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과 그 시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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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과 그 시대 사람들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2.11.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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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규의 〈과학에세이〉

 

                                다윈(Charles Darwin)과 마르크스(Karl Marx) 출처: wikipedia.org

다윈(Charles Darwin)과 마르크스(Karl Marx)의 연구 분야는 멀리 떨어져 있으나 두 학자 모두 19세기에 지각을 흔드는 이론을 주창하였다.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이 생물학적으로 정적인 것이 아니라 진화된다는 다윈설을 제시하였다. 마르크스는 인류사의 발전과정에서 계급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모든 이론이 그렇듯, 두 이론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다윈의 이론은 히틀러와 그 지배집단에 의해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고, 마르크스의 이론은 스탈린에 의해 계급해방이라는 언어로 왜곡되었다. 19세기 산업혁명을 통한 자본주의의 발달과 생산을 극대화한 과학기술은 생산력의 급속한 증가를 이끌었다. 자본가의 출현과 생산력의 관계는 유럽에서 과학 발전의 지름길을 제공하였다. 

다윈의 진화론은 빅토리아 영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준 역사의 일부분이다. 다윈은 1859년에 출판된 <종의 기원>을 통해서, 진화는 인류의 통일성과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고, 자연선택은 적응진화의 원인이라는 두 가지 주요 논점을 전개하였다. 다윈은 생명의 역사는 나무와 같이 공통의 줄기에서 다수의 가지가 뻗어 나와 현재의 다양성을 보인다고 하였다. 과학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윈설은 유럽에서 전자본주의와 관련하여 신흥 유산계급의 계급투쟁 도구로 사용되었다. 유산계급은 산업 지도자로서 스스로를 가장 중요한 계급으로 여겼으며, 이에 합당한 통치 구조를 원하였다. 판네쿡(Anton Pannekoek)은 19세기 유럽 유산계급의 급진적인 역할에 대한 언급에서, 유산계급이 원한 것은 구 통치 권력의 제거라고 주장하였다. 생존경쟁의 아이디어에 기반해 판네쿡은 ‘다윈설은 불평등의 과학적 증거’라 주장하였는데, 이런 면에서 그는 반사회주의자로, “사회주의는 경쟁과 생존경쟁을 폐지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다윈설은 이 투쟁을 피할 수 없으며 전 생물계에 대한 자연법칙임을 알려주고 있다. 판네쿡이 싸운 대상은 사회적 다윈설이지 다윈의 진화론은 아니었다. 진화는 결코 끝이 없다. 

                        (좌) Anton Pannekoek, (우) Theodosius Dobzhansky

도브잔스키(Theodosius Dobzhansky)는 “생물학에서 진화의 관점을 제외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였다. 다윈 이론의 핵심은 매우 단순하다. 한 집단 내의 개체 중에 형태적, 생리적 또는 행동적 특성에서 변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특성은 유전된다. 특히 생식에 유리한 특성을 갖는 개체들은 세대를 지속하여 자손을 퍼트릴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인류를 물질계의 중심으로 이동시켰듯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가 생물계의 정점에 있다는 생각을 깨트려, 더 이상의 ‘지적 설계’는 사라졌다. 적응은 생물들의 생존경쟁 결과로 나타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다윈 이전에 진화론을 인식했다. 마르크스는 자연발생설이 창조론의 실제적인 반박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물론, 마르크스는 진화론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지 않은 급진적인 철학자였다. 그러나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들은 이 주제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데 사용된 다윈설의 핵심을 인식하였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는 엥겔스에게 ‘노동의 분업, 경쟁, 새로운 시장의 개방이 진행되는 영국에서 생존경쟁에 대한 간섭과 인구론을 바탕으로 한 다윈의 발견은 놀랄만한 것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1845년에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인류의 욕구를 충족할 생산 능력이 다른 동물과 구별된다고 주장하였다. 동물은 단지 수집할 뿐이고 인류는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인류 없이 자연은 생산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엥겔스는 물질의 서로 다른 형태와 복잡성은 서로 다른 과학 법칙을 포함한다는 자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자의 견해에 수정을 가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물리적이고 생물학적인 물체로 다른 동물과 같은 물리 및 생물학 법칙에 종속되나, 자신의 생존 수단을 생산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인류의 생존과 역사는 물리학과 생물학에 의해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다윈설은, 모든 동물은 자신들의 특별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형태에서 동등하게 적응한다는 것을, 마르크스주의는 모든 사회 체제가 그 조건에 특이적으로 적응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진화론은 서로 다른 경제 체제의 진화와 역사의 본성에 대한 사회주의적 이해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종의 기원> 출판 후 마르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엥겔스는 “내가 읽은 다윈의 작품은 완벽하고 위대한 업적이다. 거기에는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는 목적론의 단면이 존재한다. 자연계의 역사적 진화를 증명하기 위한 시도는 예전에 전혀 없었다”라고 적었다. 마르크스는 <종의 기원>을 읽은 후, ‘우리의 견해에 대한 박물학적 근거를 포함하는 책을 쓴 친구’라고 열광하였다. 다윈설은 어떤 기존의 경제 체제라도 그 역사적 발전의 산물이라는 적절한 과학적 논거로 받아들여졌다. 생물학적 자연 법칙을 발견한 다윈과 같이, 마르크스는 인류사의 발전 법칙을 발견하였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이데올로기의 만연에 가려진 단순한 사실, 즉 인류가 정치, 과학, 예술과 종교 등을 추구하기 전에, 인류는 먹거리, 주거지와 추위를 가리는 옷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물질적 수단의 생산과 그 결과로 특정한 지역 또는 주어진 시대의 사람들이 성취하는 경제발전의 정도가 국가 기구, 예술 그리고 종교에 대한 신념의 기초를 형성한다. 

 

                                       (왼쪽부터) Rudolf Virchow, Ernst Haeckel, Herbert Spencer

다윈설과 사회주의 사이의 유기적 연결은 마르크스주의를 혐오한 독일의 피르호(Rudolf Virchow) 같은 일부 과학자와 연관되어 있다. 그는 다윈설을 심하게 공격했는데, 학교에서 진화론을 교육하는 것은 사회주의 독트린에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위험하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이들 두 혁명적 이론이 보완적이라는 주장이 틀린 것이 아니다. 진화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인류사의 발전을 다루고 있다. 다윈설의 강력한 옹호자인 헤켈(Ernst Haeckel)은 다윈설과 사회주의를 ‘불과 물처럼 서로를 지탱한다’라고 언급하였다. 한때 구시대의 봉건 반동 권력에 대한 투쟁에서 유산자 계급의 무기로 사용됐던 다윈설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무산계급에 대항하는 유산계급의 개인주의를 옹호하는 도구가 되었다. 인류의 사회진화론에 따르면, 생존경쟁은 스펜서(Herbert Spencer)가 주조한 ‘적자생존’에 맞닿아있다. 스펜서는 일찍이 사회 성장에 대한 개인주의의 유산계급 이론을 제안하였다. 스펜서는 자신의 이론 정당성에 논거를 제시한 다윈을 자기편으로 삼았다. 스펜서는 1864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생물학 원론>에서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를 도입했는데, 그는 다윈설과 유사한 그의 아이디어를 재확인하였으며, 이 ‘적자생존’이 다윈의 ‘자연선택’이라고 언급하였다. 

1844년에 파리에 거주하던 마르크스는 “역사 그 자체는 박물학 그리고 인간으로의 발생의 한 부분이다. 인류과학이 자연과학에 통합되었듯이 자연과학은 인류과학으로 통합될 것이며, 결국 하나의 과학이 존재할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몇 년 후에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유물사관이라 알려진 최초의 진술인 ‘독일 이데올로기’를 작성하였다. 그들은 “인류는 역사를 두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박물학과 인류사로 나눌 수 있으며, 박물학과 인류사는 인류가 존속하는 한 상호의존적이다‘라고 언급하였다. <종의 기원>이 출판되기 15년 전에 그들은 자연계를 역사적 그리고 유물론 원리를 이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그들은 다윈설을 완전한 사적 유물론이라 주장하였다. 엥겔스는 인간 사회에 대해 생물학 법칙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강하게 배척했다는 면에서 정치적 진화론자라 할 수 있다. 다윈설은 사회로부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주장한 홉스(Thomas Hobbes)의 이론 및 맬서스의 인구론과 함께 유산계급 경제론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생명체의 복잡한 구조와 행동은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에 생명의 불가사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더는 신이 필요 없게 되었다. 헉슬리(Thomas Huxley)가 <자연에서 인간의 위치>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배아는 원숭이 및 다른 동물들의 배아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로부터 인간은 동물 중의 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어느 교파든 모든 성직자가 다윈을 증오한 이유이다. 모든 동물은 자신이 갖는 도구 진화를 가지고 생존하기 위해 경쟁한다. 인류는 선조들이 발전시킨 언어, 지각과 협동 같은 계획을 통해 생존한다. 최초의 인류는 그들이 계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발 동물인 원숭이와 구별된다. 인류는 사냥을 계획하고, 자신의 주거지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실행에 앞서서 계획한다.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인류의 특징이다. 마르크스는 “사람의 존재 형식으로서의 필요조건인 노동은 배타적으로 인류를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다. 직공(織工)이 작업하는 것과 유사하게 거미도 그물망을 만들고 꿀벌은 자신의 집짓기를 통해 많은 건축가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러나 꿀벌의 최상의 집과 최악의 건축가를 구별 짓는 것은, 건축가는 건축물을 세우기 전에 자신의 건축물을 구상한다는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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