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퇴출 및 통·폐합 방향성 명확히 설정해야…일본 사례 벤치마킹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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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퇴출 및 통·폐합 방향성 명확히 설정해야…일본 사례 벤치마킹 필요성 제기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5.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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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교협-고등교육학회, 대학 퇴출 및 통·폐합 주제로 포럼 개최
- 일본, 대학 구조조정 방향성과 전략 지침 제공해 일관된 정책 전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고등교육학회는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은 한국과 비슷한 대학 구조를 가진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대학 퇴출 및 통폐합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고등교육학회는 지속되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등록금 동결 등으로 한계대학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학 퇴출 및 통·폐합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제69회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5월 10일(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정책포럼은 해외 대학의 퇴출 및 통폐합 사례를 기반으로 국내 대학의 해산과 합병 문제를 검토하며, 한계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과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대학관계자 및 고등교육전문가, 대학법인인사 등이 참여하여 해외 대학의 다양한 통폐합 사례를 통한 국내 시사점과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정책포럼에서는 인하대 연구진(남두우 교수·김정호 교수·박기찬 명예교수)이 「대학의 구조조정 현황과 과제: 해외 퇴출 및 통․폐합 사례를 중심으로」에 대해 발표하고, 김성기 교수(협성대), 신성욱 교수(부산가톨릭대), 홍성덕 기획처장(전주대), 최규봉 사무총장(한국사학법인연합회), 이덕난 입법조사연구관(국회 입법조사처)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남두우 교수(인하대)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2000년 이후 폐교한 19개 대학의 사례에 근거해 대학 구조조정 과제로 현행 대학 구조조정 관련 법·제도적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구조조정 대상 대학의 선별 도구로 재정진단 및 대학기관평가인증 활용, 대학 구조개선을 위한 법률안 제정, 대학 폐교 시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발표했다.

 

김정호 교수(인하대)는 ‘일본 대학 구조개혁의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대학 구조조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제안했다. 김 교수는 별도 법인설립을 통한 국·공·사립대학 간 지속적 연대체계 구축, 사립대학 간 학부 단위 양도를 통한 통폐합의 유연화, 지역연대플랫폼을 통한 지방자치단체-대학-산업계 간 혁신과 지역사회 활성화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학캠퍼스 유치 등 다양한 일본 사례를 발표하면서 한국 대학의 구조개혁에 적용가능성을 발표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일본은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전개된 대학 구조개혁의 내용이 ‘2040년을 향한 (일본) 고등교육의 그랜드 디자인’에 기초해서 일관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대학 구조개혁 배경이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일본 사례의 적용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도권(도쿄권) 집중화 현상의 심화 △학령인구 급감 △지방 중소 사립대 중심의 경영 위기 심화 △학생의 학습권 저해로 이어지는 현상이 대학 구조개혁의 배경이 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본 대학 구조개혁의 원칙과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대학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의 다양성과 유연성 확보(국공립 및 사립대학 공통) △글로벌화, 산업구조 개편 등 시대와 사회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대학의 교육/연구 및 경영의 질 제고(국공립 및 사립대학 공통) △도전하고 노력하는 대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재정적, 운영적 지원과 대학 스스로의 개혁을 통한 지속 가능성 유지(사립대학)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대학의 경우 정부 지도하에 자주적 퇴출 유도(사립대학) 등이다.

그리고 일본 대학의 구조개혁 실천전략으로는 △대학의 연대·통합 촉진 전략 △한계 대학의 자주적 퇴출 유도 전략 △한계 대학의 자주적 퇴출 과정 명료화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대학 구조개혁의 중요한 특징으로 일관성, 체계성, 다양성, 명확성을 꼽았다. 먼저 연구진은 일본이 2018년 이후 '2040년을 향한 고등교육의 그랜드 디자인'을 통해 제시한 방향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영 위기에 놓인 사립대학 법인에 대한 대응 전략 역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다.

일률적인 방식이 아닌 다양성을 확보한 것도 특징이다. 연구진은 하나의 국립대 법인이 복수의 대학을 운영하거나, 국립·공립·사립 등 설립형태를 뛰어넘는 '대학 간 연대추진 법인제도', 대학 간 통합 시 '학부 단위의 양도'를 가능케 하는 정책을 도입한 것 등을 다양성의 사례로 제시했다. 아울러 일본은 지방 사립대 구조조정 때 지원을 통해 재생 기회를 제공한 뒤 한계 대학의 자주적 퇴출을 유도한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대학 구조개혁과 관련된 모든 정책의 배경과 목표, 실천 전략과 세부 방안이 매뉴얼화돼 있으며, 매뉴얼은 폭넓은 의견수렴과 성공·실패 사례를 축적해 발전적으로 개정되고 있다"며 매뉴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사립학교법 제·개정을 통해 대학의 관리와 퇴출, 그 과정에서 사립대학의 책무성을 명확히 한 점도 시사점"이라고 밝혔다.

박기찬 명예교수(인하대)는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대학 구조개혁 사례를 통해 대학 구조조정의 8가지 사례(지역 거점대학 육성 사례, 교육수출 및 유학생 유치 사례, 산학 맞춤형 대학으로 특성화, 첨단 융합대학 시스템 지원, 대학 시설 활용 사례, 대학 시설 매각 사례, 대학 청산 사례 종합, 법적 퇴출 요건 확립)를 발표하고, 국내 대학의 퇴출 및 통·폐합 정책의 과제로 역할 재정립, 생태계 조성, 경쟁력 강화, 정부 지원과 퇴출 병행, 법제도 정비 등을 제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고등교육학회는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 이어진 토론에선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한계 대학의 퇴출 및 통·폐합과 관련하여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를 넘어 국가적 위기로의 인식 전환, 각종 규제 개선 및 법안 마련을 통한 자발적 퇴출 유도, 장기적 로드맵 마련 등 대학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에 대해 전문가, 대학, 법인, 입법 기관의 입장에서 발표했다. 

김성기 교수(협성대)는 한계대학의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입학정원도 채우기 힘든 일부 지역대학에 대한 섣부른 정부의 지원 확대는 부실대학 지원이 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하고, 퇴로를 열어주며 자발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제안한다. 그리고 지방대학이 부실하고 위기에 처한 것처럼 오해되는 경향이 있는데, 지방대학 중에도 튼실하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대학들이 많이 있어서 옥석을 가린 후 건실한 지방대학에 대한 적극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신성욱 교수(부산가톨릭대)는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으로 성장가능대학과 퇴출대상대학 분리, 폐교기준 확립 및 감축 목표 제시, 특성화 및 교육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 대학 통폐합과 정원 감축, 지역별 산업특화 맞춤형 대학 육성 등에 대해 제시했다. 

홍성덕 기획처장(전주대)은 지방대학 위기는 과도한 수도권의 집중과 지방 국립대의 확장도 한 몫을 하고 있어 고통을 분담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고려되어야 하며, 대학 전체의 입학정원을 일률적으로 줄이면서 대학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입학정원과 재원 마련이 어려운 대학은 퇴로를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규봉 사무총장(한국사학법인연합회)은 지역 소멸을 고려해 대학의 폐교 및 통폐합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회생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퇴로 법적 근거 마련 및 해산법인의 잔여재산 처리 문제와 더불어 사학진흥법 제정을 통한 사학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덕난 입법조사연구관(국회 입법조사처)은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대학에 대해 차등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및 예산 지원을 설계·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 일본의 경우처럼 10년 이상의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기존 성과와 한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확대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 구조개혁의 목적과 기준을 명확하게 수립 및 제시하고, 20년 정도의 장기적인 로드맵 마련, 대학 간의 연대 및 통합 촉진과 단과대학이나 학부 단위의 구조개편을 언급하면서 등록금 부과 방식의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교협은 이번 정책포럼을 통해 제안된 내용과 발전 방안들을 토대로 한계 대학의 퇴출 및 통·폐합에 대한 정책 수립 및 추진과 관련하여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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