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이 만난 문명, 문명이 만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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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이 만난 문명, 문명이 만난 도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6.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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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 너머 도시 | 김수완 지음 | 쑬딴스북 | 496쪽

 

오랜 시간에 걸쳐 기록되고 쌓인 중동·이슬람 도시 문화는 어떤 경우에 불완전한 파편과 흔적으로 남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삶과 행태 그리고 가치관과 사고에 영향을 주며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통해 진화해왔다. 

문명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온 인류는 도시를 이루며 사회, 제도, 문화, 경제, 정치를, 그리고 예술과 종교를 발전시켰다. 특히 인류 역사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문명이라는 걸출한 고대문명이 탄생하고, 유럽 르네상스의 기초를 제공한 중세 이슬람 문명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중동·이슬람 지역의 중요성과 가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서양 문명의 그림자에 묻혀 찬란함과 깊이가 퇴색되었지만,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도시를 형성하며 문화를 발전시켜 오는 과정에서 중동·이슬람 지역의 도시들은 시간과 공간의 유기체로 생성되고 발전했다.

역사 속에서 새로운 문화와 생각의 시작은 위기와 다름에서 출발했다. 위기와 다름은 때로는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지만, 융합과 화합이라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과 세계를 창조한다. 중동 지역과 이슬람은 갈등과 충돌이라는 프레임으로 늘 서양 문명과 서구 세계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과 도시 문화의 발전 과정에서 바라본 이슬람 도시는 동서양의 문화가 교류되면서 새로운 문화와 생각을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그리고 지금, 이슬람 도시들은 종교적 공간을 뛰어넘어 최첨단 도시로 향하고 있다.

이 책은 종교적 공간으로서의 이슬람과 이슬람이 만든 도시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슬람 도시들이 생성된 역사적 배경과 그 안에서 그 도시들이 이룬 문명을 만나고, 그 도시들이 어떻게 새로운 문명을 열었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종교적 공간을 뛰어넘어 최첨단 도시로 발전하는 이슬람 도시들과 마주한다.

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장 〈역사와 만나는 도시〉에서는 인류와 만나는 이슬람 도시들을 소개한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고 세계 거대 종교들이 탄생한 곳, 그 선상에 도시와 문화가 서로 사상을 주고받으며 철학과 과학, 언어와 종교를 발전시킨 곳, 5,000년 전에 동방과 서방의 가교역할을 한 도시들이 발달했고 거대 제국들이 등장하고 사라진 곳, 그곳이 바로 중동 지역이다. 그리고 그곳에 역사와 만나는 도시 다마스쿠스, 카이로, 예루살렘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종교와 사상을 통해 지혜는 인간이 앎에 이르는 최고의 단계로 정의되었다. 이슬람 문명은 중세 황금기에 문학과 예술, 종교를 통해 꽃피운 찬란한 지혜의 탑을 쌓았다. 천일야화의 고향 바그다드, 순교자의 땅, 마슈하드 루미의 영성이 깃든 콘야를 살펴본 2장에서 우리는 이슬람 도시들이 어떻게 문학과 지혜의 탑을 쌓았는지 이해한다.

3장은 종교라는 추상적 세계를 예술과 문화로 표현하고, 이를 발전시켰으며, 나아가 독창적인 예술과 문화로 인류 역사를 장식한 이스탄불, 이스파한, 아그라. 이곳이 어떻게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예술과 문화로 승화했는지, 종교가 어떻게 예술과 문화를 성숙하게 하는지 현장을 만난다.

중동 지역은 동서양 간의 무역 중계지로서 예로부터 수학과 과학, 천문학, 화학 등 다양한 학문이 발달했다. 그리스, 이집트, 인도, 중국 등 다양한 문명에 노출되었던 중동 출신 학자들의 지식이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갈릴레오 같은 과학자가 배출되는 배경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흔적은 사마르칸트, 코르도바, 바그다드를 소개한 4장에서 읽을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과학기술 혁명은 인류의 미래를 창조할 것이며, 인류가 과거 1만 년 동안 경험했던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엄청난 폭발력으로 수십 년 안에 펼쳐질 것이다. 5장〈베두인의 꿈을 미래로〉에서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이슬람 도시 두바이, 네옴시티, 쿠알라룸푸르를 들여다보면서 종교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이슬람 도시를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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