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상위권 로스쿨들, U.S. News 순위평가 보이콧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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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상위권 로스쿨들, U.S. News 순위평가 보이콧 선언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2.04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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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등교육]
- 저소득층 장학금 주면 낮은 점수?…예일·하버드 로스쿨 등 대학순위평가 보이콧
- 평가기준 부조리 꼬집으며 보이콧…"오류 탓에 순위 시스템 신뢰 못 해"

 

예일 대학 로스쿨(랭킹 1위)

미국 유력 대학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들이 잇따라 특정 순위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UCLA 로스쿨이 11월 22일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의 로스쿨 순위평가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예일, 스탠포드, 하버드, 컬럼비아, UC버클리, 조지타운, 미시건, 듀크와 노스웨스턴 등 최상위 로스쿨들이 순위평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보이콧에 합류한 대학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11월 22일 기준).

• 11/16(수): 예일 대학 로스쿨(랭킹 1위),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 로스쿨(랭킹 4위)
• 11/17(목):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로스쿨(랭킹 9위)
• 11/18(금): 컬럼비아 대학(Columbia Law School) 로스쿨(랭킹 4위), 조지타운 대학(Georgetown University) 로스쿨(랭킹 14위). 스탠포드 대학(Stanford University) 로스쿨(랭킹 2위)
• 11/20(일): 미시건 대학(University of Michigan) 로스쿨(랭킹 10위)
• 11/21(월): 듀크 대학(Duke University) 로스쿨(랭킹 11위), 노스웨스턴 대학(Northwestern University) 로스쿨(랭킹 13위)
• 11/22(화): UCLA 로스쿨(랭킹 15위)

'US뉴스'의 로스쿨 랭킹에서 이탈한 대학의 이탈 이유는 비슷하다. 해당 평가가 사회적 기여와 공익 부분에 대한 각 로스쿨의 노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히더 거킨(Heather Gerken) 예일대 로스쿨 학장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순위 시스템은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며 “이런 평가방식으로는 법조계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는 데다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예일대는 평가 기준에 공공선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성명서에 따르면 US뉴스는 ‘프로보노(Pro bono)’ 등 공익 변호사를 맡은 졸업생들을 실업자로 분류했다. 또 변호 봉사를 통한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도 감점 요인 중 하나다. 공공성 여부와 상관없이 ‘빚더미를 떠안고 취업 안되는 대학’으로 규정되는 셈이다.

입학생 기준도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소득층 학생이 아닌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LSAT 점수가 높은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야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졸업생이 월급이 적은 공공분야에서 봉사하는 것보다 보수가 높은 민간 기업에 취직해야 로스쿨이 가산점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하버드대 로스쿨도 보이콧 대열에 참여했다. 존 매닝(John F. Manning)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은 “몇 달 동안 숙고한 끝에 순위 평가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부 이유는 예일대와 비슷했다. 매닝 학장은 “우리의 원칙과 US뉴스의 평가방식이 조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4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US 뉴스는 이 순위가 학교의 지원을 받아 공공 분야에서 펠로십을 하는 졸업생들을 완전히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 부채 부분의 경우 공공분야에서 일하는 졸업생을 위한 대출 상환 지원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엔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데 그중 US뉴스가 대표적이다. 이 매체는 1984년부터 대학순위를 매겼다. 학부, 의대, MBA(경영대학원), 로스쿨 등 부문별로 순위를 매기고 그 결과는 많은 관심을 끈다. 대학들도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곤 했다.

공교롭게 '이탈' 대학들은 해당 로스쿨 순위의 최상위권이다. 올해 예일대가 1위, 스탠퍼드가 2위를 했으며 컬럼비아·하버드 공동4위, UC버클리 9위, 조지타운 14위 등이다. 특히 예일대 로스쿨은 1990년 이래 32년 연속 이 순위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점차 평가가 왜곡돼 왔다는 게 이 대학들의 주장이다. 대학들은 지표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킨 학장은 "해당 시스템은 로스쿨 학장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변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스쿨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일대와 다른 로스쿨 학장들이 공공분야에서 일하는 학생들을 평가에 분류하는 방법을 재고해 달라고 US 뉴스 측에 요청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학교들은 이 순위가 예비 학생과 이들의 고용주에게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이콧하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대학 순위 평가가 자체 감사 기능 없이 학교의 자체 보고 데이터를 수용한다는 비판을 오래도록 받아왔다고 전했다. 일례로 앞서 컬럼비아대 한 교수가 US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강의 관련 일부 통계가 부정확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컬럼비아대가 제출한 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점이 반영돼 컬럼비아대의 순위는 2위에서 18위로 급락했다.

최초 의혹을 제기한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대학 평가가 조잡하고 의미도 없다는 것"이라며 "한 대학이 1년 만에 2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면, 이는 전체 순위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US뉴스의 대학순위를 둘러싸고 불미스런 일도 터졌다. 모셰 포래트 전 템플대 비즈니스 스쿨(MBA) 학장은 US뉴스 MBA 순위에 들어가는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징역 14개월과 25만달러(약 3억여원)에 달하는 벌금을 선고 받았다.

명문 로스쿨을 중심으로 US뉴스의 순위평가를 거부하는 학교가 늘어날 전망이다. UCLA 로스쿨 학장인 러셀 코로브킨(Russell Korobkin)은 “다른 학교들이 예일과 하버드를 따른다면 US뉴스의 순위표는 곧 무너질 것”이라며 “다만 전국적인 인지도가 없는 로스쿨은 빠져나갈 여력이 없다. 경쟁이 치열해 학교 이름 한번 알리기 어려운 게 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 순위 평가는 공공기관이 집계하는 자료는 아니지만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때 유의하게 참고한다. 다만 예일대와 하버드대가 보이콧한다 하더라도 순위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로이터는 전망했다. 한편 US뉴스 측은 대학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자체 자료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로스쿨 랭킹은 미 전역 192개 로스쿨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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