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지리학자가 말하는 세상의 역사·도시·경제·문화 - 지리학적 시선으로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발견하고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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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지리학자가 말하는 세상의 역사·도시·경제·문화 - 지리학적 시선으로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발견하고 이해하다!
  • 정은혜 건국대학교·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
  • 승인 2023.06.25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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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 공간은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짓는가』 (정은혜 지음, 보누스, 288쪽, 2023.05)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은 지리만 다루지 않는 지리책입니다. 물론 지리를 알면 더욱 잘 보이는 인간세계를 역사, 도시,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성하였습니다. 지리학은 크게 자연지리학과 인문지리학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필자가 인문지리학을 전공으로 한 만큼, 보다 인문지리학적인 관점에서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하게 탐구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리적 사고법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지리적 사고법이란 무엇일까요? 지리적 사고는 단순히 “장소가 어디에 위치하는가?” 정도의 질문과 대답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과 공간이 어떻게 서로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지리적 사고법인데, 필자는 각 공간이 어떻게 상호 연관되어 있는지, 장소와 경관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과거·현재·미래의 도시에는 어떠한 과제와 문제가 남아있는지 등을 직접 답사한 지역과 사진, 그리고 지도 등의 자료들을 제시함으로써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울러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문학이나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설명에 활용함으로써 문화·역사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필자는 이 책을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하여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여섯 개의 테마를 붙였습니다. 

1장에서는 지리를 알면 보이는 ‘장소’입니다. 단순히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와 가치가 담긴 공간으로 장소를 정의하고, 장소에 대한 지리적 호기심으로 장소가 보여주는 자화상을 읽어보고자 했습니다. 많은 장소들의 답사 사진을 근거적 사료로 제시하였는데 특히 장소가 보여주는 과거와 근대, 현재의 모습을 투영하여 보여주고자 노력하였습니다.

 

2장에서는 지리를 알면 보이는 ‘세계’를 다루었습니다. 세계란 단순히 땅덩어리의 집합이 아니라 공간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역사와 문화의 집합으로 해석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의 역사를 지리적으로 되돌아보고, 세계가 서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장에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간들이 만나고 교류하며 이루어낸 과정을 문명과 문화의 발달로 설명하고, 또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등의 용어를 통해 세계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에 주목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현재의 세계화라는 이름 속에 감추어진 신식민주의를 반세계화 목소리와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현재에도 여전히 불평등한 세계시스템 속에서 공간이 반영되고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3장은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경관’을 다루고 있습니다. 경관이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특정 의미와 신념을 전달하는 텍스트로서, 경관에 새겨진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특정한 시대와 문화의 가치관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모든 경관은 그냥 단순하게 무작위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특색을 가지게 된 것임을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필자가 답사한 여러 지역의 경관들을 사례로 보여주면서 일상적 경관, 상징적 경관, 힘의 경관, 절망적 경관, 버려진 경관 등을 분류하여 분석함으로써 경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4장은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경제’를 다루었습니다. 경제란 단순히 돈과 물건의 교환이 아니라 공간적 위치와 입지에 따라 결정되는 활동으로서 세계의 빈부 격차를 지리적으로 이해하고, 입지의 원리와 집적경제의 효과에 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 지리학적인 위치로 인해 많은 수난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한국전쟁 이후 고도의 압축 성장을 하면서 서울 수도권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졌음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 초국적기업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경제원리, 경제지도, 수치 등과 함께 제시하였습니다.

5장에서는 지리를 알면 보이는 ‘도시 및 도시화’에 대해 도시경관과 함께 자세히 이야기하였습니다. 도시란 단순히 인구가 밀집한 곳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문화가 집중되고 변화하는 공간으로서, 도시의 기원과 역사를 추적해 보고, 도시화라는 것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문명의 발달은 인구와 물자의 집적도를 높이고, 도시화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음을 살펴보며, 결국 도시화의 척도가 문화의 척도로 비견될 수 있음을 알아보았습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지리를 알면 보이는 ‘도시구조와 디자인’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도시구조란 단순히 건물과 도로의 배치가 아니라 도시의 기능과 특성을 반영하는 형태이기에, 도시가 땅을 대하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도시 속의 군집과 분리 현상을 분석하고, 도시디자인과 전통의 진화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미 전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생활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모든 지역은 도시화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임을 조망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고밀도 집적화라는 수도권 문제를 종주 현상으로서 들여다보았습니다. 근래에는 이러한 상황에 반하는 탈도시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간과하지 않고 들여다보았습니다.

스스로를 낭만지리학자라 칭하는 필자로서 감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은 많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문지리학적 관점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자료일 것이라 자부합니다. 나름의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답사 경험을 바탕으로 지리의 원리와 현상을 쉽게 설명하고자 가급적 책 안에 많은 답사 사진과 그림, 지도 등을 수록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 자료들은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론과 현상에 대한 충분한 근거자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이 지리에 대해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나아가서는 지리에 대해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자료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지리는 우리의 삶과 역사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은 많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가고 싶은 공간, 살고 싶은 공간, 알고 싶은 공간과 그 반대의 공간들에 대해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책으로 여겨주면 좋겠습니다.


정은혜 건국대학교·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

건국대학교 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 교수. 경희대학교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건국대학교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 교수, 동 대학 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와 한국도시지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2023), 《지리학자의 공간읽기: 인간과 역사를 담은 도시와 건축》(2018)이 있으며, 그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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