 사카린과 아스파탐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3.07.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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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규 교수의 〈과학에세이〉

 

                                       LNCSs(Low- And No-Calorie Sweeteners) 사진 출처: ifans

인류의 미각은 쓴맛, 신맛, 짠맛, 단맛과 우마미맛의 다섯 가지로 나뉜다. 포도당, 자당, 과당, 맥아당, 젖당 등 당분은 단맛을 강하게 자극하며, 생물의 절대적 연료인 포도당의 원료로 작용한다. 혀에 존재하는 미뢰의 감각세포 집단은 미각 정보를 뇌에 전달하여 단맛 분자에 반응한다. 자연계에서 단맛을 내는 분자 대부분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저분자량의 당이다. 단맛을 내는 젖당은 많은 포유동물 종의 젖에서 발견되는데,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대사될 수 있다. 많은 동물 종에서 당분에 대한 강한 친화력의 진화적 근원은, 포도당같이 즉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사 연료를 확보하기 위한 적응이다. 이 가정을 지지하는 증거는 육식동물 종에 관한 비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일부가 알려졌다. 즉, 이들 종은 식물을 섭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요 단맛 수용체를 지정하는 유전자의 위유전자화에 의해 단맛을 감지할 수 없다. 한편, 단맛을 내는 물질은 진통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단맛이 있을 때의 통증 감소는 설치류와 인류에게서 증명되었다. 예전에 어린이에게서 혈액을 채취할 때 또는 포경수술 동안의 통증 경감 및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단맛 물질이 사용되었다.

단맛을 좋아하고 쓴맛을 회피하는 반응은 선천적이다. 식물은 맛을 내는 화합물을 생성하여 환경에 적응한다. 잡식 또는 초식동물은 매일 일정량 이상의 식물을 섭취해야만 한다. 특정 식물에서 단맛이 우세하다면 그 식물은 안전하며 섭취해도 좋다는 것이고, 쓴맛이 우세하다면 반대의 상황을 의미한다. 이런 단순한 측정 도구를 이용하여 동물은 새로운 식물-유래 식품의 유용성과 안전성을 결정할 수 있다. 미각의 주요 기능은 동물이 신체의 요구에 적절한 식품을 확보하기 위해 진화해왔다.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선천적이나 출생 후의 경험이 반응을 조형할 수도 있다. 당분은 모든 영양분에서 필수적이다. 자연계에서 단맛의 큰 원천인 과일은 상대적으로 열량이 적다. 열량이 풍부한 과일 대부분은 단맛이 덜한데, 이들의 대사 원료는 주로 지방이다. 자연계에는 포도당 원료를 제공하지 않으나 단맛을 내는 모렐린, 타우마틴, 브라제인같이 단맛을 내는 단백질이 존재한다. 스테비아 식물 잎 건조 중량의 25%를 차지하는 스테비아 배당체의 단맛은 인류에 의한 스테비아의 확산을 촉진시켰을 것이다. 이들 단백질의 단맛이 우연한 시간과 사건에 의해 일어났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타우마틴-유사 단백질의 주된 기능은 숙주-병원균 상호작용, 스트레스 내성과 세포 신호전달 조절을 포함한다. 

비만과 당뇨병의 증가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저열량 또는 무열량으로 단맛을 내는 물질(LNCSs)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탄수화물 단맛 분자를 대체하는 LNCSs는 열량 섭취를 감소시키고 당뇨 환자의 혈당 관리를 도와주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LNCSs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각국 정부와 국제적 식품 안전성 기구에 의해 검증이 지속되어왔다. 모든 LNCSs가 단맛을 유도하나 흡수, 대사 및 분비 경로가 달라 안전성 평가에 요구되는 성분 사이에 유의할 만한 차이가 있다. 잘 알려진 LNCSs로는 사카린, 아스파탐, 스테비아 배당체 등이 있다. 스테비아의 단맛 물질은 남미의 원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했으나, 최근 고도로 정제한 스테비아 잎 추출물은 설탕보다 훨씬 단맛을 내나 열량과 영양가가 전혀 없어 많은 국가에서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고 있다. 

사카린은 열량이 전혀 없으며 설탕보다 약 300배 달다. 그러나 사카린의 역사에서 모든 것이 달콤하지는 않다. 설탕 대체제로서 사카린은 1876년에 존스 홉킨스 대학의 렘슨(Ira Remsen) 교수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박사후 연구원이었던 러시아 화학자인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와 콜타르로부터 유래된 생성물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6월 어느 날 밤, 팔베르크는 실험실에서 늦게까지 일한 다음 식사를 하기 위해 손도 씻지 않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가 빵을 먹을 때, 이전보다 유난히 달았는데 음료수도 마찬가지였고 냅킨에서도 단맛이 났다. 팔베르크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혀로 맛보고 나서, 빵과 컵의 물에 자신의 손가락이 닿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렘슨과 함께 자신이 사카린으로 명명한 ‘콜타르 설탕’에 대해 연구하였다. 팔베르크는 1884년에 독일, 뒤이어 미국의 특허를 획득하였고 후에 독일과 미국에 사카린 생산 공장을 차렸다. 이후 당뇨병을 앓거나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사카린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1950년대에 또 다른 설탕 대체제인 사이클러메이트의 시판이 승인되었다. 사이클러메이트와 사카린의 조합은 사이클러메이트가 사카린의 쓴 뒷맛을 가려주었기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1968년에 사이클러메이트가 쥐에서 방광암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판매를 금지하였다. 1970년에 행해진 한 연구에서 사카린 역시 쥐에서 방광암을 일으킨다는 결과에 따라 1977년에 사카린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때 식품 제조업자들, 로비스트들과 소비자들은 최상의 인공 감미료 사용 금지에 항의하는 투쟁에 돌입하였으며, 그 결과 사용 금지는 경고로 바뀌었다. 1970년대에 행해진 연구는 쥐에 사카린의 고용량 투여와 방광암 발병 사이의 상관 관계였다. 훗날의 연구 결과, 쥐에서 방광암의 발병률 증가는 쥐의 특이한 생물학적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 효과는 인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생리적 기작에 의한 것이며, 사카린이 인류에게 방광암을 일으킨다는 역학 증거도 없다. 결국, 2000년에 사카린은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되었으며, 경고 문구도 사라졌다. 사카린은 열에 안정적이고 다른 식품 구성성분들과 화학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저장이 쉽다. 그런 탓에 사카린은 아스파탐의 짧은 저장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함께 사용되기도 한다. 

 

이미지 / Unsplash

아스파탐은 초기에 위궤양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약품으로서 시판 승인을 요청받았을 때, FDA는 화합물의 특성에 기초한 안전성에 대해 조사하였으며, 식품첨가물로도 승인받아 탄산음료와 건조제제에 사용되었다. 아스파탐은 열량이 없고 설탕보다 200배 더 단 감미료로 미국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널리 판매되었다. 아스파탐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아미노산은 고유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아미노산들의 조합에 의해 새로운 맛과 기능이 출현한다. 아스파탐은 감칠맛을 띤 신맛을 내는 아스파르트산과 쓴맛을 내는 페닐알라닌이 펩타이드 결합으로 중합되었으며, 페닐알라닌의 카복실기는 메탄올과 에스터 결합을 갖고 있다. 아스파탐이 인체에 섭취되면 장에서 아스파르트산, 페닐알라닌과 메탄올로 분해되는데 아스파르트산과 페닐알라닌은 신체에 흡수되는 반면, 메탄올은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전환된다. 아스파탐은 다이어트 또는 무설탕 제품에 설탕 대체제로 사용되어 열량 없이 단맛을 제공한다. 아스파탐은 열에 불안정하므로 다이어트 음료, 저열량 디저트 또는 시럽형 소아용 약에 흔히 사용되며, 신체에서 소화, 흡수, 대사되어 배출되므로 혈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스파탐은 설탕과 대사 경로가 다르고 소량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인슐린의 분비를 자극하지도 않는다.

아스파탐은 FDA와 국제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 등에 의해 사용이 승인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권장 섭취량은 50mg/kg 이하로, 체중 60kg인 성인의 경우 일일 권장 섭취량은 3그램이다. 과량 투여 시 아스파탐은 생쥐의 뇌에 현미경적 구멍과 종양을 생성하고, 원숭이에서 간질 발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아스파탐이 식품첨가물로 사용된 첫 10년간 10,000건 이상의 건강 관련 불만이 제기되었으며, 잠재적 발암원이라는 주장이 지속되었다. 인체는 아스파탐을 페닐알라닌, 아스파르트산과 메탄올로 대사하는데, 메탄올이 고농도일 경우 독성을 띨 수 있다. 그러나 아스파탐 섭취량 수준에서 보면 독성을 유발하기에는 아주 적은 양이다. 유전 질환인 페닐케톤뇨증(PKU)을 갖는 사람은 아스파탐에 존재하는 페닐알라닌을 분해할 수 없으므로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그 외 아스파탐은 어떠한 건강 문제에도 명백하게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중론으로, FDA는 “아스파탐은 일반적인 인구 집단에서 안전하다”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사진=MBC 뉴스 캡처

WHO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CRA)는 7월 14일, 아스파탐이 인류에게 ‘가능한 암발생 원인물질’이나, 권장 섭취량 이내면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아스파탐이 인류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최초의 공식적인 딱지를 붙였다는 것이다. ICRA는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하였다. 발암물질 2B군은 인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제한적인 결과만 확인되었거나 동물 실험에서만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이다. 아스파탐에 대한 IACR의 결정은 인류를 대상으로 한 3건의 연구를 통해 아스파탐 섭취와 간암의 일종인 ‘간세포성 암종’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JECFA는 즉각 아스파탐 섭취량이 허용된 범위 내(40mg/kg/일)라면 안전하다고 발표하였다. IARC는 기존의 논문 등을 통해 아스파탐 같은 물질의 발암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실제 섭취량을 고려해서 평가하지 않는 반면, JECFA는 식품을 통해 섭취했을 때의 안전성을 평가하며, 각국 규제기관은 JECFA의 평가 결과를 참고해 안전관리 기준을 정하는데, 우리나라도 JECFA의 권고에 따라 기존의 아스파탐 사용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하였다. 아스파탐이 암과 연관되어 있다는 ICRA 발표에 대해 FDA는 동의할 수 없으며, 잠재적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딱지가 아스파탐이 실제로 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탓에 아스파탐을 이용하는 식품제조업자, 제약회사, 그리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은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카린과 아스파탐에 대한 나쁜 평판은 어디에서 왔는가? 대부분은 화학에 대한 이해 부족 또는 의도적인 왜곡에서 기인하였다. 우리 주변에는 ‘천연적’이란 좋은 것이고, ‘인공적’이란 나쁘다는 그릇된 자연주의적 생각이 존재한다. 실제로, 설탕 같은 천연 물질은 아스파탐 같은 화학물질보다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과일이건 인공감미료건 모든 식품은 화학 구성성분을 갖고 있다. 아스파탐 사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목정(木精)인 메탄올을 주로 지적하는데, 고용량 사용 때에는 독성이 있고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사용 용량이다. 아스파탐은 다른 많은 식품과 마찬가지로 메탄올을 극소량 함유하고 있다. 1개의 다이어트 콜라 캔보다 바나나 1개에 훨씬 많은 메탄올이 들어있으나, 단기간 또는 장기간에 걸쳐 어느 경우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카린과 아스파탐의 역사는 실험실 밖의 화학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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