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와 창작의 기반, 창의성을 이론적으로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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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와 창작의 기반, 창의성을 이론적으로 조명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5.20 0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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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다양성 시대의 문화콘텐츠 | 이명현·강연곤·이영희·강진구·진수현 외 3명 지음 | 경진(도서출판) | 260쪽

 

‘문화다양성’은 현상에 대응하기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관련 연구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생산과 소비, 이에 대한 이론적 정립이어야 한다. 오늘날 키치문화, 서브컬쳐 등을 아우르는 문화콘텐츠의 본질은 이제 이론적 연구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기는 산업사회의 상품이 되었다. 재매개(remediation)와 같은 콘텐츠 가공의 형식과 더불어 개별 플랫폼의 속성은 다시 문화다양성과 문화콘텐츠의 학문적 영역을 넓혔다. 아울러, 문화콘텐츠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문들이 융복합하는 길을 열었다. 

문화콘텐츠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현상들과 함께 우리가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은 문화콘텐츠의 힘이 이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혹은 매체의 형식을 넘어서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원동력이 되는 창의성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 책은 학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서 ‘문화다양성’이라는 주제를 문화콘텐츠의 원동력인 ‘창의성’의 실체를 연구하는 영역으로 규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명현 교수의 「판소리의 탈맥락화와 문화혼종: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중심으로」는 ‘범 내려온다’가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판소리의 이 대목은 노래 속에서 재배치된다. 이 재배치를 통해 저자는 판소리 장르의 문법이 현대 콘텐츠 속에서 수용되고 해체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 연구는 전통문화가 서구문화와 결합하는 방식과 양상, 문화적 흐름, 나아가 전통문화의 현대화에 대해서 논의의 주제로 삼고자 한다.

강연곤 교수의 「디지털 시대의 대중음악 소비자들에 관한 연구: 20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는 아도르노의 문화산업 비판론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이 글은 대중문화 수용자들이 수동적 소비 행위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주체적인 의미생산을 하며, 스스로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데 주목한다. 이 글은 소비행위로 수동성으로만 정의되는 대중음악의 소비가, 주체적 해석의 가능성 탐색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영희 교수의 「동화의 단막극 각색 양상 연구: ‘나는 뻐꾸기다’를 중심으로」는 동화가 드라마로 각색과는 과정과 그 방식을 주제로 논의를 전개한다. 특히 이 글은 작가의 의도, 작품 전체의 분위기, 각색하는 매체의 특성 등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강진구 교수의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통해 본 ≪다문화콘텐츠연구≫의 연구 경향 분석」은 다문화 전문지에 다루었던 핵심 개념의 변화 추이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글은 자료 분석 방식에 있어, 비정형 데이터 분석 기법의 하나인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법을 통해, 개념 사이의 연결성 정도, 영향 관계를 시각화하면서, 앞으로 관련 분야의 개념적 지형도를 작성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향후 전망 역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진수현 교수의 「영상콘텐츠에 재현된 공포와 전복의 욕망: 원귀와 괴수 소재 영상콘텐츠를 중심으로」는 공포 장르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 인간 사회에 감추어진 금기, 욕망을 다루고 있다. 이 사회에서 자명한 ‘금기’를 넘고자 하는 욕망은 늘 존재하며, 이 욕망의 달성을 위해서는 사회의 전복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내용을 고전 작품을 통해 그 재현 양상을 다루고 있다. 

김화영 교수의 「쇼와레트로와 뉴트로: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과 ‘응답하라 1988’의 비교」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뉴트로’ 현상과 일본의 ‘쇼와레트로’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 두 현상을 저자는 ‘문화현상 위에 만들어진 업그레이드된 현상’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강명주 교수는 「한·중·일 전쟁 트라우마와 탈경계의 스토리텔링: ‘평화 그림책’ 시리즈를 중심으로」에서 전쟁과 기억의 트라우마가 ‘진실 규명’, ‘감정 치유’라는 추상적인 말을 통해서 현실 세계에 직접 소환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쟁 기억에 대한 재현과 재구성은 이 트라우마를 당사자들이 역사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다시 대면하는 데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김태훈 교수는 「‘사랑의 불시착’에 나타난 상호문화 역량과 통일교육적 시사점」에서 남북한의 분단으로 언어와 문화의 이질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남북한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통합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이 이질성의 문제가 상호문화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겪는 경험을 통해서 남북한 주민의 상호문화 역량을 분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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