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통해 본 한국 근현대문화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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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통해 본 한국 근현대문화의 흐름
  • 안미영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
  • 승인 2023.06.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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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소설로 읽는 한국근현대문화사』 (안미영 지음, 역락, 392쪽, 2023.05)

 

이 책은 소설을 통해 한국 근현대문화의 흐름을 소개한 것입니다. 소설은 인물, 사건, 배경을 구조적으로 구체화한 장르로서 한 작품에는 한 시대의 문화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데올로기, 남성과 여성의 삶, 생활, 언어, 제도, 정치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개화기부터 1960년대에 걸쳐 주목할 만한 문화의 추이를 담아냈습니다. ‘근대’, ‘해방기’, ‘한국전쟁 이후’라는 분기점을 기준으로 한국 문화의 전개 과정을 네 가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근대,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문화(文化)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양식을 일컫습니다. 몸 담론은 근대문화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준거입니다. 몸이라는 자연성(nature)에 경작된 문화(culture)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제를 내면화하는 집단의 모형, 개인의 몸, 여성의 몸 등은 협력과 위반, 타협과 저항, 순응과 일탈의 장으로 변화의 지점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육체적 욕망에 눈뜨는 여성, 기독교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은 전대와 구분되는 괄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한국 근대소설은 어떻게 성장했는가

근대 정신문화의 두드러진 성과로 한국 근대소설의 성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태원(1909~1986)의 소설은 한국에서 모더니즘 소설이 창작되는 과정과 방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김유정(1908~1937)의 소설은 한국 근대문학 수사학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유학생 한흑구(1909~1979)의 저작은 식민지 시기에도 이 땅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인류 보편의 문제를 공유하고 직시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비)국민은 어떻게 살았는가

해방공간, 국가는 있으나 제 기능을 못했으며 국민은 존재하지만 민권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학병 세대 지식인 장준하(1918~1975)는 『돌베개』에서 지식인이 부재한 국가를 상상하고, 국가의 현존과 미래를 일구어 가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구범(1923~?)의 소설은 해방공간 기층민의 민권 자각 과정과 민권 의식의 탐구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상(李箱 1910~1937) 문학에 대한 시기별 독해를 통해서는 ‘절망’이 시대를 통해 새롭게 읽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는 어떻게 재건되는가 

한국전쟁 이후 지식인 작가들은 국가의 재건 과정을 보여줍니다. 한무숙(1918~1993)의 전쟁 직후 소설에서 남성은 독백 형식으로 가장과 아들로서 죄책감과 책임감, 각성과 성찰을 드러내며, 여성은 대화를 통해 고단한 삶의 현장과 생명윤리를 자각해 나갑니다. 박화성(1904~1988)의 전후 소설에서 지식인은 국민의 윤리를 개인의 연애보다 상위에 두고 있습니다. 1960년 4.19혁명 이후 『사상계』는 민주화 담론과 4.19 소재 소설을 통해 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드러냅니다.
  
21세기 한국문화는 ‘K’라는 고유 브랜드를 지니며 전 세계에 경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앞선 세대는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고 식민지, 해방정국, 한국전쟁을 경험하면서 역사적 상흔을 감내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파생된 상처, 인고, 도전이 이전과 다른 한국 문화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고난’은 삶의 무늬를 만들며 한 시대의 문화를 이끌어냅니다. 이 책이 한국의 근대 문화 태동과 현대 문화 전개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미영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현대문학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에서 글쓰기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서구문학수용사』(역락, 2021), 『문화콘텐츠비평』(역락, 2022), 『밀레니얼시대 청춘시학』(소명, 2022), 『소설로 읽는 한국근현대문화사』(역락, 2023)를 출간했다. 현재 ‘세계문학의 수용과 한국문학 장(場)의 성장’이라는 주제로 장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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