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여성 임원 변화…수동적인 차별철폐보다는 능동적인 다양성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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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여성 임원 변화…수동적인 차별철폐보다는 능동적인 다양성 전략 필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7.0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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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T 정책이슈 브리프]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 내 사내이사는 늘지 않고 사외이사들만 교체되면서 법의 본질적 취지와 부합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기업 전자공시시스템(DART: Data Analysis, Retrieval and Transfer System)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상위 500대 기업의 성별 임원 현황 및 변화를 살펴보고 다양성 관련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는 정책이슈 브리프 <국내 대기업의 여성 임원 변화를 통해 본 다양성 확보에 대한 시사점>(작성자: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을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는 대기업들의 여성 공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20년이 지난 2010년이 넘어서 여성 임원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의 추이를 살펴보고, 여성 임원들의 절대적 수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조직 내의 다양성 확산에는 한계가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다양성 확보를 통한 기업 경쟁력 확보라는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를 깊이 고찰해 시정해 나가야 하며 이를 제도화 시킬 때 목적을 이룰 수 있다.

1960년대 초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 이후 백인 지배 계급이 흑인 사회를 다루는 방법의 변화를 살펴보면, 기존의 억압 위주에서 흑인 사회 내 일부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예술인, 정치인 등을 앞세워 흑인 사회가 변화한 것처럼 보이는 정책을 펼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흑인들의 삶은 큰 개선이 없었다.

이처럼 구조적 변화 없이 일부 대표성을 띤 몇몇의 변화만을 강조할 때 본질적 변화의 한계성이 드러나므로, 다양성에 대한 접근을 수동적인 차별철폐라는 규범적 가치로만 접근한다면 기업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크므로 보다 능동적인 다양성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인력 다양성 제고를 통한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기업은 3E, 즉 동등한 기회(Equal Opportunity), 동등한 지위(Equal Position), 동등한 임금(Equal Pay)이 전제조건임을 인지하고, 조직의 현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더불어 다양성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제도적 변화를 통한 다양성 확보인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 전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 사회와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다양성 확보를 통한 성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성별, 나이, 인종, 교육적 배경 등 사회정체성 차원의 접근과 함께 상호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초로 할 수 있는 인지적 다양성에 대한 접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 국내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 현황과 변화

∎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내 대기업에 여성 임원들의 임용되면서 2022년 6%대로 증가추세에 있으나 여성 임원들의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큰 변화가 없음 

ㅇ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 첫 시행과 대학의 여성 재학생 30% 돌파가 큰 배경으로 작용하여, 1992년 비서전문직, 1993년 여성전문직 공채로 한국 대기업에 실질적인 ‘여성공채’ 시대가 도래하였으며, 200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화된 대기업에서 공채출신 여성 임원과 외국계 기업에서 스카웃된 여성 임원이 등장함

ㅇ 2010년 2%를 돌파한 여성 임원 비중이 2022년 1분기에는 6.3%가 되었으나, 남녀 직원 대비 남녀 임원 비중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5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 임원 후보 인력풀이 여전히 미미함을 알 수 있음

ㅇ 2015년 이후 2022년까지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은 269명에서 913명으로 2.4배 증가했으나, 이 기업들의 여성 직원 비중은 여전히 25%대에서 정체하고 있어, 고용의 연속성이 단절되고 상위직급에서의 여성 비중이 현저히 낮은 것을 유추할 수 있음

ㅇ 성 직원 대비 남성 임원의 비중은 10년 동안 1.3%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여성 직원 대비 여성 임원의 비중은 여성 임원 수의 증가로 0.08%에서 0.27%로 대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남성 대비 1/4에 불과함

∎ 국내 대기업의 여성 임원 증가의 한계성에 대한 고찰 

ㅇ 여성 임원들의 직무별 분포가 특정 직군인 기술, 마케팅 등에 쏠려있는 반면, 재무, 경영총괄, 인사 등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함

ㅇ 특히 재무는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은데,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한국 여성 CFO가 많은 반면 국내 대기업엔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오너일가 중심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대기업들의 운영방식에 여성이 끼지 못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줌

∎ 자본시장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변화에 따른 대기업의 여성 임원 변화를 보면 법의 시행 전과 후에 기업들의 양적 변화는 있지만 질적 변화에 대한 한계 노출 

ㅇ 다양성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법의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듯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내이사의 여성의 비중은 변화가 전혀 없었으며, 상대적으로 경영적 의사결정에 영향력이 작은 사외이사 구성에서만 여성의 비중이 증가했음

ㅇ 그나마 신규로 선임된 여성 사외이사들도 기업 엘리트 집단유지 기능을 통해 “끊어진 연결복구(broken-tie-reconstitution)”를 위해 사외이사들의 사회적 배경, 외부조직을 연결하는 기업이 제공하는 외부 자원의 획득과 조달을 쉽게 하기 위한 역할을 강요받는 조직 구성을 보임으로써 한계성을 드러냄

ㅇ 자본 시장법 개정 이후 증가한 여성 이사들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학계(48%), 관료(18%), 재계(17%), 법조(10%) 순으로 남성 사외이사들의 이력 비중 순서와 비슷한 형태를 보였음. 남성 사외이사의 이력 비중은 학계(35%), 관료(34%), 재계(18%), 법조(5%) 순이었음.

ㅇ 관료 출신 여성 사외이사들의 이력 또한 남성 사외이사의 관료 출신 이력 분포와 비슷한 검찰, 사법부 등으로 여성 사외이사 증가가 기존의 엘리트 집단 유지 기능을 유지하는 기능의 연장선 상에 있음을 알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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