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의 주요 논제에 대한 저자의 변(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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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의 주요 논제에 대한 저자의 변(辯)
  • 김태훈 공주교육대학교·윤리교육
  • 승인 2023.07.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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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책, 나의 테제_ 『도덕성: 논제 10가지』 (김태훈 지음, 글로벌콘텐츠, 480쪽, 2023.05)

 

도덕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가? 도대체 내가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앎과 행동이 늘 일치하지만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때때로 부도덕한 행동을 할까? 우리의 도덕적인 행동을 이끄는 동기는 무엇일까? 정서는 도덕성 발달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도덕성은 언어의 감옥에 갇혀있는가? 나의 도덕성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이런 의문들은 그동안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필자의 학문적 사유를 이끌어온 동력이었다. 필자의 경험에 의존한다면, 이런 의문들에 대한 대답은 기본적으로 도덕의 문제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필자는 도덕성의 문제가 사변적인 세계에서 규정되는 정적이고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사건들 속에서 논의되고 구성되어야 할 실존적 성격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위의 의문들에 대해 필자 나름의 관점을 투과한 생각을 피력한 것으로, 그것은 곧 도덕교육 학자로서 삶을 살아온 필자의 학문적 사유의 여정이 응축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도덕이 제거된 세계에서의 삶을 상상할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행복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개개인의 마음 저 깊은 곳에까지 울림을 주는 것은 어느 경우든 대체로 도덕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도덕성은 인간의 본성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개인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고 살아가야 하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싫든 좋든 도덕성이라는 심리적 특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을 구성하는 주된 내용으로 인정되었으나 이타심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진화생물학과 신경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타심은 이기심과 더불어 인간 본성의 한 축으로 확고하게 인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가 사람들에게 본래의 이기심을 온전히 무시하고 이타심만을 요구할 경우,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인간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도덕성의 문제를 언급할 때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목적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적 특성인 이타심과 이기심의 최적한 조화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도덕성이 그러한 두 가지의 본성적 특성에 관한 실존적 차원의 조절 능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각자의 인식은 인간을 어떤 관점에서 이해하는가와 직간접으로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철학적 가정은 결정주의와 자유주의를 양극단으로 하는 하나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각자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 스펙트럼 어딘가의 지점에 속할 것이며, 그것은 그 사람이 도덕성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와 직접적인 상관성을 갖는다. 도덕적 추론이라는 것은 자신이 지닌 도덕성에 기초하여 전개하는 사고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사람마다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결정주의적인 철학적 가정에 따르는 사람은 도덕성을 사회의 규범을 내면화하여 그에 따라 행동하고자 하는 성향으로 이해한다. 개인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는 생각은 문화가 행동을 통제하는 일련의 기제라는 견해와 결합하여왔다. 여기에는 이기심과 이타심이라는 두 심리적 성향의 최적한 조화가 이미 사회적 규범 안에 전제되어 있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은 개인의 도덕성 발달을 공동체의 형식적 규범과 비형식적 관습을 준수하는 사회화 과정으로 이해한다. 도덕성을 수동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대체로 사회적 질서와 조화를 중시여기는 사람이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에 자유주의적인 철학적 가정을 따르는 사람은 도덕성을 개인의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구성적 산물로 이해한다. 이 관점에서는 개인을 단순히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는 추론과 해석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체계를 구성해나가는 존재로 인식한다. 이런 관점을 옹호하는 사람은 개인이 사회적 경험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에 대한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와 관련하여 보편화 가능한 의무를 발견하여 구성한다고 말한다. 즉, 이기심과 이타심이라는 두 성향의 최적한 조화 지점을 상황에 따라 각자 개인이 구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이성적 주체인 인간의 주관적 인식 간에는 공통적인 영역이 존재할 것이라는 낙관적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체로 자신의 도덕적 삶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설정하여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이런 관점을 선호한다. 

개인이 위의 스펙트럼에서 어떤 관점을 옹호하든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각각의 관점은 그 나름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이 지닌 도덕성이 각기 다른 도덕적 상황에서 그때마다 구체적으로 옳은 행위를 말해주지 않으며, 또 그럴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우리는 대부분 순간 두 성향의 최적한 지점을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도덕성에 관한 논의는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지하고 있어야 하며,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의 도덕적 이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자신의 개별성을 잃는 순간, 개인의 존재 자유는 상실된다. 더군다나 개인의 인격체는 완성된 온전한 실체가 아니라 형성되고 있는 과정적 자아이다. 도덕적 존재자로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일상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형성하고 있는 도덕성의 실체를 지속해서 탐색하고, 자아의 체계 내에서 그것이 중심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도덕성과 관련한 일련의 구성적 접근은 개인이 자신의 도덕적 삶의 방향과 목적, 방식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그에 책임을 지는 능동적 삶의 역량을 갖춰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의 각 장에서 다루는 논제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장은 ‘도덕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논의한다. ‘도덕’, ‘윤리’, ‘도덕성’의 용어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검토한다. 이를 바탕으로 도덕성의 개념을 기존의 도덕철학 및 도덕 심리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적 관점에서 정의하고 그의 특성을 논의한다.

제2장은 ‘인간은 선한가?’라는 주제를 논의한다. 여기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의 유가 철학자 맹자와 순자의 인성론을 실마리로 논제를 풀어간다. 맹자와 순자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성선과 성악의 근거를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를 고찰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들의 담론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 것인지를 밝힌다. 

제3장은 ‘나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논의한다. 이 물음에 내포된 ‘도덕적’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우리’가 아닌 ‘나’는 왜 그러한 삶을 중시하며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논의한다. 그동안 도덕철학 분야에서 이 물음과 관련하여 제시되었던 답변들을 외재적 동기에서 나오는 것과 내재적 동기에서 나오는 것으로 구분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실제적이고 경험적인 차원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모색한다.

제4장은 ‘앎과 실천이 늘 일치하지만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다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행일치의 문제는 철학적 담론의 화두에 해당한다. 여기에서는 동양 철학자 주자(朱子)와 양명(陽明)이 제기했던 지행병진(知行竝進)과 지행합일(知行合一) 학설의 핵심적인 논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어, 앎(知)과 실천(行) 사이의 심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요소들과 그의 작동 기제를 제시하고, 도덕적 행동을 위한 동기가 다원적으로 유발되는 사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논의한다. 

제5장은 ‘우리의 도덕적 행동을 이끄는 동기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다룬다. 블라시(A. Blasi)가 이와 관련하여 제시했던 ‘도덕적 자아 모델’과 그의 확장적 접근에 해당하는 ‘인격 모델’을 차례로 검토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용어나 개념을 지적한다. 그리고 도덕적 자아 정체성을 중심으로 우리의 도덕적 행동을 이끄는 동기에 관하여 종합적으로 논의한다.

제6장은 ‘우리는 왜 부도덕한 행동을 하는가?’라는 주제를 논의한다. 사람들이 부도덕한 행동을 하게 되는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진화 역사적 관점에서 도덕규범의 발달을 추론하고, 사람들이 부도덕한 행동을 한 이후에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기제를 통해 논의한다. 

제7장과 8장은 도덕적 정서 가운데 ‘공감’, ‘죄책감과 수치심’이 도덕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한다. 공감의 자의(字意)를 중심으로 이의 개념을 동정과 비교하여 정의한 후, 공감의 구성요소, 생물학적 기반, 그의 발달 기제를 고찰한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도덕성 발달에서 공감의 정서가 발휘하는 역할을 논의한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중요한 도덕적 정서에 해당하는 죄책감과 수치심이 개념상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검토하고, 선행연구들을 중심으로 그의 발달 과정을 추적한다. 죄책감과 수치심의 도덕적 정서가 우리의 도덕성 발달에 어떤 긍정적 및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의하고, 우리가 어떤 측면에 유의해야 할 것인지를 밝힌다.

제9장은 ‘도덕성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는가?’라는 주제를 논의한다. 인간의 도덕성과 언어가 그 기원과 발달에 있어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발달 심리학, 진화심리학,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특히 인류의 진화 역사를 중심으로 도덕성의 형성과 발달이 언어의 등장을 전제로 한 것인지 혹은 언어의 등장과 무관하게 이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였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도덕성(도덕적 사고)과 언어의 지배적 상관성과 관련한 논란을 구명한다.

제10장은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의 도덕성은 어떻게 발달하는가?’라는 주제를 논의한다. 여기에서는 도덕성의 구성적 발달을 위한 예비적 논의로 도덕성의 발달을 바라보는 관점들과 도덕 판단의 정당화 문제를 고찰한다. 그리고 나의 도덕성을 어떻게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인가의 구성적 방법론의 방안을 논의한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나의 도덕성의 구성적 방안’은 도덕적 존재자로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나름의 시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태훈 공주교육대학교·윤리교육

서울교육대학교와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에서 도덕교육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와 중국 베이징사범대학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연구 활동을 하였고, 한국초등도덕교육학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공주교육대학교에서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도덕성 발달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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