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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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백년대계?
  • 박광기 대전대·정치학
  • 승인 2023.04.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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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 칼럼]

‘교육정책 백년대계’라는 말은 너무도 오랫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교육이라는 것이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크게 학문연구와 미래인재 양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학문연구를 위한 정책은 인문학, 사회과학, 이학, 공학, 의학 등 학문 전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미래지향적 학문생태계를 조성하여 안정적으로 순수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래인재 양성정책은 학문적인 연구와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학문후속세대를 육성하고 또한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발전의 인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정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교육’이라는 의미가 다소 포괄적인 것으로 교육의 대상이나 주체, 내용, 방법 등에 따라서 각각의 의미나 내용을 달리할 수 있지만, 교육을 통해 미래사회를 대비한 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를 국가의 정책으로 반영해야 함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이 과연 국가의 백년대계로 인식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이 부정적인 답을 할 것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가 아니었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이 백 년을 내다보고 수립된 정책이 아니라면 현재까지 수립되어 추진된 교육정책은 과연 미래를 얼마나 예측하고 수립 추진된 것일까? 사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어쩌면 매우 우둔한 질문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몇 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유효하지 않은 정책을 애초부터 수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수립되고 추진된 정책 중에서 그래도 ‘성공’한 교육정책은 몇이나 될지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우선 교육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고 국민 대부분이 관심이 있는 대학입시정책은 수많은 변화를 거쳐 수정되었지만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공교육정상화 정책을 비롯해 다향한 초·중·고 교육정책 역시 물론 현재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정부의 대학교육정책은 더 심각한 편이다. 우선 최근 10여 년 동안 수행된 대학교육정책 중에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URI 사업)을 비롯해서 ‘대학 특성화 사업’(CK 사업), ‘산학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사업), ‘대학교육역량 강화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사업) 등등 사업의 명칭에서도 큰 차별성이 없고 사업의 목적이나 목표도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업들이 수립되고 집행되고 결국에는 사라져갔다. 이들 사라져간 사업들은 대학재정지원사업이라는 틀 속에서 막대한 예산이 편성되고 처음에는 대학의 구조와 대학교육의 활성화 및 특성화 등을 사업을 통해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학에 대한 단순한 예산 나누기 지원사업의 성격으로 전락하고 결국 소멸되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산학협력 선도대학지원사업’(LINC)과 ‘두뇌한국21사업’(BK사업) 정도가 10여 년이 넘겨 살아남아서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산학협력 선도대학지원사업은 주로 교육중심의 대학은 물론이고 연구중심의 대학에서 연구와 산업체의 연계를 통해 대학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유도하고 대학교육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지원정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두뇌한국21사업은 주로 대학원 중심으로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을 통해 학문생태계를 유지·발전시켜가는 지원사업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교육정책이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와 목적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수립하고 추진했던 정책은 일부만 유지되고 지속된 반면, 대부분의 정부 교육정책은 정권의 운명과 함게 소멸되거나 변화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어찌해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고 의문이다.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하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은 백 년을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임기 중에 전 정권과 차별된 정책을 수립하고 성과를 도출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조급하다. 물론 정권이 수립하는 정책의 조급성은 다만 교육정책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민감성과 높은 국민적 관심으로 인해 교육정책의 성공여부에 정부는 더 조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해가 되는 구석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 특히 그중에서도 대학교육정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대학교육정책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이나 ‘글로컬(Glocal) 대학 지원사업’도 과연 백년대계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1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학교육정책을 전혀 경험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주고 추진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방대학의 위기를 글로컬대학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매년 200억 원의 예산으로 5년 동안 총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단지 다섯 장의 계획서 심사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불과 다섯 장의 계획서를 통해 대학 간의 차별화나 특성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아마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대학들이 당면한 과제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되는 교육정책이 백년대계 세우는 것을 기대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정권과 함께 소멸되거나 변화되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책의 실패나 그 정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정적인 측면의 결과는 모두 우리 국민이 떠안아야 하고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정책 ‘5년소계’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박광기 대전대·정치학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독일 뮌헨대학교 정치학 박사. 대전대 대학원장 및 도서관장, 국무총리실 인문사회연구회 및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 CBS 시사포거스 및 시사매거진 앵커, 한국정치정보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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