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은 사회적 경제를 혁신할 핵심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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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은 사회적 경제를 혁신할 핵심 키워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9.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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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의 재발견: 가타리의 정동이론과 사회적 경제 | 신승철 지음 | 모시는사람들 | 480쪽

 

최근 자본주의 체제가 플랫폼을 통해서 정동을 활성화하여 부수적인 이득을 얻으려 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정동자본주의, 플랫폼자본주의에서 정동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재발명함으로써 탈성장 사회로의 거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의 출구를 모색하는 책이다. 스피노자 이래 정동이론의 창안-심화의 과정을 폭넓고 속 깊게 살피고, 한국사회에서의 정동자본주의의 전개 양상을 망라하여 정동이론을 주체적으로 자리매김해 나가는 전반부는 정동 철학의 자리매김이다. 

후반부는 탈성장 시대를 주도하는 주체로서의 대안적인 공동체 기업과 그 활동으로서의 사회적 경제가 도전과 혁신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영감과 아이디어와 활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가타리의 욕망이론 등을 통해 정동의 개념과 외연을 날카롭게 함으로써 현실분석을 새롭게 발명한다. 이를 통해 시민, 주부, 협동조합원, 사회적 기업가, 청(소)년 등이 사회 혁신의 영역에서 사랑, 돌봄, 모심, 살림, 보살핌, 섬김 등으로 정동해방을 위한 강렬한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2020년 코로나 19사태와 팬데믹으로 인해 본격화한 ‘플랫폼자본주의’는 ‘정동(情動)자본주의’의 한 양상으로서, 급속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되었다. 여기서 정동(affect)은 일찍이 스피노자가 기쁨, 슬픔, 욕망과 같은 것을 지칭하는 말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특히 플랫폼에서 정동은 인기, 재미, 흥미, 운, 활력, 기쁨 등의 양상을 띠고 전개된다. 이는 한마디로 각각의 개체 이전에, ‘관계’ 속에서 흐르고 순환하고 유통되는 활력과 힘, 생명 에너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동이 자본주의에게 포획될 때 채굴자본주의, 추출자본주의, 정동자본주의, 플랫폼자본주의 등으로 불리게 된다.

정동자본주의의 개막은 강렬한 정동의 가치 즉 욕망가치의 현존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별 없는 보편적 기본소득 정당성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동시에 정동은 첨단기술사회에서 인공지능이나 기계류가 아닌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역량으로서 주목된다. 또한 정동은 커먼즈(Commons, 公有地/共有地)에 기반한 공유사회를 이룩할 인류의 오래된 미래의 지혜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정동은 인류의 사랑이 넘치는 미래를 약속하며, 지속가능성의 기준이 되는 삶의 필수요소인 셈이다.

그런데, 플랫폼자본주의 하에서는 플랫폼 자체가 정동을 유발하고 부추긴다.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의 일상화된 콘텐츠 플랫폼이나 여러 가지 배달 플랫폼 등의 등장은, 정동 논의를 혁신하고 재창안하라는 시대적 요구의 표현이다. 문제는, 실제로 플랫폼 내에서 웃고, 울고, 즐기고, 기뻐하고 인기를 누리며 정동을 발휘하다 보면 그 이득은 모두 플랫폼이 가져가 버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동자본주의-플랫폼자본주의 하에서 정동은 권력과 자본에게는 천연자원으로 다루어지고 만다.

한국사회에서의 정동논의를 보면, 현행 한국사회의 문제들, 다시 말해 열정노동, 갑질 문화의 제 양상, 감정노동자 문제, 가사노동, 돌봄의 사회화, 젠더불평등 등의 문제로 횡단하고 교차하면서 정동이 적용될 때는 광범위한 사회현실 일반에 대한 열쇠개념(딱 맞춤 해법)으로 정동을 제시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러한 후반부의 가속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초반부의 감속(더디게 읽힘)을 견뎌내야 한다. 초반부의 스피노자의 정동의 기하학에서 가타리의 정동의 지도제작의 방법론으로 향하는 정동의 철학사를 읽는 과정에서의 정동 개념은 깊고 심오하기 그지없어 다소 모호하다는 느낌이 든다. 동시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동의 미세한 힘과 섬세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동이 ‘지극함 개념’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책의 부제에서와 같이 ‘사회적 경제’에 정동을 적용하는 과정은 ‘탈성장을 맞이한 공동체의 혁신’이라는 과제에 대면하게 한다. 돌봄, 모심, 살림, 보살핌, 섬김 등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가 횡단성, 탄력성, 임기응변성, 지속가능성 등을 지향해 가야 한다는 ‘사회적 경제의 정동해방에 대한 단상’이 곳곳에 나타난다. 금방 눈에 띄는 부분은 정동해방은 탈성장과 동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전환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음새이자 이행의 구성요소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회적 기업가, 협동조합조합원, 마을공동체운동가 등에게 ‘탈성장 시대에 대안적인 공동체기업’에 대한 단서와 영감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의기소침, 결핍, 소외가 아닌 활력과 에너지로 가득한 정동해방, 활력해방 시대의 개막이라고 웅변하고 있다. 이 책에는 격변하는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와 가속화되는 탈성장 전환사회로의 이행을 맞이한 한국사회가 정동을 통해서 어떻게 사회적 경제에 색다른 판을 깔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곳곳에 제시되고 있다. 성장주의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자본은 더 이상 외부(식민지)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외부로부터 내부로 눈을 돌려 공동체에 대한 질적 착취 국면으로 이행했다. 코드의 잉여가치(공동체 착취), 권력의 잉여가치(갑질), 흐름의 잉여가치(시너지 착취) 등의 양상은 모두 정동과 관련되어 있다.

정동자본주의 하에서 정동이 인공지능, 네트워크, 빅데이터, 플랫폼 등에 의해서 다층적으로 포섭되는 상황에 직면하여, 협동조합모델의 근대성을 넘어서 정동해방과 탈성장 투트랙 전략을 통해서 더욱 활력 있게 전환사회를 맞이해 보자는 정동이론의 전략은 탈성장에 대한 비전을 입체화한다. 동시에 첨단기술사회에서 개인주의와 1인 가구의 전면화로 인한 정동의 소외 양상과 더불어 노동과 활동 사이, 감정노동과 정동노동 사이, 경제와 살림 사이, 권리주의와 자율주의 사이에서 분열된 정동의 딜레마 상황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며 정동자본주의 ‘너머’의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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