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무엇을 위한 교수노동조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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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무엇을 위한 교수노동조합인가?
  • 김철홍 인천대 교수
  • 승인 2023.06.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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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2001년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이 출범한 이후 20년 가까운 투쟁을 거쳐 2018년 헌법재판소의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이후 2020년 교원노조법의 개정에 따라 마침내 교수들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국교조)와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사교조)이 설립되었다. 

교수노조는 물론 국교조와 사교조 모두 그들의 강령과 창립선언문에는 고등교육의 정상화와 발전, 대학의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과연 교수노동조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동자성을 담아내는 조합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기존의 지식인 운동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조합의 상층부를 중심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조합만의 이익을 위한 활동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엄중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에 교수노조와 국교조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두 노동조합이 교육부와의 공동교섭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교조는 작년에 단체교섭을 한 결과를 내세우고 기득권을 주장하며 교섭단의 구성과 공동교섭안의 작성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자칫 국공립대학만을 대상으로 교섭하겠다는 교육부 논리에 유리한 국면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분명한 것은 이번 교육부와의 공동교섭은 국공립대만의 문제가 아닌 사립대와 지방대를 포함하는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교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상황에 서로 갈라지고 한줌도 안되는, 있지도 않은 기득권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대학산별노조가 되기 위해서는 국교조, 사교조가 교수노조와 하나가 되어 대학을 사유화하는 사학재단과 고등교육의 책임을 방기하는 교육부와 정권에 맞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노조가 이번 교육부와의 단체협약에서 국교조의 기득권 주장을 지혜롭게 돌파하고 교수노조운동의 선봉에서 역사적 소명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교육부가 사학의 문제는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우리 교수노조와의 교섭을 회피하려는 전술이 눈에 보인다. 교육의 문제를 고등교육의 공공성 사학재단의 전황과 지배권력의 문제를 법적인 기준으로만 풀어낼 수 있는가? 대학은 공공재이다. 공공성에 바탕을 둔 교육철학과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여 교육정책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의 사립대학에 수천수백억 원의 세금이 지원되는 상황에서 지원에 따른 감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직무 유기이자 교육에 대한 책임의 방기다.

대학 내의 정규직, 비정규직의 문제는 일반 사업장 못지않게 심각한 실정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게 된다. 국공립대, 사립대, 수도권, 지방대로 나뉘어 자그마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의 공공성과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교수들의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많은 생산현장의 일반노조 동지들과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대중들의 눈을 두려워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분야애서 사회발전을 위한 전문성과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방해하고 억압하는 권력과 기득권을 향한 투쟁에는 추상같은 꾸짖음과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교수노동조합이 되어야 한다. 정당한 인권적, 헌법적 권리인 노동권의 탄압과 공안몰이를 정권 유지와 지지세력에 대한 지지율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이 추악한 정권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교수노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교수가 노동조합을 하니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라는 평가는 교수들의 노동조합이 지식인 운동이 아닌, 상대적 기득권의 유지가 아닌 연대와 투쟁이라는 노동자성에 바탕한 진정한 노동조합으로서 역할을 다할 때 우리 교수노동조합들이 선언문에서 천명한 대학의 공공성과 민주화의 길에 한 걸음 나아가게 될 것이다.


김철홍 인천대 교수

• (현) 인천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현) 교수노조 단협특위 위원장
• (전) 교수노조 국공립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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