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위원회, 영국은 위원회 심사·미국은 ‘축소된 본회의’로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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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위원회, 영국은 위원회 심사·미국은 ‘축소된 본회의’로 기능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4.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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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의 전원위원회 운영사례
- 양국 모두 조세 및 국가재정 관련 법안은 전원위원회에서 논의

 

국회 전원위원회: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3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 전원위원회 제도는 1948년 제정 「국회법」에서부터 명문화되어 있었지만, 제헌국회에서 4차례와 제2대 국회에서 2차례 등 총 6차례 개회된 이후 1960년 제5대 국회에서 폐지되었다. 이후 40여년 만인 2000년에 「국회법」 개정을 통해서 전원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다시 마련되었다. ‘위원회 중심주의로 인한 본회의 심의의 형식화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원위원회를 다시 도입한 2000년 이후로도 국회가 전원위원회를 개회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원회 중심의 입법과정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는 절차로서 전원위원회 제도의 도입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 왔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제22대 총선에서 시행될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 전원위원회를 소집했다. 2004년 이후 19년만에 소집된 전원위원회일 뿐만 아니라, 안건이 제22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제도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전원위원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전원위원회 제도의 기원과 연혁, 입법과정에서 전원위원회 심사단계의 역할과 의미, 전원위원회 심사대상 안건 등을 비교분석하고, 우리 국회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하기 위해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의 전원위원회 제도」를 다룬 『외국 입법·정책분석』 보고서(저자: 전진영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팀장)를 4월 11일(화)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19년만의 전원위원회 개회를 맞이해 전원위원회 제도가 유래한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입법과정에서 전원위원회의 역할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과 미국의 전원위원회는 명칭은 같지만, 실제 운영방식과 입법과정에서의 역할은 유사성보다는 상이성이 더 크다.

가장 큰 차이는 전원위원회가 영국에서는 위원회 심사단계인 반면, 미국에서는 소관위원회가 보고한 의안을 심사하는 사실상 ‘축소된 본회의’ 단계라는 점이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전원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은 법안도 많지만,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법안이 전원위원회 심사를 거쳐서 본회의에 보고된다.

양국 모두 세입·세출 등 조세와 국가재정에 관련된 법안은 전원위원회에서 심사하도록 하거나(영국), 우선심사하도록(미국)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는 조세 및 재정 안건은 국민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의원이 출석하여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음을 의미한다.

 

■ 영국 하원의 전원위원회 제도

영국 의회에서 전원위원회 제도의 기원은 17세기 스튜어트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왕과 의회는 조세와 재정문제를 둘러싸고 주기적으로 충돌했는데, 국왕파로 의심받았던 의장이 없는 자리에서 의원들이 자유롭게 조세지출 문제에 대해 토론했던 장(forum)이 전원위원회로 발전했다.

영국 의회의 입법과정은 본회의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법안의 기본내용과 방향이 본회의 독회와 토론과정에서 결정됨을 의미한다. 양원 모두 입법과정은 크게 다섯 단계(제1독회→제2독회→위원회 심사→본회의 보고→제3독회)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전원위원회 심사는 위원회 심사단계에 해당된다.

위원회 심사단계에서 대부분의 법안은 공법안위원회(public bill committee)에서 심사된다. 그러나 특정 범주에 속하는 법안이 공법안위원회(public bill committee)나 다른 위원회 대신 전원위원회에서 심사된다. 우선 헌법적 중요성을 가진 법안이다. 유럽공동체 법안(European Communities Bill, 1971-1972)이나 유럽연합 법안(European Union Bill, 2017-2019)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긴급입법이 필요한 법안이나 내각이 신속하게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안이다. 은행법안(Banking Bill, 2007-2008), 북아일랜드 의회 의원법(Nothern Ireland Assembly Members Bill, 2017-2019) 등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일괄개정법안(consolidation bills)과 같이 전혀 논쟁적이지 않은 법안인데, 도시계획법안(Town and Country Planning Bill, 1996-1997)이 여기에 해당된다. 넷째, 반대가 없고 모든 입법단계에서 토론이 없었던 사법안(private members’ bill)이다. 이들 법안은 본회의 제2독회 이후 전원위원회에서 심사된다.

한편 특정 법안들은 공법안위원회와 전원위원회로 나뉘어져서 동시에 심사되기도 하는데, 재정법안(Finance Bills)이 여기에 해당된다. 양심의 문제를 제기하는 법안처럼 매우 논쟁적인 조문을 포함하는 정부안의 경우에도 해당 조문은 전원위원회에서 심사되고 나머지 부분은 공법안위원회에서 심사되기도 한다. 인간생식배아법안(Human Fertilization and Embryology Bill, 2007-2008), 선거관리법안(Electoral Administration Bill, 2005-2006) 등이 여기에 속한다.


■ 미국 하원의 전원위원회 제도

미국 하원의 전원위원회는 식민지 의회 시기부터 있었기 때문에 1789년 제헌의회에서부터 소집됐다. 초기에는 전원위원회가 주요 법안의 대략적 개요를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상임위원회 제도의 발전에 따라 전원위원회의 소집목적도 변화했다.

미국 하원에서 전원위원회는 ‘축소된 본회의’ 또는 ‘변형된 본회의’로 불릴 정도로, 위원회보다는 본회의에 가까운 역할을 담당한다.

본회의는 의사정족수가 218인이지만 전원위원회는 100인이며, 기록표결 요구 정족수도 본회의는 44인이지만, 전원위원회는 25인이다. 이처럼 본회의보다 훨씬 완화된 의사규칙 하에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의안심사를 하기 위한 절차가 전원위원회이다.

미국 하원 전원위원회의 주된 역할은 상임위원회가 심사의결한 법안을 토론하고 수정하는 것이다. 본회의에서 심사될 수 있는 수정안은 전원위원회가 심사의결하여 본회의에 보고한 수정안으로 제한된다.

대부분의 법안이 전원위원회에서 먼저 심의되는 것은 의사절차상의 효율성으로 인한 것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런데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기 이전에 반드시 전원위원회에서 먼저 심사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는 안건이 있다. 조세 및 국민에게 비용부담을 지우는 안건, 세입・세출 관련 안건, 국가에 대한 채무의 면제를 초래하는 안건 및 배상청구 관련 안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법안들은 본회의 의안목록(Calendar) 중에서 유니언 의안목록(Union Calendar)에 등재된 법안들이다

전원위원회에서의 법안심사는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되는데, 법안에 대한 대체토론(general debate) 단계와 수정안에 대한 토론 및 표결단계가 그것이다. 대체토론에 배정되는 시간은 해당 법안의 심사를 위해 채택된 특별규칙에 따라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시간이다. 대체토론 시간에는 법안에 대한 토론만 이루어지며 수정안이 제안되지는 않는다. 대체토론의 목적은 하원의 의사결정이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존중하여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원과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대체토론이 끝나면 법안에 대한 수정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는 전원위원회 입법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계이다. 수정안 심사는 ‘5분 규칙’하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1시간 규칙’이 적용되는 본회의에 비해서 효율적이고 신속한 심사가 가능하다. 435명이라는 의원 규모와 방대한 입법업무 부담으로 인해 하원이 항상 직면해 있는 시간적 압박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서 전원위원회가 진화해 온 것이다.

수정안의 범위(degree of amendment)는 원안에 대한 수정안(1단계 수정안)과 1단계 수정안에 대한 수정안(2단계 수정안) 등 두 단계까지만 허용된다. 모든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끝나면, 전원위원회는 법안을 본회의에 보고한 후 해체되고 본회의로 전환된다. 


■ 비교 및 결론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는 ‘전원위원회’라는 동일한 이름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운영사례를 비교하면 유사성보다는 상이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본회의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 의회의 입법과정에서 전원위원회는 위원회 심사단계에 해당된다. 즉 본회의 의안 심의에 앞서서 모든 의원이 출석하여 토론할 수 있는 위원회 심사과정이 전원위원회 제도이다. 

반면 미국 하원의 입법과정에서 전원위원회는 ‘축소된 본회의’, ‘변형된 본회의’로 불리는 만큼 본회의 단계에 해당된다.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마친 법안을 유연하고 완화된 의사규칙 하에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심사하기 위한 단계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헌법적 중요성을 갖는 법안이나 긴급입법이 필요한 법안 등 특정 범주의 법안만이 전원위원회에서 심사되기 때문에 전원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는 법안도 많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법안이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는 영국의 전원위원회는 근본적으로 위원회 심사단계인 반면 미국의 전원위원회는 본회의 심사단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 본회의에서 전원위원회 심사결과에 대한 수정이 가능하지만, 미국의 경우 본회의에서는 전원위원회에서 보고한 수정안만 심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그런데 미국 하원의 경우에도 반드시 전원위원회에서 우선적으로 논의하도록 하고 있는 안건들은 영국의 전원위원회 심사대상 안건과 공통점을 갖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하원에서 조세 및 국민에게 비용부담을 부과하는 안건이나 세입・세출안건, 국가에 대한 채무면제를 초래하는 안건 등은 반드시 전원위원회에서 우선 심사되어야 하는데, 영국에서도 재정법안은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조세・재정문제는 의회제도의 필요성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일 뿐만 아니라, 납세자인 국민의 대표로서 의원들간에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양국간의 공통점을 이해할 수 있다. 

전원위원회 제도의 기원은 영국 의회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전원위원회에서 심사되는 법안이 줄면서 입법과정에서 전원위원회의 역할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시간적 제약 하에서 수많은 수정안을 효과적으로 심사하는 장으로서 전원위원회의 역할은 대체불가능할 정도로 지대하다. 그러나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을 최대한 많은 의원이 출석하여 토론하는 장’으로서 전원위원회의 제도적 가치는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 그리고 우리나라 국회까지도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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