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지위 향상에 더 많은 관심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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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지위 향상에 더 많은 관심 기울여야
  • 김범수 논설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 승인 2023.07.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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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칼럼]

최근 인구절벽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교육통계 분류상 직위는 전임교원이지만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2015년 8월 김태년 의원실이 발표한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사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숫자는 2배 이상 증가하여 사립대학의 경우 전체 전임교원 중 20.6%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더 나아가 2021년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 사립대학의 경우 2020년 기준 157개 대학 가운데 자료를 제출한 89개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비율은 47.9%에 달하고 있다. 사실상 일반 사립대학 전임교원의 절반이 비정년트랙이라는 이야기다.

대학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정년트랙 점임교원은 일정한 재임용 기준을 넘어설 경우 횟수에 제한 없이 재계약은 가능하지만 정년보장 심사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구분된다. 또한 계약 기간에 있어서도 정년트랙 조교수, 부교수의 계약 기간이 4~6년에 달하는 반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계약 기간은 1~2년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승진에 있어서도 학교에 따라 조교수에서 부교수로의 승진은 가능하지만 정교수로의 승진은 불가하다. 이외에 급여와 수당, 근무 환경과 복지, 학내 의사결정 참여 등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과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급여는 일반적으로 정년트랙 대비 65~70%에 불과하며, 각종 인센티브나 연구비 지급 등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처우가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대학 입장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대학평가 주요 지표인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00년대 중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가 새로운 교원 임용 제도로 도입된 이후 대학기관인증평가와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에서 배점이 높은 전임교원확보율 지표 계산 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교육부는 더 나아가 2016년 12월 20일 고등교육법 제15조(교직원의 임무) 제2항 개정을 통해 교원은 “필요한 경우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지도, 학문연구 또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의 따른 산학연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대학들이 강의전담교수, 교육전담교수, 연구전담교수, 산학협력중점교수 등 다양한 명칭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상당수 대학이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앞으로 일부 국공립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계약직 비전임교원인 강사나 미취업 박사 등에 비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처우가 정년트랙에 비해 불리하긴 하지만 비전임교원과 미취업 박사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비전임교원과 미취업 박사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사업 카테고리 분류를 보면 비전임교원과 미취업 박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여럿 있지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의 대학이 학과(부) 홈페이지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전임교원으로 소개하고 있고, 정확한 처우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비슷한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한편으로는 교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수가 아닌’ 대학 사회의 또 다른 ‘경계인’이자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학이 위기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와 교육 당국이 대학 교육과 연구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지위 향상과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고등교육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원의 역량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처우가 열악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자리만 양산될 경우 우수한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학계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이미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된 현상으로 ‘긴 시간 동안 엄청난 노력을 들여 박사 받고 비정년트랙 교수할 바에야 어디든 의대에 가서 졸업하고 의사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인식이 더욱 팽배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결국 대학 고등교육의 질 하락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2월 모 대학이 교수회의 등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참여를 배제한 것과 정년트랙 교수에게 지급하는 가족수당, 자녀학비 보조수당, 후생 복지비 및 성과상여금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사회에 시정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지위와 처우는 별다른 개선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09년 이후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고 인구절벽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존폐의 기로에 선 대학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지위 향상과 처우 개선을 위해 추가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교육 당국이 적극 나서 국가 전체적으로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고, 대학평가 전임교원확보율 계산식에서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가중치를 달리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는 것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대교협 등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부 지원 고등교육 예산 규모를 현재의 GDP 대비 0.6%에서 OECD 평균인 1.1%로 늘리고, 또한 현재 초중고 교육에만 사용하도록 제한되어 있는 교육재정교부금(2022년 기준 1년에 약 80조 원)을 고등교육 질 개선과 대학 교원의 지위 및 처우 개선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대학 사회 내부와 학계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지위를 인정하고 동료애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공감을 늘려 나가는 것 또한 매우 필요해 보인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지위와 처우가 조만간 더욱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범수 논설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학부장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이란 무엇인가: 공정한 나를 지켜줄 7가지 정의론』(아카넷, 2022), 『평화학이란 무엇인가: 계보와 쟁점』(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22, 공저), 『한일관계 갈등을 넘어 화해로』(박문사, 2021, 공저), 『인권의 정치사상: 현대 인권 담론의 쟁점과 전망』(이학사, 2010, 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정의, 인권, 평화, 민족주의 등 현대정치이론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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