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해학과 풍자로 상식을 뛰어넘는 사유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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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해학과 풍자로 상식을 뛰어넘는 사유의 보고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1.22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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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 자유로운 삶을 위한 고전 | 장자 지음 |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808쪽

 

혼돈의 전국시대를 유유자적 노닐며 살아간 자유로운 지성 장자. 그는 모두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며 패권 전쟁에 골몰하던 시기에 절대 자유를 추구하며 무위와 무용을 이야기했다. 그의 책 《장자》는 언뜻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말만 가득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탐욕의 시대를 직시하며 이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촌철살인이 숨어 있다. 

흔히 도가를 ‘노장사상’이라고 일컬을 만큼 노자와 장자가 도가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독보적이다. 유가와 더불어 제자백가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도가이기에, 장자의 사상이 동아시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는 도(道), 무위(無爲) 등 노자의 개념과 원리를 수용하면서도 시비와 차별을 뛰어넘는 독자적 사상을 구축하려 했다. 즉 노자를 도가의 기틀을 마련한 사상의 시조라고 한다면, 장자는 노자를 계승하여 도가적 사유를 확장하고 다양한 개념을 발전시킨 사상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장자와 그의 후학에 의해 만들어진 책 《장자》는 내편, 외편, 잡편 등 3부로 구성됐다. 총 33편, 6만 5천여 자에 이르는 방대한 텍스트에서 장자는 자유분방하고 호방한 사상을 담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거대한 새 붕과 물고기 곤의 이야기로 자연에 비해 한없이 보잘것없는 인간의 한계를 질타하는가 하면, 오리와 학의 다리는 길든 짧든 모두 본성에 맞는다며 만물이 타고난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냉혹한 전국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편협한 구분이나 주관적 판단을 초월하기를, 자연의 도에서 세상의 근원과 가치를 찾기를, 열린 마음으로 노닐며 자유를 추구하기를 요청한 것이다.

장자는 세속의 울타리에 갇혀 부귀를 추구하여 마음이 구차해지고 비굴해지거나, 명분과 명예에 사로잡혀 새장에 갇힌 새의 신세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한번 날아오르면 구만 리를 날아가는 붕새처럼 되어야 한다고 장자는 강조하고 있다. 장자가 살다 간 전국시대가 아닌 21세기에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도 대부분 상식과 세속의 시선을 받으며 늘 엄격한 틀 속에서 자기 관리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추스르면서 부와 명예라는 성공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들보다 잘살고 좀 더 나은 명성을 떨치는 게 늘 최우선 목표였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장자는 주로 우언(寓言)으로 자신의 사유를 전한다. 우언이란 ‘밖에서 빌려와 논한다’라는 뜻으로, 사람이나 사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장자》에 등장하는 대표적 우언은 바로 그 유명한 ‘호접몽(胡蝶夢)’, 나비의 꿈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장자는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꿈을 꾸는데, 꿈에서는 자신이 장자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알 수 있는가? 이외에 수천 마리의 소를 해체했는데도 칼날이 새것 같은 포정, 크기가 몇천 리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물고기 곤과 새 붕, 인과 의에 관해 논하는 공자와 노자 등 《장자》에는 그 자체로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같은 이야기들은 얼핏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해학과 풍자와 냉소가 어우러져 있으며, 때로는 읽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촌철살인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호접몽은 장자의 꿈에 관한 간략한 일화지만, 이를 통해 그가 분별이나 차이가 없고 만물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경지를 그렸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소 해체의 달인 포정 이야기는 어떻게 자연의 섭리인 도에 순응할 것인지, 어떻게 양생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공자와 노자의 이야기에는 인의를 강조하는 유가의 사상이 사람들의 본성을 어지럽힌다는 장자의 생각이 무척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우언을 활용한 깊고 넓은 고전 《장자》는 읽을수록 풍부한 의미를 길어낼 수 있는 사유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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