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만이 유일한 상수 (The only constant is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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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만이 유일한 상수 (The only constant is change)
  • 조희련 중앙대·정보학
  • 승인 2023.07.0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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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작년부터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부생(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파이썬 텍스트 분석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데, 올해는 ChatGPT의 등장으로 시험 방식을 바꾸어야 했다. 이 수업은 구글 Colab이라는 파이썬 온라인 프로그래밍 환경에서 파이썬 프로그래밍 기초와 다양한 텍스트 분석 방법을 학생들이 직접 실습하며 배우는 수업이다. 작년에는 학생들로 하여금 Colab에서 퀴즈와 시험 문제를 풀도록 했고, 수업, 퀴즈, 시험 내내 자유롭게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올해는 ChatGPT의 등장으로 이러한 온라인 시험 방식을 수정해야만 했다. 올 3월 수업 첫날에 나는 학생들에게 수업, 퀴즈, 시험 때 인터넷 검색은 물론, ChatGPT를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고 공지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따로 ChatGPT 사용 여부에 대한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 기술을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을 선택했다. 만약 학생들이 ChatGPT를 적절히 활용하여 프로그래밍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다면, 그것도 유용한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일부 학생들이 ChatGPT를 무턱대고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내가 낸 문제를 ChatGPT에 그대로 복사하여 붙이기만 하면, ChatGPT가 정답 코드를 주르륵 출력해 줬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이 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내 딴에는 성능 좋은 그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고 생각했는데 물고기를 그대로 잡아 올리는 로봇을 건네준 꼴이 돼버렸다. 결국, 기말시험은 파이썬의 기초 지식을 묻는 사지선다형 종이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시험 방식을 수정해야 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삶의 방식이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교육 현장 또한 그러하다. 내가 학부생이었을 때(참고로 나는 91학번이다), 한 전공 교수님께서 세피아 색으로 바랜 공책을 들고 오셔서 그 내용을 그대로 우리에게 가르치셨는데, 그때는 지식을 손에 넣기 어려워 교수님의 지식이 귀중했지만(지식의 독점), 지금은 지식이 곳곳(인터넷)에 널려 있어서 교수님처럼 가르칠 수는 없을 것이다(지식의 인플레이션). (물론 전공에 따라서는 수십 년간 가르치던 내용을 그대로 가르칠 수도 있겠지만….) 

게다가 최근 뉴스를 보니,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올가을부터 내가 가르치는 과목과 비슷한 프로그래밍 수업에 인공지능 조교를 도입한다고 한다.† Chat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의 등장으로 이제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세심한 개별 지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뉴스를 보면서 급속하게 변화하는 교육 현장에서 나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고민하게 됐다.
(† The Harvard Crimson, 2023/06/30, “CS50 Will Integrate Artificial Intelligence Into Course Instruction,” https://www.thecrimson.com/article/2023/6/21/cs50-artificial-intelligence/)

최근 읽은 일본경제신문의 특집 기사에 따르면, 증기자동차가 발명된 1769년에 사람의 1시간 생산성을 1이라고 했을 때, 전화와 라디오가 발명되었을 즈음에 사람의 생산성이 3~5배 증가했고, 컴퓨터와 인공위성이 발명되었을 즈음에 10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95가 발매되었을 즈음에 20배, 그리고 2022년에 ChatGPT가 공개됐을 때 생산성이 27배가 되었다고 한다.‡ 
(‡ 일본경제신문, 2023/06/23, “인류의 생산성, 250년에 27배 증가, 기술의 빛과 그림자,”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CA1529M0V10C23A6000000/.)

이렇게 한 사람이 1시간당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일감이 같다면) 더 빨리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업무의 자동화가 여기에 포함될 경우,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의 축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교육 현장 또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비용 절감이 절실한 때에 생산성 향상이 필수 목표가 될 것인데, 이때 하버드 대학교의 사례와 같은 업무 자동화가 우리 교육 현장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교육자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희련 중앙대·정보학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교수. 일본 교토대학에서 정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국민대학교에서 감성분석과 인간행동인식 연구를 수행했고,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에서 데이터 구축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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