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아트센터와 부천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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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아트센터와 부천필하모닉
  •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 승인 2023.06.05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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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형 칼럼]

지난 5월 19일에 부천아트센터가 정식으로 개관했다.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 한켠에 반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은 부천아트센터는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한 클래식 전용 연주회장 가운데 최초로 대규모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한 데다 최고 수준의 음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설계한 덕분에 개관 전부터 국내외 클래식 음악 관계자들과 애호가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 연주회장 개관을 알리는 언론 보도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부천에 연주회장 하나가 새로 생겼고 앞으로 두 달에 걸쳐 나라 안팎의 여러 유명 연주자와 연주 단체들이 개관 기념 연주회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올 것이라는 소식만을 전했을 뿐이다. 대다수가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빼놓고 보도한 것이다.

사실 부천아트센터가 지니는 가장 큰 의미는 이곳이 본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위해 만든 연주회장이라는 점이다. 물론 대한민국에 상주 연주회장을 가진 오케스트라가 부천필하모닉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옛 이름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 상주 오케스트라로 활동하고 있고, 지금은 법인화가 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본래 세종문화회관 산하 연주 단체였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설립한 시립, 도립 오케스트라들과 사립 오케스트라들도 대부분 자기 지역의 시민회관이나 대강당 등을 상주 연주회장 삼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은 상주 오케스트라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상주 단체의 연주회보다 대관 연주회를 더 많이 여는 곳으로 여겨져 온 실정이고, 각 지역의 시민회관과 같은 곳들은 대부분 클래식 음악만을 염두에 두고 지은 시설이 아닌 까닭에 연주자도 청중도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천아트센터는 처음부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전용 연주회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획하고 건립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연주회장과 구별된다. 재단법인 부천아트센터와 부천시립예술단 소속 기관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가 과제로 남아 있기는 하나, 부천필하모닉은 창단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한 만큼 앞으로도 여러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 지역의 유명 오케스트라들은 대부분 이름난 상주 연주회장을 주 무대로 활동한다.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은 오케스트라 자체만으로도 유명하지만 빈 무지크페어아인, 베를린 필하모니 등 이들이 사용하는 전용 연주회장 또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연주회장을 먼저 지은 다음 그 연주회장의 이름을 내세운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경우도 있다. 독일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네덜란드의 왕립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등이 바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유서 깊은 연주 단체들이다.

대한민국의 오케스트라들도 이제 드디어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든 클래식 전용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사실상 그 첫 문을 연 부천필하모닉은 1988년에 창단해서 35년 만에 훌륭한 전용 연주회장을 가지게 되었으니 먼저 명성을 얻은 다음에 그 명성에 걸맞은 연주회장을 얻은 빈 필하모닉이나 베를린 필하모닉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18년 4월 28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3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서른 돌을 맞은 부천필하모닉이 앞으로 300년, 3000년 가는 오케스트라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영상 인터뷰로 남긴 바 있는데, 그 바람이 이번에 새로 지은 연주회장 부천아트센터에 힘입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천필하모닉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른 오케스트라들도 모두들 클래식 음악을 위한 전용 공연장을 하나씩 가지고 한층 더 격조 높은 연주를 들려줄 수 있기를 함께 기원한다.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하임 라이프니츠 독일어연구원 방문학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텍스트언어학에 기반한 ‘쉬운 언어(Leichte Sprache)’ 텍스트 구성 시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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