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과연 벌어지고 있는가? 절멸주의의 위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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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과연 벌어지고 있는가? 절멸주의의 위기는 무엇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2.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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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냉전에 반대한다: 워싱턴이 벌이는 신냉전과 절멸주의에 관한 노트 | 데보라 베네치알레·존 로스·존 벨라미 포스터 지음 | 비자이 프라샤드 엮음 | 심태은 외 3명 옮김 | 두번째테제 | 148쪽

 

이 책은 저자 비자이 프라샤드가 현재 벌어지는 전쟁에 반대하며 미 제국주의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기획 출간한 책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대만해협 문제 등 미국과 세계 사이에 벌어지는 여러 위기 사이의 관계들을 살펴보며, 이전 냉전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게 된 새로운 냉전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상황을 분석하고, 인류를 절멸의 위험에 빠트리는 핵전쟁의 위기를 불러오는 절멸주의에 대해서 설명한다.

수록된 글 세 편은 각각 세계에서 벌이는 미군의 침략 전략과 냉전 시기부터 이어 오는 평화를 방해하는 핵태세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금 회귀하고 있는지 밝힌다. 더불어 미국의 이러한 확장 전략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각각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목소리를 포함하여 비판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주장을 가감 없이 수록했다. 세계질서에 대해, 세계평화에 대해, 제국주의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목소리들을 통해 독자에게도 함께 논의하고 논쟁하며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어 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미국의 엘리트 계층에게서 보이는 태도로 ‘단기간의 고통을 감내하고 장기간의 이득을 취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전쟁이 초래하는 고통을 겪는 전쟁 당사국 혹은 군인으로 복무하는 자국 노동자들에 대해서 이러한 태도를 취한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다른 이들의 고통을 당연시하는 태도는 이제껏 제국주의적인 확장을 정당화해 왔다. 이러한 기본 태도는 다극화한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러시아나 중국에 대한 위협적인 태도 및 전쟁도 불사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며,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브릭스나 유라시아 통합과 같은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행위를 불러일으켰다. 냉전 시기부터 워싱턴 정가에서 지니고 있던 핵우위 이론은 이런 정세에서 세계에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 절멸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엘리트 계층과 군산복합체, 워싱턴 정계의 변하지 않은 성격을 바로 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존 로스는 “미국이 세계에서 더 많은 군사 침략을 벌이는 이유”라는 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이 전 세계에 질적으로 공격 행위를 더욱 확장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쟁 외에 대만해협 위기라든지 확장되는 중국과의 갈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존 로스는 중국과 남반부 국가의 대응이 이러한 위기를 완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냉전기 이후 경제적으로 밀리게 된 미국이 군사적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데보라 베네치알레는 “미국을 전쟁으로 이끄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에서 미국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군사주의를 추구하는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필자는 미국 정치 엘리트들이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전략을 세우는 여러 싱크탱크와 연구소 등 조직을 통해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그 전략을 세계에 관철하고 있는데다가 헌법에 따른 기본 원칙인 견제와 균형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며 보여준다. 이 글에서 우리는 전 세계 부를 자신들이 독식하고 미국의 세계 지배를 관철하기 위해 일하는 미국 엘리트 계층의 모습을 상세하게 살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존 벨라미 포스터는 “21세기 생태와 평화 운동을 위한 ‘절멸주의에 관한 노트’”에서 1980년대 발표된 E. P. 톰슨의 에세이 ‘문명의 최종 단계, 절멸주의에 관하여’를 바탕으로 현 정세까지 이어 온 미국의 핵태세와 핵전쟁으로 벌어질 참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워싱턴의 안이함을 통렬하게 고발한다. 미국의 전략인 핵겨울 즉 절멸주의는 핵전쟁을 벌이게 되더라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기획이다. 이런 생각은 냉전 시기에도 세계의 평화를 가로막고 인류의 공멸을 앞당기는 위험천만한 도박으로 여겨졌으며, ‘둠스데이 머신’에 대한 공포는 대립하는 세력 사이의 평형을 이루게 했다. 냉전기 소련과의 경쟁 속에서는 상호확증파괴라는 개념으로 핵의 균형이 이뤄졌지만 이러한 균형은 군사적으로 모든 것에서 앞서겠다는 확전우위 개념에 의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미국 우위의 단극 체제가 핵전쟁의 위험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균형의 파괴 속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맞서는 등 세계에서 핵전쟁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포스터는 이렇게 절멸주의를 소개하며 인류가 직면한 두 가지 절멸주의, 즉 기후 변화로 인한 절멸과 핵전쟁으로 인한 절멸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한 고찰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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