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전문가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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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전문가 세미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4.0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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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뉴스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우호 강화 추진에도 불구하고 일본 교과서가 자국의 입장만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3월 28일 검정 결과가 발표된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기술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의 독도 관련 왜곡은 발표된 대로 일본의 ‘고유 영토’를 강조하는 쪽으로 이뤄졌으며, ‘도래인’(度來人) 부분을 삭제하거나 그 영향력·역할을 삭제 또는 축소 서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기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일본의 미래세대는 교과서를 통해 한국을 배우게 되는데, 상대방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협력의 디딤돌이라는 점에서 교과서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일본 교과서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한·일 미래관계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공동교과서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은 3월 29일(수) 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2023년도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와 관련하여 긴급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일본 교과서 기술의 문제점을 상세하게 다각도로 분석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한민 연구위원(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이 “2023년 검정 통과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독도 관련 서술 분석”을, 위가야 연구위원(동북아역사재단 교과서연구센터)이 “2023년 검정 통과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한국사 관련 서술 분석”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조윤수 교과서연구센터 센터장의 사회로 발표가 진행됐으며, 남상구 연구정책실장을 좌장으로 조윤수(동북아역사재단 교과서연구센터장), 석주희(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조건(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한혜인(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이 토론에 참여했다. 

 

3월 29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23년도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분석 전문가 세미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br>
3월 29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23년도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분석 전문가 세미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사에 대한 기술에서 억지 주장은 더 공고해졌다. 위가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2019년과 2023년 교과서를 비교 분석했다. 


도래인 영향력 축소·삭제…"한반도 영향력 약화해 서술"

일부 교과서에서는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진 ‘도래인’ 표현을 ‘대륙’으로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도쿄서적은 2019년 교과서의 “요시노가리 유적에서는 도래인이 전했다고 생각되는”을 2023년 “요시노가리 유적에서는 대륙에서 전했다고 생각되는”으로 바꿨다. “각지의 왕과 호족들은 도래인의 기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2019)에서 “도래인의”를 “대륙의”로 변경했다. 도래인은 한반도와 중국 대륙에서 일본 열도로 이주한 집단을 뜻한다.

위 연구위원은 “‘도래인’이란 표현을 ‘대륙’으로 수정한 것은 문화 전파에서 한반도의 영향력을 약화하려 한 서술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문교출판은 2019년 “야마토 조정은 도래인도 조정의 중요한 관직에 등용, 국내의 기술과 문화를 높여갔습니다”는 2023년에도 유지했으나 “소가씨처럼 도래인과 결합을 강화해, 커다란 힘을 갖는 호족도 나왔습니다”는 2023년 삭제했다. 2019년 ‘도래인이 전달한 새로운 토기’ 사진은 2023년에도 실었으나, ‘지금까지의 토기에 비해 단단하고 물도 잘 새지 않는 토기였습니다’는 설명은 뺐다.

교육출판은 “설계나 토목공사, 금속가공 등에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도래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2019)를 “토목공사, 금속가공 등에는 중국이나 조선반도의 나라들로부터 이주한 도래인의 고도의 기술이 활용되었습니다”(2023)로 수정했다. 교육출판은 “도래인은 건축과 제련, 견직물 등 새로운 기술을 일본 각지에 전했습니다. 한자나 불교 등의 문화도 도래인에 의해 전해진 것입니다”는 ‘도래인의 활약’을 2023년에도 유지했으나, “조정에서 기록을 한다든지 외국으로 편지를 쓰는 등 중요한 업무를 하였습니다”는 삭제했다. 위 연구위원은 “도래인의 활동을 기술 전파에 한정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제국주의의 식민사학에서는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문화를 설명할 때 한반도를 교량화하면서 (마치 대륙에서부터) 한반도를 거쳐 온 것처럼 강조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짚었다. 위 연구위원은 또 "'도래인' 관련 표현과 관련해서는 살짝 껄끄러우면 다 지우는 식으로, (내용이) 별로다 싶으면 서술을 아예 안 하는 식으로 지워가는 경향이 보인다"며 우려했다. 

위 연구위원은 서술 삭제를 두고 “일본 고대문화와 정치세력의 독자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도래인’을 빼고 ‘대륙’을 추가한 도쿄서적 교과서 분석 내용.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임진왜란 피해도 삭제·축소···‘대국에 승리했다’ 러일전쟁 일본 성과 강조

임진왜란 서술도 여러 부분을 삭제했다. 그중 하나가 조선의 피해다. 일본문교출판은 2019년 “히데요시가 조선에 병력을 보낸 결과, 조선의 국토가 황폐해지고, 많은 조선인들이 희생되었습니다”를 2023년 뺐다. “조선인들과 중국 원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전쟁에 지친 다이묘들은 히데요시가 죽자 병력을 철수시켰습니다”(2019)를 “조선에서의 전쟁은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커다란 피해가 나올 뿐이었습니다. 이윽고 히데요시가 죽자 다이묘들은 병력을 철수시켰습니다”로 바꾸었다.

위 연구위원은 “(이런 서술을) 함께 읽으면 피해를 본 것이 조선인지 일본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3종(도쿄서적, 일본문교출판, 교육출판) 모두 ‘조선에 대군을 보낸’ 것으로 서술했는데, 침략전쟁 성격을 부정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도쿄서적은 연표에서는 ‘조선을 침략했다’고 서술했다”고 전했다.

청일전쟁·러일전쟁 등을 서술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도쿄서적·일본문교출판·교육출판 등 3종 교과서 모두 러일전쟁에 대해 당시 일본의 승리가 구미 지배를 받던 아시아 국가에 희망을 줬다고 서술했다. 위 연구위원은 “전쟁 결과를 미화했다”며 “일본 승리라는 성과를 강조해 초등학생에게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주고 싶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3월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징병’ 강제성 희석…'징병' 대신 '지원'으로

강제병합, 식민지지배, 독립운동도 여러 군데를 수정했다. 도쿄서적은 “조선의 역사는 가르치지 않고 사람들의 자긍심이 깊게 상처받게 되었습니다”(2019)를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었습니다”(2023)로 바꿨다.

또한 강제 징용·군인 동원과 관련해서는 강제성이 있었다는 논조를 ‘지원했다’는 식으로 바꿔 책임을 희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성을 빼고 자발적으로 한국인들이 일본 군사가 됐다고 표현한 점을 비롯한 전쟁 관련 서술은 갈수록 일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서술하고 있다. 도쿄서적의 새 교과서는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해 “강제적으로 끌려와서(2019년)”라는 표현을 “강제적으로 동원돼(2023년)”로 수정했다. 일본 정부가 2021년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강제연행·연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 해당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도쿄서적은 ‘강제’ ‘동원’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다른 교과서는 그마저도 없었다. 교육출판은 “전쟁이 장기화해 노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들을 노역시켰다”고 했다. 일본문교출판은 기존 교과서의 “일본군 병사로 징병하여 전쟁터에 보냈다”는 문장에서 ‘징병하여’란 표현을 삭제했다. 

조건 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아이들이 보면 ‘군 동원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정당했다’ ‘조선인들이 원했구나’라는 오해를 심어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들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고, 왜 나쁜 전쟁인지, 또 전쟁의 의미와 결과가 무엇인지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며 "이를 가르치지 않은 것 또한 교과서 왜곡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저항과 우호 새로 추가한 곳도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변경도 있었다. 일본문교출판은 조선의 저항 등을 추가 서술했다. “(러일전쟁 후 일본의 한국 지배 강화에) 한국에서는 일본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격렬한 저항운동을 일으켰습니다”는 서술을 2023년 교과서에 새로 써넣었다. ‘일본어로 수업을 듣는 조선의 아이들’에 관한 사진을 두고 2023년 “조선 독자의 교육을 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는 내용을 추가로 넣었다.

일본은 2017년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에서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두고는 “이 전쟁들로 전쟁터가 되었던 한반도 및 중국에 큰 손해를 끼쳤던 점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문교출판은 이 지도 요령의 취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문교출판은 2019년 관동대지진 한국인 학살 서술(“‘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있다’ 등의 잘못된 소문이 퍼져 많은 조선 사람들이 살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을 2023년 교과서엔 삭제했다.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근거 없는 소문’과 ‘조선인과 중국인 살해’ 부분을 2023년에도 유지했다. 위 위원은 일본문교출판의 삭제를 두고 “단, 해당 교과서의 편제 변경 및 서술 간략화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한일 우호 서술을 두고도 변화가 나타났다. 일본문교출판은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두고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우호를 강화해 갔습니다”는 서술을 2023년 추가했다. 이 출판사는 조선 통신사 접대를 맡았던 아메노모리호슈의 역할을 두고 2023년 ‘조선과의 우호에 힘썼다’는 부분을 새로 넣었다.

위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내용은 2019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특정 표현에 대한 수정이 눈에 띈다. 대체의 서술 기조는 초등학생 수준에서 필요 없는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를 생략한 평이한 서술을 지향했다”고 총평했다. “다만, 이러한 서술 기조하에서 한일 우호 강화 관련 서술처럼 굳이 내용을 추가한 대목들을 주목하고, 그 이유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엇을 삭제하고 무엇을 추가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해당 교과서 필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일 교과서 집필자 회의 개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3~6학년이 쓰는 사회과부도(지도장) 교과서에는 독도에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당해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라고 적혔다. ‘불법으로(빨간색 표시)’는 2019년 교과서에선 없던 내용이다.

독도 왜곡 노골화···‘고유 영토’ 강조

한편, 박한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펼친 2023년 채택 일본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 속 지도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분명하게 구분돼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3~6학년이 쓰는 사회과부도(지도장) 교과서에는 독도에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당해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라고 적혔다. ‘불법으로’는 2019년 교과서에선 없던 내용이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교과서에선 독도에 대해 ‘일본의 고유영토’ ‘한국이 불법 점검하고 있다’ ‘일본이 계속 한국에 항의’라고 서술한 내용이 계속 이어졌다. 시각자료로 사용되는 지도에는 독도와 울릉도에 경계선을 그어 독도를 일본 영토인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일본 전도에 작은 점을 찍는 방식으로 독도 표기를 명확하게 했다. 

조윤수 재단 교과서연구센터장은 “다른 섬과 달리 독도는 점을 찍어서라도 (지도에) 넣었다”라며 “예를 들면 지금 문제가 되는 사도섬은 큰 섬인데도 지도에 안 나온다. 독도만 점을 찍었다는 건 정부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석주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홍보하면서 위험하다는 인식을 주는데 원인이 한국에 있다는 네거티브 전략을 쓴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독도는 우리땅’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인식의 방법론이 다른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석 연구위원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관련 활동도 시급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석 연구위원은 “챗 GPT도 일본어와 영어는 일본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챗 GPT 소스가 언론기사나 연구논문, 분석자료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는 만큼 다소 번거롭더라도 독도·역사 왜곡과 관련해 한국이 주장하는 바를 영어 또는 일본어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연구를 축적하고 확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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