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 “세계적 대학 수준까지 규제 완화…등록금 자율화 현 단계 검토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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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 “세계적 대학 수준까지 규제 완화…등록금 자율화 현 단계 검토 안해”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2.01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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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교협 2023년 정기총회 개최
- 고등교육·사립학교법 전면개정
- 교육과정간 벽 모두 허물어트릴 것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

전국 148개 대학의 총장들이 재정난을 극복하고 대학 균형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총장들은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대학재정을 확충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학의 자율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학 등록금 관련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선 등록금 자율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월 31일(화)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 컨벤션센터 2층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정기총회 직후 대학총장들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 및 2023년 정책 추진 방향을 듣고, 국·공립대학 및 사립대학의 현안에 대한 논의와 정책 건의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이주호 장관은 "고등교육특별회계로 증액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걸 마중물로 해서 다양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대학의 자율과 창의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들은 과감하게 혁파해서 대학 운영 전반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제도 개선할 것"이라며 "지역과 지역대학이 동시에 소멸하는 위기상황에 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역대학 중심으로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날 고등교육 지원을 위해 △규제 개혁 △재정 개혁 △구조 개혁 등 세 가지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총장들과 공유했다. 특히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처음 장관을 했을 때 왜 규제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문제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규제 개혁에 방점을 두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고등교육 규제를 미국·유럽 등 선진국 수준으로 혁파하겠다며 일례로 대학과 전문대, 사이버대로 구분된 과정의 벽을 허물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동안 전문대는 전문학사, 대학은 대학과정, 사이버대는 사이버과정만 운영했는데 이 벽을 허물려고 한다. 안 허물 이유가 없다”며 “미국처럼 한 대학이 전문대와 4년제, 사이버 과정을 다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 장관이 대학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총장들에게 약속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선진국 '월드 클래스' 대학이 누리는 자유 수준까지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게 안 되면 대한민국의 진정한 선진화는 이뤄질 수 없다"며 "최종적으로는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을 전면 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주호(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교육부<br>
이주호(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등록금 규제완화'도 이날 간담회의 화두였다. 대학 총장들은 앞서 진행된 총회에서도 한목소리로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간담회에 앞서 주제발표를 진행한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15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코로나19에 따라 대학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2019년 기준 한국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2위"라고 지적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이 부총리에게 "국가장학금Ⅱ 지급 기준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 국가장학금Ⅱ 규제는 등록금을 한 푼이라도 올린 대학에 국고 지원을 없애는 방식이라 등록금 동결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금 단계에선 등록금 자율화에 관해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전과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13년 만에 전국 사립대 최초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동아대의 이해우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상황이 극심하게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의실은 빔프로젝터를 새로 사지 못하고 계속 수리해서 쓰니 화질이 떨어진다”며 “공대 실험 장비나 기자재도 최신용으로 바꿔주고 싶지만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이 총장은 “(정부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학생의 수업권과 교육환경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그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들의 재정 상황이 계속 악화하는 만큼 내년부터는 등록금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동아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학부 등록금 3.95%, 대학원 등록금 3.86% 인상을 결정했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등록금을 직전 3개 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인상할 수 있다. 이에 지난해 등록금 인상 상한선은 1.65%였지만 올해는 물가 상승으로 4.05%로 높아졌다. 하지만 인상 시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 장관은 규제개혁이나 올해 1조7,000억원 가량이 지원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 등을 통해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특회계가 3년 기한이란 차정인 부산대 총장의 지적에는 "법이 한시적으로 끝날 때 절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체계 구축을 바로 시작해야 하는데 큰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컨센서스(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학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특회계가 유지·확대되려면 "대학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올해부터 3년 동안 특별회계 돈을 정말 잘 써서 지역을 살리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훨씬 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장관은 규제개혁과 함께 추진할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모든 대학이 다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을 (대학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어차피 정리될 대학이 몇 년간 정리가 안 돼 생기는 문제를 모든 대학이 함께 떠안을 수는 없다”며 “다만, 구조개혁을 다른 대학보다 열심히 하는 대학은 반드시 살아남아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교육감 선출 방식 변경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정부는 정당 공천이 금지된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각 정당의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와 짝을 이뤄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장관은 “초·중등 교육의 상당한 난맥상이 교육감 직선제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어떻게든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가는 식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교육인데 교육과 일반행정이 나뉘어 있어서 문제였기 때문에 지자체가 더 책임을 지고 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영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3년 정기총회」기조강연 발표

□ 이날 총회에는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가운데 148개교 총장이 참석하여 2022년도 사업실적 및 결산, 2023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을 심의·의결했다.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 “2022년은 대학 사회의 숙원이었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제정되어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 확보의 기반을 마련한 뜻깊은 해였다”면서 “이러한 성과는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학 재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건의해 온 것이 정부와 국회의 고등교육 재정 확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2022년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는 ‘고등교육세 신설(안)’을 공론화하고, 대정부 건의를 추진하였던 만큼, 올해도 대교협은 대학재정 확충, 대학규제혁신, 대학균형발전 등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하여 회원대학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하여 적극 건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교협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대학 균형 발전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고등교육 현안 논의 시간을 가졌다. 주제 발표는 강원대 김헌영 총장이 맡았으며, 대학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김헌영 총장은 학령인구 급감, 사회 변화, 열악한 고등교육 재정 지원 등으로 인한 대학의 위기를 조명하고,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과 사회 변화에 대응한 대학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김 총장은 “대학의 자율성과 안정적인 재정이 확보되어야 대학이 국가의 성장 거점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대학이 과감한 혁신을 통해 국가균형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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