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진화는 끝나지 않으며,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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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진화는 끝나지 않으며,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5.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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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자연사: 생물법칙은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가 | 롭 던 지음 | 장혜인 옮김 | 까치(까치글방) | 351쪽

 

과학기술이 발달한 이래 인류는 자연을 끊임없이 통제하고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원으로 재단해왔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 생물의 중심이 아니며, 인간에게 맞춰온 환경은 오히려 인간에게 부적합한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맞닥뜨릴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인류가 더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저자 롭 던은 지구생물에 적용되는 생물법칙이 있으며, 인간 역시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그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어 자연사를 서술한 기존의 논의와 달리 생물법칙을 토대로 인류가 직면할 미래를 그려 보인다. 또한 오늘날 인류의 대부분이 살아가는 환경인 도시에 생물법칙을 적용하여 우리 주변에서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중력의 법칙, 열역학 법칙 등의 물리법칙처럼, 생물계에도 생물법칙이 있다. 저자는 우리 앞에 놓인 미래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생물법칙이라고 말하며, 7개의 생물법칙을 제시한다. 먼저 자연선택은 가장 탄탄한 생물법칙으로, 생존과 번식 가능성이 높은 개체가 다음 세대에도 유전자를 전달한다는 법칙이다. 자연선택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 다윈은 이 법칙이 느리게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종-면적 법칙은 특정 서식지의 크기에 비례하여 많은 종이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법칙을 알면 언제 어디에서 종이 멸종할지뿐만 아니라 새롭게 진화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통로법칙은 앞으로 기후 변화에 따라서 어떤 종이 어떻게 이동할지를 결정하며, 탈출법칙은 한 종이 해충이나 기생충을 피해서 어떻게 번성하는지 설명한다.

틈새법칙은 인간을 포함한 생물 종이 어디에서 살 수 있을지, 기후가 변화한 후에 어디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지 알려준다. 의존법칙은 모든 생물 종이 서로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인간의 경우 특히 미생물이 중요하다. 다양성 법칙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창의적 능력이 있는 생물이 생존한다는 법칙과 다양한 종이 있을수록 생태계가 안정된다는 다양성-안정선 법칙으로 나뉜다. 급격한 기후 변화는 다양한 생물 종이 빠르게 진화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도록 만들 것이다. 인류 또한 적합한 보금자리로 이동하면서 해충과 기생충으로부터 탈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롭 던은 우리 앞의 미래가 결코 녹록하지 않지만, 생물법칙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인류가 수백만 년 생존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진화와 생물법칙은 오늘날 대부분의 인류가 거주하는 도시 환경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서 이 책은 다양한 실험 결과와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밀림이나 깊은 산속, 숲, 섬 등을 넘어 도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가령 도로 중간에 위치한 중앙 분리대나 아파트의 화단, 농경지 한복판에 자리한 숲 조각 등은 일종의 섬과 같은 환경으로, 그곳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이 진화하는 무대로 기능한다. 가령 도시에 사는 쥐나 모기 등은 종-면적 법칙에 따라서 도시의 좁은 면적에서 다양하게 분화하며, 심지어 지상과 지하를 구분하여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기도 한다. 한편 도심의 비둘기는 통로법칙에 따라서 확장해가는 도시를 통로 삼아 이동하고, 바퀴벌레는 온도 조절이 되는 기차를 통로로 삼아 넓은 영역으로 퍼져나간다. 실제 사례와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생물법칙이 우리 주변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흔히 기후 변화를 위기로 언급하며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주장에서 지구 환경은 인간으로 인해서 고통받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과연 기후 변화가 지구 전체를 종말로 몰아가고 있을까? 인간으로 인한 변화가 지구 생명을 멸종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에는 사실이지만, 지구 생물 전체를 놓고 볼 때에는 사실이 아니다. 롭 던은 지구 생물의 대부분이 미생물들이며, 이들 중의 상당수는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은 극단적인 환경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덥거나 산성이거나 심지어 공기 중에 염소가 포함되어 있는 등 인간이 살기 힘든 환경에서도 상당수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반면 인류와 인류가 사랑하는 반려동물 및 가축 등은 기후 변화로 인해서 생존할 환경을 위협받는다. 롭 던은 자연을 통제하고 우리에게 맞게 조정하려는 노력이 인류를 최악의 길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생물법칙을 이해하고 지구 환경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기술이 자연의 기능을 대신하리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실제로 정수 처리 시설은 살생물제를 통해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고, 로봇 벌은 곤충의 수분 역할을 대신해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기술은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정수 처리 시설은 또다른 미생물들이 살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했으며, 한 연구에 따르면 로봇 벌 역시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롭 던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기술에 기대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환경의 혜택을 망가뜨리지 말 것을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기술이 자연의 기능을 완벽하게 대체한 사례는 없으며, 인간은 자연이 수행하는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다. 가능한 한 인간의 추가적인 개입을 최소화하여 그 혜택을 보전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책은 인류 역시 생물의 일부로서 생물법칙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논증하면서 최신 연구를 기초로 생물법칙에 따른 인류의 미래를 펼쳐 보인다. 인간은 다양한 기술을 통해서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어떤 과학기술도 생물법칙에서 인간을 떼어놓지는 못할 것이다. 자연 일반에 적용되는 생물법칙을 기반으로 인류가 맞닥뜨릴 미래를 예상하고 행동 지침을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과학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인간이 여전히 생물의 일종임을 깨닫고 더 나은 생존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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