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학 담론》 간개(簡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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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학 담론》 간개(簡介)
  • 김만원 강릉원주대·중어중문학
  • 승인 2023.07.1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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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고대 중국학 담론』 (김만원 지음, 역락, 548쪽, 2023.06)

 

저자는 고대 중국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뭔가 근본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중국의 고사를 총망라한 ≪산당사고山堂肆考 역주譯註≫(20책)와, 한자의 조합 원리와 연원에 관한 ≪사물기원事物紀原 역주≫(2책), 고대 중국인의 성씨의 유래 및 그에 속한 역대 인물들에 관한 ≪씨족대전氏族大全 역주≫(4책), 청나라 때 공인받아 사고전서에 수록된 경서류經書類ㆍ사서류史書類ㆍ자서류子書類ㆍ문집류文集類 등 약 3,500여종의 도서에 관한 해설서인 ≪사고전서간명목록四庫全書簡明目錄 역주≫(4책), 그리고 더 나아가 ≪백호통의白虎通義≫, ≪독단獨斷≫, ≪고금주古今注≫, ≪중화고금주中華古今注≫, ≪금루자金樓子≫, ≪소씨연의蘇氏演義≫, ≪간오刊誤≫, ≪자가집資暇集≫ 등 중국 고증학에 관한 역주서까지 약 20년에 걸쳐서 연이어 세상에 선보였다.

이상의 역주서들을 출간하면서 저자는 고대 중국학과 관련하여 ‘일반인들이 평소 그냥 지나치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면 어떠할까?’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품게 되었다. 즉 이 책은 저자가 그 동안 출간한 역주서들을 통해 체득한 지식과 논리를 바탕으로, 이러한 의구심이나 궁금증에 답하고자 시도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고대 중국학과 관련하여 앞서 출간한 ≪고대 중국의 이해≫가 총론적 성격의 저술이라면, 이 책 ≪고대 중국학 담론≫은 각론적 성격의 저서라고 구분지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수록한 담론들은 저자가 학생들의 고대 중국학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별적으로 정한 소주제 하에 외형상 ‘기승전결起承轉結’의 형식을 갖춰 네 단락으로 작성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수업을 위해 아프리카TV에 개설한 중국고전강의실 일반게시판에 연재했거나 연재할 글들이다. 이 책은 이것들을 모아 다시 ‘개별 한자’ ‘한자 어휘’ ‘고사성어’ ‘고대 정치’ ‘고대 경제’ ‘고대 사회’ ‘고대 문화’ ‘고대 문학’ 등 8종의 대주제별로 정리하여 편집한 것이다. 이상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구체적인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먼저 개별 한자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고급 과일인 ‘석류石榴’라는 말에서 앞에 ‘돌 석石’자가 왜 붙어 있을까? 이를 재미삼아 학생들에게 퀴즈로 냈더니, 대부분 ‘돌맹이처럼 생겨서’ 혹은 ‘바윗가에서 잘 자라서’라고 나름대로 그럴듯하게 추측해 본다. 그러나 정답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다. 원래 ‘석류’의 본명은 ‘안석류安石榴’인데, 짝수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2음절을 선호하는데다가, 성가시기도 해서 앞의 ‘안’자를 생략하고 ‘석류’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면 ‘안석’은 또 무슨 말인가? 옛날 서역西域에 ‘안석국’이란 나라가 있었는데, 석류의 원산지가 바로 안석국이다. 따라서 ‘석류’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원산지가 안석국인 유실榴實’이란 말이 된다.

다음으로 한자 어휘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언론 매체에서 범한 실수를 한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어느 종편 TV에서 요즘 신세대들이 ‘심심한 사과’를 ‘매우 깊은 사과’가 아니라 ‘심심해서 던지는 사과’로 곡해할 정도로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언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 예로 지도층 인사들이 흔히 연설에서 내뱉는 ‘국가의 안위를 지킨다’는 말이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편의복사褊義複詞’의 원리를 모름으로써 생겨난 오류이다. ‘편의복사’란 우리말로 옮기면 ‘의미(義)가 한쪽으로 치우친(褊) 2음절 단어(複詞)’라는 뜻이다.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가진 한자가 결합했을 때, 한쪽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선택하여 활용하는 어휘를 가리킨다. 이러한 원리에 의하면 ‘안위’는 ‘안전과 위험’이란 뜻도 되지만, 그냥 ‘안전’이란 의미를 강조하는 표현도 된다. 따라서 ‘국가의 안위를 지킨다’는 표현은 ‘국가의 안전을 지킨다’는 말과 유사하기에, 전혀 이상한 말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 따라서 그 종편 TV가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뉴스를 내보내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다음으로 고사성어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절세미인을 비유하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의 의미를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로 빼어난 미녀’라고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원래 이 말은 전한 무제武帝 때 악사樂師인 이연년李延年이란 사람이 미모가 출중한 자신의 여동생을 천거하면서 부른 노랫말에서 유래하였다. 따라서 만약 ‘경국지색’을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로 빼어난 미녀’로 해석하게 되면, 이연년이 자신의 여동생을 황제에게 소개하면서 그녀를 가까이하면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자기 고백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니, 이는 자신의 여동생을 폄훼하는 말일 뿐만 아니라 황제에게 불충을 저지르는 행위나 진배없는 것이다. 이연년이 그러한 의도로 노래를 지었을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경국지색’은 미녀를 구경하기 위해 국토가 한 쪽으로 기울 정도로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는 의미에서 글자 그대로 ‘국토를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할 정도로 빼어난 미녀’라고 해석해야 당시 상황 논리에 맞는 말이 된다. 다만 후대에는 의미가 와전 내지는 확장되어 ‘나라가 망하도록 기울어지게 하는 미녀’라는 인신의引伸義가 생겨났다고 이해하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다음으로 고대 경제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십일조十一租’란 말의 의미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요즘은 주로 특정 종교 단체에서 사용하는 말이 되었지만, 원래는 중국 고대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무거운 세법이었다. 중국 고문헌에 의하면 나라 형편이 좋을 때는 세금을 소득의 30분 1로 줄였다가, 재정 형편이 좋지 않으면 ‘십일조’로 거두었다고 한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자신의 전체 수입에서 십일조가 아니라 ‘십이조’ 내지 ‘십삼조’를 내고 있다. 옛날에 비해 더욱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사회 기반 시설의 확충 등 국가 재정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으니 세금이 더 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봉급에서 거의 십일조를 원천징수할 뿐만 아니라, 각종 물품을 구입할 때마다 다시 부가가치세로 십일조를 거두고 있는 것일 게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늘날이야말로 ‘가렴주구苛斂誅求’의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불평등 해소와 사회 복지 등을 위해서는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하니 어쩌랴? 그렇기에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역설적이나마 자가용도 몰고,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심으로써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야말로 애국자라고 말할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는 이상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은 담론들을 약 280여 편 가량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고대 중국학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궁금증이나 오해들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로써 일반 독자들도 고대 중국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정보는 물론, 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소박한 희망 사항이다.


김만원 강릉원주대·중어중문학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 ≪고대 중국의 이해≫, ≪蘇氏演義ㆍ刊誤ㆍ資暇集 譯註≫, ≪金樓子 譯註≫, ≪獨斷ㆍ古今注ㆍ中華古今注 譯註≫, ≪白虎通義 譯註≫, ≪두보 근체시 명편≫(공역)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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