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나일본부설’(임나=가야설)의 허구를 논파하다
상태바
‘임나일본부설’(임나=가야설)의 허구를 논파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1.08 02:1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선사편수회 식민사관 비판 2 | 이덕일 지음 |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 288쪽

 

일제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점령한 후 역사를 말살해야 영구히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점령 이전부터 역사왜곡에 나섰다. ‘반도사’란 개념을 만들어 우리 역사무대에서 ‘대륙’과 ‘해양’을 삭제하고 ‘반도’로 축소한 후 반도의 북쪽에는 고대 한나라의 식민지인 한사군이 있었고, 반도의 남쪽에는 고대 야마토왜의 식민지인 임나일본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일본의 극우파 식민사학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한국(남한)역사학자들의 임나일본부설, 즉 임나일본부설의 다른 이름인 ‘임나=가야설’의 논리를 논파한 책이다. ‘단군부인론’과 함께 ‘한사군=한반도설’과 ‘임나일본부설(임나=가야설)’은 일제 식민사관의 핵심요소들이다. 이런 식민사관의 개념들은 광복 후에도 해체되지 않고 현재까지도 한국(남한) 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 책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임나일본부설의 허구를 논증한 책이다.

임나일본부설의 핵심은 임나의 위치이다. 임나의 위치에 대한 설은 2가지인데, 임나를 한반도 남부로 비정하는 ‘임나=가야설’과 임나는 본국의 가야계가 일본열도로 진출해서 세운 소국 또는 본국으로 보는 ‘임나=일본열도설’ 또는 ‘분국설’이다.

‘임나=가야설’은 일본의 국학자들이 메이지 시대에 조선 정벌논리를 만들기 위해 고안한 ‘정한론’의 핵심논리다. 곧 한국점령을 위한 정치선전이다. 아유카이 후사노신, 쓰에마쓰 야스카즈 등은 ‘임나=가야설’에서 더 나아가 야마토왜의 강역인 ‘임나’가 경상도의 가야뿐만 아니라 전라남북도 및 충청도 일부까지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가야사가 지난 몇 년간 논쟁이 된 것은 가야(임나)가 경상도뿐만 아니라 전라도까지 차지했다는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해서 전북 남원이 야마토왜의 식민지인 ‘기문국’, 경남 합천이 이른바 임나 7국의 하나인 ‘다라국’으로 비정해서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하려 했기 때문이다. 

임나일본부설은 서기 369년부터 562년까지 야마토왜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시기 일본 열도에는 제철기술조차 없었다. 반면 한반도 남부는 이미 서기전 3세기 무렵에 제철기술을 갖고 있었고, 임나일본부가 있었다는 4세기말에서 6세기 때 ‘신라, 고구려, 백제, 가야’ 각국은 많게는 수만 명의 군사를 동원하는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제철기술도 없는 야마토왜가 한반도 남부를 식민지로 영유한다는 것은 역사학의 기본 상식에 어긋난다. 따라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가야는 『일본서기』에 나타나는 가라(임나)로 볼 수 없으며, 왜 세력이 2백 년 동안 가야(=임나)를 지배했으면 『삼국사기』·『삼국유사』라는 문헌은 물론 그 유적·유물이 나타나야 하지만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곧 임나일본부설, 곧 ‘임나=가야설’은 허구다.

반면에 ‘임나=일본열도설’, 곧 ‘분국설’은 남한의 민족사학계와 북한의 역사학계가 주장하고 있다. 이 학설은 가야계가 일본열도에 세운 분국이 임나라는 것인데 그 시초는 1963년 대구출신 월북학자 김석형이 「삼한 삼국의 일본열도 내 분국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처음 주장된 것이다. 김석형의 주장은 『일본서기』에 나타나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는 본국이 아니고 본국의 계통이 일본열도로 진출해서 세운 소국 또는 분국이라는 것이다. 이 논문은 일본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일본 열도 내 임나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남한 민족사학계는 임나의 위치를 대마도, 큐슈 지역 등으로 보는 반면 북한학계는 지금의 오카야마시 지역으로 보고 있다.

남한 민족사학계는 『일본서기』 「숭신 65년」 조 기록에 따라 임나를 대마도로 보거나 큐슈 지역의 정치적 변화에 중점을 두어 큐슈로 보고 있다. 김석형이 주장한 ‘분국설’은 재일교포 출신의 조희승에 의해 계승, 발전되었다. 북한학계가 주장하는 ‘분국설’의 근거는 문헌을 포함하여 일본열도에 무수히 나타나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지명, 조선식 산성, 고분, 고고학 유물들이다. 북한학계는 가야계가 일본열도에 진출해서 세운 임나의 위치를 지금의 오카야마현에 있던 고대 ‘기비국(吉備國)’으로 보고 있다. 오카야마현은 『일본서기』의 배경인 지금의 기내(畿內:기나이)지역과 가까운데, 이 지역에는 가야는 물론 고구려, 백제, 신라와 관련된 지명 및 전설 등이 다수 존재한다. 또한 『일본서기』에 임나와 관련된 인물들의 명칭에 ‘기비(吉備)’가 다수 등장하는 것도 그런 근거의 하나다.

저자는 정치적 견해를 떠나 학문적으로 임나일본부설, 곧 ‘임나=가야설’은 성립될 수 없다며 ‘분국설’이 학문적으로 타당한 논리임은 일본인들 자신이 자신들의 뿌리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임나=가야설’의 허구를 논파하고 고대 일본이 한국인들이 건너가서 세운 것임을 명확하게 논증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재국 2022-11-24 11:25:12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대학지성에서 보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식민사학의 그림자가 소위 강단사학이라 불리는 대학의 강단에 드리워져 있으니까요. 학자의 양심과 지성의 빛이 대학에서부터 다시 밝아지길 소망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