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는 창조적 지혜가 담긴 타오르는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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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는 창조적 지혜가 담긴 타오르는 용광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0.23 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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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 신화: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 | 토머스 불핀치 지음 | 손길영 옮김 | 스타북스 | 504쪽

 

신화는 창조적 지혜가 담긴 용광로와 같다. 따라서 신화를 알면 세상의 사랑과 증오, 그리고 기쁨과 슬픔, 전쟁과 평화, 과거와 현재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또한 신화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상력과 호기심의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어 타오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신화란 인간의 역사문화와 관련이 있어서 사람들의 희망과 두려움, 용기와 열정, 그리고 호기심을 투사하여 공상적으로 창조해 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역사적인 색채를 띰으로써 도시나 가문에 있어 고귀한 유래가 될 수도 있고, 또한 서사시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는 종교의 예식이나 신앙에 권위를 부여하고, 그를 설명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또한 조형미술, 문학, 기타 그리스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언제나 차용되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우리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화는 이성과 신앙의 중간에서 고유한 생명을 가진다. 그리스인의, 또 그들 후대의 모든 고찰은 신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신화는 일상 속에 스며들어 누구에게나 친근한 것이 되었다. 시인은 제재를 신화에서 구했다. 프로메테우스, 오이디푸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등 전설의 주인공들이 벽화나 기둥, 항아리, 술잔 등 여러 기물 위에 그려졌다. 철학자조차도 추론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신화를 통해 도움을 구했다. 이와 같이, 신화의 일반화와 그 힘의 해방이야말로 그리스 문화가 인간의 정신세계에 가져온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기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화를 뒷받침해주는 현실성을 바탕으로, 아무리 많은 세대가 지나도 신화를 읽는 모든 독자들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신화 속 주인공들의 고뇌와 의지는 인간의 역사 그 자체에 투영된다. 신화에 나타난 신, 영웅들의 생활과 비극, 애환은 수천여 년 전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오늘의 생활 곳곳에 여전히 살아있다. 신화는 높은 삶의 질, 즉 폭넓고 풍부한 인생, 성숙한 인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다. 이것은 바로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이다. 그에 더하여, 신화에서는 모든 시대의 역사를 뛰어넘는 그 무렵의 삶, 풍속, 사회관계의 단면들을 볼 수 있고, 그것들로 말미암아 인류역사 전체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된다는 특별함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러한 신화의 본디 의의를, 읽는 이에게 감명 깊게 전해 준다.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를 그리스, 로마, 스칸디나비아, 또는 동양 등에서 전해지는 고대 고전문학의 세계로 이끌어, 이미 물질문명에 침범당하기 시작한 19세기 시민에게 정신문화의 중요성과 그 위기를 인식시키려고 애썼다. 이 책이 출간된 19세기는 미국의 산업혁명 전 기간에 걸쳐 있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가 출판된 1855년 세상은 ‘기술과 과학의 시대’였다. 그리고 이런 시대인 만큼 높은 정신성이나 풍부한 인간성을 고대 신화나 전설의 시대에서 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저자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과학의 발달에 따라 차츰 고갈되어 가는 인류의 시적 상상력을 다시 살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고, 그런 의도 아래에 시적 상상력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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