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일지’로 일본군의 ‘군사시설’로서 ‘위안소’를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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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일지’로 일본군의 ‘군사시설’로서 ‘위안소’를 증명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2.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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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다 | 하종문 지음 | 휴머니스트 | 728쪽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금껏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위안부’ 모집과 위안소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엄연한 사실조차 한일 양국의 극우세력과 역사수정주의자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는 현실이다.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실재를 새롭게 벼려낼 수 있는 여지는 없을까? 피해자가 모두 사망하는 시점에서 과연 어떤 활동이 가능하고 필요할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위안부’에서 ‘위안소’로 눈을 돌림으로써 ‘진중일지’라는 역사적 증거를 통해 위안소의 본질을 증명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만주사변에서부터 아시아·태평양전쟁까지 일본군이 남긴 진중일지를 확보·분석해 일본군 위안소의 역사적 실태를 파헤친 것으로, 진중일지와 부대의 제반 자료들을 총체적으로 분석·고찰하여 일본군의 ‘가해’ 시스템을 증명하는 최초의 연구이자 저작이다. 책을 관통하는 물음은 매우 단순하다. 어떤 군대가 총탄이 난무하는 최전선에 ‘민간인’인 ‘위안부’와 관리인으로 구성된 위안소를 두거나, 출입을 허용한단 말인가?

저자는 ‘일본군 위안소가 민간 성매매업소와 본질적으로 달랐다는 사실을 어떻게 논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위안소 제도의 토대가 마련되는 만주사변부터 제도가 체계화하고 확장되어가는 중일전쟁과 아시아·태평양전쟁, 그리고 마침내 ‘완성’에 이르는 오키나와 전투까지 위안소가 일본군의 조직체계와 개별 부대의 작전과 주둔에 깊숙이 결부된 사실상의 ‘군사시설’이었음을 진중일지를 통해 논증한다.

진중일지는 중대(독립된 소대 포함) 이상의 부대가 동원령을 수령한 날부터 복원을 완료한 날까지 작성이 의무화된 공식 기록물이다. 전사 편찬은 물론, 부대원의 근무·승진 기록 같은 기초 자료와 더불어 군사적인 제반 경험을 남김으로써 장래의 개선 자료로 삼기 위해 기록된 것으로, 해당 부대와 관련 부대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일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 따라서 진중일지는 위안소의 설치와 이용이 부대의 이동, 주둔, 작전, 훈련 등의 통상적 족적과 분리할 수 없는 군 행동의 ‘일부’였음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선행 연구에서도 진중일지가 활용되며 주목을 받았지만, 대부분 위안소가 등장하는 ‘당일’의 기록만을 소개하여 위안소의 실재를 밝히는 증거물로 쓰이는 데 그치거나, 위안소와 위안부가 언급된 부분만 분석함으로써 군 체계와의 접점을 밝히기에 부족했다. 그에 비해 이 책에서는 방대한 양의 진중일지에서 위안소와 위안부 관련 기술 전체를 추출하고 해당 부대는 물론 관련 부대의 제반 자료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고찰을 시도했다.

이 책의 집필 동기와 목적은 위안소가 평시에 출입하던 민간의 성매매업소와는 질적으로 구별되어야 할, 해당 부대에 부속된 ‘군시설’이었음을 논증하는 데 있다. 당연히 위안소를 개설하고 운용하는 일은 해당 부대가 수행하는 작전 및 주둔 태세와 밀접하게 연계된 업무의 일환이었다. 위안소에 출입하는 군인 개개인의 행위는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 통제하고 부여하는 ‘외출’에서부터 근거가 제공되는 공식적인 일과 중 하나였다. 위안소에서 위안부와 군인이 만나는 계기는 외출에 의해 형성되며 지역의 부대는 작전과 주둔 체계의 일환으로 할당되는 휴무일에 맞추어 외출을 허가하고 관리했다. 요컨대 위안소는 전쟁 수행을 위해 기획된 일본군의 제도이자 시스템으로 가동되었다. 

저자는 1998년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국제법정’ 준비팀에 합류한 이후 일본사를 바탕으로 학술적 돌파구 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군의 ‘가해’를 부대 운용 체계와 결부시켜야 한다는 당초 문제의식의 해법은 찾지 못했다. 새로운 접근법은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된 2007년,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언설을 반박하는 연구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이후 15년간 틈틈이 진중일지를 읽고 분류하고 검토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거듭했고, 최종적으로 ‘위안소’는 일본군의 제도와 부대 운용에서 비롯된 ‘가해’ 시스템이었음을 논증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는 만주사변부터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간의 축과 함께 중국에서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으로 확대되어 오키나와에 이르는 공간의 축을 염두에 두면서 위안소의 ‘역사성’을 실증적이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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