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고고학 - 고고학 성과의 폭넓은 공유와 활용을 위한 문제 제기와 새로운 도전(New Fron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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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고고학 - 고고학 성과의 폭넓은 공유와 활용을 위한 문제 제기와 새로운 도전(New Frontier)
  • 김권구 계명대학교·사학
  • 승인 2023.04.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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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의 말_ 『대중고고학』 (닉 메리먼 엮음, 김권구 옮김, 사회평론아카데미, 472쪽, 2023.02)

 

영어로 ‘public archaeology’로 표기되는 대중고고학은 그 목적과 내용, 학문적 성격과 방향성, 대중고고학과 관련된 인식론적 성찰, 교육 방법, 문화유산 관리 및 박물관 운영과 관련된 문제 등을 다루면서 그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public archaeology’를 대중고고학으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할지 여부 또한 논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일단 수용하면서 그 대중고고학이 무엇인지, 그 개념이 확립되어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내용으로 채우고, 무엇이 관련된 문제인가를 생각하게 자극을 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고고학의 경우 크게 보아 일반대중과의 소통이 나름대로 이루어져 왔으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새로운 발굴 성과나 연구 성과가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각종 어려운 전문용어의 사용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아 고고학의 대중화에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초·중·고등학생들이 고고학의 발굴과 연구 성과가 전시되는 공간인 박물관에 단체로 가면 우사인 볼트보다도 빠르게 진열실을 돌고 나오는 것을 보며 필자는 박물관 전시에서 개선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종종 고민해보기도 하였다.

유적 발굴 결과의 해석에 있어서 그리고 과거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많은 편견이 개입되어 고고학적 해석이 왜곡되거나 오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과거는 낯선 나라여서 현대에 사는 우리들의 합리성과 사고방식 그리고 가치관으로 해석하면 많은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 과거에 대한 해석에는 현대인의 21세기적 편견, 서구 유럽 중심주의적 편견, 종교적 편견, 민족적 편견, 식민주의적 편견, 국가주의적 편견, 국수적 편견, 남성중심적 편견 및 여성중심적 편견 등 다양한 편견이 부지불식간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화적 태생적 편견에 대한 인식론적 성찰(認識論的 省察)이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임나일본부 그리고 북한의 대동강문명론과 단군릉 복원 등의 문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의 고고학적 발굴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여 소화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제3세계의 문화유산과 역사의 이용사례와 과거 식민종주국의 관계 등도 평가하며 동아시아에서의 특수성과 비교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탈과정주의적, 탈식민주의적, 후기모더니즘적 맥락 속에서 서구 중심주의적 편견과 식민주의적 편견 그리고 현대인의 의견을 과거에 투영하고자 하는 각종 오류를 극복하고 문화상대주의적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과거 자료를 바라보고 박물관 전시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누가 과거를 필요로 하고 누가 과거를 소유하는가의 문제 그래서 어떤 준거 틀에 기반해서 어떤 방식으로 전시해 놓았는가도 고려하여 박물관과 유적의 방문자에게 특정한 기존 학설에 강요당하지 않고 해당 전시물과 유적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사유하면서 방문자가 과거에 대해 자기주도적 학습방법으로 배우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사회평론아카데미에서 번역 출간된 닉 메리먼의 『대중고고학(Public Archaeology)』은 고고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가 증가되면서 고고학, 문화유산 및 대중 간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하나의 연구주제로 삼고 비평적 논의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중고고학의 다양성과 불협화음, 고고학의 대중화를 위한 소통과 해석, 미국의 대중고고학, 북미 지역의 고고학과 대중교육, 대중을 박물관 고고학에 참여시키기, 페트리박물관과 대중의 관계를 고대 이집트의 발견이라는 주제 속에서 평가하기, 대중에게 고고학을 보여주는 방식으로서 현장에서의 통찰력 구축, 고고학과 영국 매체, 더 민주적인 고고학을 향하여 인테넷과 대중고고학의 관계를 다루기, 21세기 고고학과 권위, 브라질에서의 대중고고학, 고고학자 혹은 지역 주민 누구를 위한 고고학인가?, 대중고고학과 원주민 사회, 호주 원주민과 뉴사우스웨일스에 분포한 호주 원주민 조상의 인골을 통해 본 거꾸로 보는 고고학으로서의 대안고고학, 대안고고학의 중요성과 타당성 속에서의 불합리의 위한, 발전하는 대중고고학에서의 사례연구로서의 유물법과 동산문화재 관리제도, 골동품 시장이 중국고고학 발전에 미친 영향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의 대중고고학이 다루어야 할 주제 중에서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물관과 유적의 효과적인 활용방식, 박물관과 유적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방문객을 더 많이 박물관에 오게 하고, 고고학의 저변확대, 주민의 참여를 토대로 한 유적보호와 관리 체계의 구축, 지역발전과 고고학의 역할 등 대중고고학의 중요 과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대중고고학이 보다 체계적으로 그 성격과 내용 그리고 방향성을 확립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김권구 계명대학교·사학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고고학 석사학위, 영남대학교에서 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저로 『청동기시대 영남지역의 농경사회』, 『과거 읽기-최근의 고고학 해석방법들』(역서), 『고든 차일드의 사회고고학』(역서), 「한반도 청동기시대의 목기에 대한 고찰」, 「청동기시대-초기철기시대 고지성환구(高地性環溝)에 관한 고찰」, 「청동기시대와 초기철기시대 훼기에 대한 고찰」, 「영남지역 읍락의 형성과 변화」, 「영남지역으로의 비파동검문화 확산경로와 시기별 변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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