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연대회의 "저급한 대학 시장화 정책 중단 촉구"... 교수 1056명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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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연대회의 "저급한 대학 시장화 정책 중단 촉구"... 교수 1056명 시국선언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2.09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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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교육 시장화정책 폐기를 위한 전국 교수 1차 시국선언’
- "대학정책 주제로 한 교수 공동 선언은 처음"
- “정부의 대학규제 완화, 시장논리로 구조조정 하는 것”

 

전국교수연대회의 소속 교수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 시장화 정책 폐기를 위한 전국 교수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교수연대 제공

전국의 대학 교수들이 4대 요건이라 불리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 개정 추진에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내고 조직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국·사립대를 막론하고 교수 단체들이 단일 대학 정책을 주제로 공동 선언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례적이다.

교수단체 연합인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교수연대)는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학 규제 완화 정책’을 "저급한 시장화정책"으로 규정하고 이날까지 1,056명의 교수들이 서명한 ‘고등교육 시장화정책 폐기를 위한 전국 교수 1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교육은 사회가 견지해야 할 공공적 가치인데 이를 훼손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정부가 낸 대학 규제 완화 정책이 고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성향이 다른 전국 단위 교수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대학 규제 완화책을 "시장만능주의 고등교육정책"으로 규정했다. 교육·연구 주체인 교수는 피해를 보고,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등에게만 유리하다는 관점이다.

교수연대는 선언문에서 "(대학설립과 운영의 4대 요건은) 사학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고 법인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개정안은) 법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교육기관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까지 모두 삭제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부는 사학법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교육기관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규정까지 모두 삭제하는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2022년 12월 30일 기습적으로 입법 예고했다"면서 "대학설립과 운영의 4대 요건인 교사·교지·교원·수익용 기본재산의 기준을 대폭 낮춰서 대학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그렇게 해서 생긴 돈을 사학법인이 챙기라는 것이다. 이대로 개정되면 강의실과 술집이 한 건물에 공존하는 전대미문의 희한한 대학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교수연대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교원확보 기준의 대폭 완화"라면서 “실력 있고 유능한 연구자가 대학을 외면하도록 근무 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이 본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대학은 더 이상 학문 공동체의 모습을 지니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16일 교육부가 발표한 4대 요건 개정안에서는 대학이 전체 교원의 3분의 1까지 겸임·초빙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현재의 5분의 1 대비 기준을 완화했다. 또한 학과를 새로 만들거나 폐지하는 구조조정을 할 때 교원확보율을 조정 전 이상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제를 폐지했다.

이에 대해 정규 교수보다 비정규 교수를 더 뽑을 수 있도록 해 처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교수연대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기업도 대학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이 직면한 최대의 문제점은 경쟁력의 약화인 만큼 교육부는 우수한 교수의 충원, 교육시설의 확충, 학문의 자율성 보장, 대학의 특성화 추진, 지역대학에 대한 정상적인 지원 등 경쟁력 강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은 고등교육(대학)에 대한 중장기 계획도 없이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 삼아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과 이른바 인기학과로의 쏠림을 조장한다"며 "몇 년 내 대학은 구조조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과거 전력과 관련해 교수연대는 "1995년의 이른바 '5.31 교육개혁'의 핵심은 대학의 설립과 운영기준을 대폭 낮추고 대학의 수를 늘리는 것이었는데 그 잘못된 결정의 주역이 바로 이주호 장관"이라면서 "이 장관이 다시 대학의 질을 더 낮추고 대학생태계를 초토화시키기 위한 첫 번째 전격전이 바로 이번 규정 개정"이라고 주장했다.

교수연대는 "정상적인 정부라면 당장 개정 추진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며 교육부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개정안을 철회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공론화 과정을 밟을 것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윤석열 정부와 이주호 장관이 고등교육정책을 놓고 벌이는 무모한 폭주를 막기 위해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의장 출신인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서명 일주일만에 140여 개 대학 1056명의 교수들이 서명한 것은 고등교육환경의 위중함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단일한 대학 정책을 갖고 시국선언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해 근본적이고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 보는 것"이라며 "최근 발표한 정책들까지 보면 어떤 정권에서도 보기 힘든 대대적인 지방대 구조조정 정책"이라고 말했다.

교수연대는 이 부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며, 면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항의 방문과 추가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수연대는 선언문 발표 후인 이날 오후 1시30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 균형 발전과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사진=교수연대 제공

[시국선언문]


대한민국의 미래를 파괴하는 「대학설립ㆍ운영규정」개정을 즉각 중단하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파탄내는 시장만능주의 고등교육정책을 철회하라!
지역대학, 지역경제, 기초학문, 인재 양성을 포기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2022년 12월 30일, 연말 인사로 바쁜 틈을 타서 교육부는 자율과 혁신,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삼아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전격 입법 예고하였다. 대학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한 해의 업무가 마감되는 날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만약 교육부의 의도가 관철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대학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대학의 설립 요건과 운영규정을 담은 「대학설립ㆍ운영규정」은 사학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고 법인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그래서 부실하고 부패한 사학법인일수록 이 규정을 풀어달라고 요구해왔고, 교육부는 최소한의 양심으로 이를 거부해왔다. 그런데 장관이 바뀌자마자 대학 구성원과 단 한 차례의 대화나 공청회도 없이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전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장관이 부실하고 부패한 일부 사학법인의 대리인이 되어 대학을 망치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정안 내용도 단순하다. 사학법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교육기관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까지 모두 삭제하자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대학설립과 운영의 4대 요건인 교사ㆍ교지ㆍ교원ㆍ수익용 기본재산의 기준을 대폭 낮춰서 대학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그렇게 해서 생긴 돈을 사학법인이 챙기라는 것이다. 이대로 개정되면 강의실과 술집이 한 건물에 공존하는 전대미문의 희한한 대학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교원확보 기준의 대폭 완화이다. 실력 있고 유능한 연구자가 대학을 외면할 수 밖에 없도록 근무 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이 본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대학은 더 이상 학문 공동체의 모습을 지니기 힘들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이 직면한 최대의 문제점은 경쟁력의 약화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기업도 대학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대학을 외면하고 경시하는 가장 주된 요인이다. 안타깝게도 14년에 걸친 등록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대한 동정여론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교육부가 추진해야 할 대학정책은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우수한 교수의 충원, 교육시설의 확충, 학문의 자율성 보장, 대학의 특성화 추진, 지역대학에 대한 정상적인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본 개정안은 대학이 직면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중장기 계획도 없이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 삼아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과 이른바 인기학과로의 쏠림을 조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몇 년 내로 대학은 구조조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질 것이다.

1995년의 이른바 ‘5·31 교육개혁’의 핵심은 대학의 설립과 운영기준을 대폭 낮추고 대학의 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국제경쟁이 가속화되고 학령인구가 감소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거꾸로 간 개혁의 후폭풍이 바로 오늘날 대학이 직면한 모든 위기의 근원이다. 그 잘못된 결정의 주역인 이주호 장관이 다시 대학의 질을 더 낮추고 대학생태계를 초토화시키기 위한 첫 번째 전격전이 바로 이번 대학설립운영규정의 개정이다. 개정안이 합리적인 내용이라면, 그리고 떳떳하다면 장관은 공론의 장으로 나와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해야만 한다.

교육은 상식과 합리성의 기반에서만 존립할 수 있다. 대학교육은 교수와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의 이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어떠한 긍정적 결과도 도출될 수 없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당장 개악 추진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더는 비겁하게 피하지 말라. 고등교육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사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와 이주호 장관이 고등교육정책을 놓고 벌이는 무모한 폭주를
막기 위해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이하 ‘교수연대회의’)의 기치 아래 하나로 뭉쳤다. 우리는 교육부가 개정안을 철회하고 정상적인 공론화 과정을 밟을 때까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굳게 연대하여 싸워나갈 것이다.


2023년  2월  8일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 국 교 수 연 대 회 의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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