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발목 잡힌 기술 혁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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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발목 잡힌 기술 혁신성장
  • 박성현 서울대 명예교수·통계학과
  • 승인 2020.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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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과학기술이 기반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지구촌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국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가?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수준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발표한 문건 ‘2019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살펴보자. 한국은 평가대상국가 63개국 중에서, 1999년 41위에서 점진적으로 향상되다가 2011∼2013년에 22위로 고점을 찍은 후, 차츰 하락하여 18년도에 27위, 19년도에 28위로 처지고 있다. 평가 항목 중에서 기술 인프라를 살펴보자. 기술 인프라는 3G&4G 가입자비율에서 하락하고, 기업의 R&D 활동 저조, 제조업 혁신 비전 및 전략의 미흡 등으로 18년도의 14위에서 19년도에 22위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올해 전망을 살펴보면, 정부의 R&D 예산이 19년도의 20.5조원에서 20년에 17.3% 증가한 24.1조원으로 편성되어 과학 인프라는 비교적 양호한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학이 기술로 연결되기 위해 필수적인 인재 양성, 산학연 협동 연구, 연구논문의 산업화 등의 비효율성이 커서 기술 인프라 전반에 걸쳐 올해도 전망이 밝지 못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무역이 18년 12월부터 20년 1월까지 전년 대비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고 있고, 4·15 총선으로 인하여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있으며, 정부의 반(反)기업 친(親)노동 정책으로 기업이 활력을 못 찾고 있어, 기업의 기술 개발은 더 나빠질 확률이 높다. 기술 개발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를 필요로 하고 사용하는 기업의 몫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법인세 인상, 무리한 주52시간 근무제 실시, 과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강성 노조 활동 등으로 기업들이 점점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서 기술 개발은 뒷전에 밀리고 혁신성장이 암초에 걸려 있는 것이 현실이며, 올해에도 작년과 같이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3대 경제정책 기조(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세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혁신성장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및 공정경제와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문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를 집중적으로 실행하다보니 혁신성장이 상대적으로 죽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국가 경제성장의 파이를 키우지 못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 사회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에 대하여 살펴보자. 정부는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기정통부는 지난 12월 17일에 2030년까지의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는 AI 진흥의 6가지 주요 내용(법제도 정비, 인재 육성, 인프라 확충, 기술경쟁력 확보, 스타트업 육성, 일자리 안전망 구축) 등의 장밋빛 계획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6개의 내용 중 앞의 법제도 정비만 살펴보자. 정부는 AI 관련 혁신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우선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형태로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AI 관련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할 것이다. 결국 모든 업종, 모든 기술로 ‘포괄적 네거티브’ 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나 이는 법제화에 달려 있고, 현재로는 실행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 돌파구라고 말하는 ‘규제 샌드박스’ 방식으로는 선진국의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앞으로 새로이 등장할 각종 AI 기반 서비스가 ‘타다 금지법’처럼 예상치 못한 법적 장애물을 만나면 기업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결국 획기적인 규제완화 없이는 인공지능에 의한 혁신성장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며, 결국 AI 국가전략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정해진 ‘탈원전’ 정책은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원전 기술의 후퇴, 원전 산업의 붕괴, 기후변화의 악영향(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배출), 전기요금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가장 큰 악영향은 과학기술인들의 사기저하이다. 우리나라가 각고의 노력으로 오랫 동안 개발한 최고의 기술을 폐쇄시킨 정치에 과학기술인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잘못된 정치에 억압받는 과학행정이 올해에도 계속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올해에는 우선적으로 혁신성장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으로 세워져 국부(國富)의 파이를 크게 키워 경제성장을 이루고, 그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어 소득주도도 견인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탈원전 정책의 파기라는 결정이 이루어지고, 각종 규제에 신음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해서 진흥되는 해가 되기를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 염원하여 본다.


박성현 서울대 명예교수·통계학과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에서 공학석사와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33년간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자연과학대 학장, 법인화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통계학과, 한국품질경영학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등을 거쳤다. 현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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