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등록금 인상 대학에 유감”…대학총장 "규제완화 외친 정부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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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등록금 인상 대학에 유감”…대학총장 "규제완화 외친 정부에 실망"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2.11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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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국가장학금 계획' 발표
- 대학 등록금 15년째 동결…교대 8곳에 사립대학 4곳만 인상
- 검토 대학들 향해 경고성 메시지…대책 없는 ‘반쪽 경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규제 완화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도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자 대학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일부 사립대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 여부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제동만 걸었을 뿐 인상을 막을 제재 조처나 정책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아 이런 경고가 효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총 4조 4447억 원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등록금 동결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각 대학에 요청했다. 이 장관은 보도 자료를 통해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브리핑 주제는 국가장학금이었으나 실제 교육부가 브리핑에서 강조한 것은 ‘등록금 동결’이었다. 

국가장학금은 Ⅰ유형과 Ⅱ유형으로 나뉜다. 소득 8구간 이하 중 성적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에게 주는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올해 3조 6486억 원이 지원된다.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등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대학에 대해서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3800억 원을 지원한다. 등록금을 올리면 이 장학금을 받지 못해 그간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를 포함해 총 329개 대학 가운데 매년 260여 개 대학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는다.

앞서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4년제 대학 총장 11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50%가 내년 안에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예전엔 등록금 인상을 포기하고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는 것이 이득이었으나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전년 두배인 5.1%에 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등록금 인상 상한 비율은 지난해 1.65%에서 올해 4.05%까지 올랐고, 내년엔 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입장에선 정부 지원을 포기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 셈이다. 이에 동아대는 올해 학부 등록금을 3.95% 올렸다. 등록금 인상분(50억 원)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지원받은 금액(20억 원)보다 30억 원가량 많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2월 8일 현재 전국 4년제 대학 191곳 중 2023학년도에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148곳(77.5%)이며 인상한 대학은 12곳(6.3%)이다. 교육대학은 8곳 모두 등록금을 올렸으며 사립대의 경우 동아대를 비롯해 4곳이 인상했다. 사립대인 청주대는 0.46% 인하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수차례 경제위기를 이유로 등록금 동결 방침을 언급한 탓에 대학들은 충분히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대해 별도 제재를 하지 않겠다지만 정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유감 표명까지 한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막을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은데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장학금 Ⅱ유형이 인상을 억제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등록금 규제는 국민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교육부 차원에서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향후 재정 지원 사업 등에서 등록금 인상 대학에 페널티를 주거나 동결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학들은 2009년부터 14년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28.2% 오른 데 반해 실질 등록금은 같은 기간 약 30% 감소했다면서 법정 한도 내 인상을 허용하고 국가장학금 Ⅱ유형과의 연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한 지역 사립대 총장은 “정부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해 대학 재정 투자를 늘렸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할 명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학에 ‘월드 클래스급’의 자율을 주겠다면서도 등록금에 대해 규제를 풀지 않는 것은 모순이자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들은 지난해 6월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장 정기 총회에서 장 차관이 “대학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정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히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도 크다. 장 차관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등록금 규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제가 말씀드린 부분을 동결·인하 기조로 대체한 것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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