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지역정당 허용 위해 정당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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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지역정당 허용 위해 정당법 개정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9.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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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직접행동영등포당원들이 지난해 10월17일 지역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있다. 직접행동영등포당 제공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지역정당 창당이 가능하도록 정당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가 나왔다.

현행 「정당법」은 수도에 중앙당을 두고 5개 이상 시·도당을 두어야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정당의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에서는 정당 설립 규정을 이원화하여 지방선거 참여를 전제로 군소정당의 등록을 허용하거나 정당이 아닌 단체들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지역 수준에서의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정당정치와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정당의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슈와 논점’ 보고서 <지역 정당의 허용 필요성과 입법 과제>(작성자: 이정진 입법조사관)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회 등에서 논의되었던 지역정당 관련 쟁점을 검토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지역정당의 의미와 입법과제를 모색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방선거에서의 "지역 현안의 부재와 낮은 투표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정당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지방선거는 대통령·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혹은 중앙 정치 현안에 잠식된 선거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역 현안을 부각하는 지역정당이 선거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보고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중앙정치의 이슈가 선거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지방선거임에도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참여할 수 없는데 이는 지역정당의 설립을 법률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현행 「정당법」은 수도에 중앙당을 두고 5개 이상 시·도당을 두며, 시·도당에는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전국정당만을 인정함으로써 지역정당의 설립을 불가능하게 한다. 

지역정당의 부재는 지역주의 정당구도에서 호남이나 영남 지역 유권자의 정당 선택권이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거대 양당의 독점적 지역분점 체제로 인해 중앙정치 차원에서는 정당 간 경쟁이 가능하지만 지역에서는 사실상 1당 지배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투표가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의 경우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정당이 허용된다면 지역 현안을 부각시킴으로써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 지역정당 허용 논의

(1)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

지역정당 허용 방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었는데, 하나는 지방선거에만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정당을 허용하되 활동 범위를 지방으로 제한하지 않고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 모두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역정당의 허용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지역정당이 지역 현안에 대한 정치적 의사형성을 원활히 하고 지방 정치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지역 정당이 활성화될 경우 지역주의가 심화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2)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검토

헌법재판소는 2005년 지역정당을 배제하는 현행 「정당법」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정당법」 규정이 지역정당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은 “상당한 기간 또는 계속해서 상당한 지역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당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헌법적으로 정당화된 합리적 제한이라고 보았다. 또한 지역적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정치풍토가 우리 정치현실에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특정지역의 정치적 의사만을 반영하는 지역정당을 배제하려는 입법취지가 정당한 것이라고 보았다. 

헌재 결정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지역주의는 약화됐으며, 세대갈등이나 이념갈등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정당의 배제는 지방정치의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영호남 지역에서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역정당은 지역 단위에서 정당 간 경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방정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또한 지방분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당의 수도 소재지를 수도로 제한하는 것이 여전히 적절한지 의문이다.

(3) 학계 등의 의견

한국정치학회는 2016년 「정당법」 개정의견을 통해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여 지역 수준에서의 정당 설립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정당법 개정에 관한 청원」, 2000028). 학회는 특정 지방을 기반으로 활동 하는 지역정당을 통해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수 있도록 중앙당의 수도 소재 규정과 5 이상의 시·도 당을 갖도록 한 규정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대통령선거의 경우 전국 5개 이상 시·도당을 갖춘 정당에 한해 후보 공천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 정당의 활동 범위를 지방선거와 총선으로 제한했다. 제20대 국회의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도 지역정당을 허용하도록 제안하였다. 자문위는 정당의 설립, 조직 및 활동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기본 토대로 제한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5개 이상 시· 도당을 가져야 정당 설립이 허가되는 현행 「정당 법」의 개정을 제안하였다. 또한 전국 정당과 지역 정당의 구분 없이 모든 정당이 국회와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과천시민정치당 당원들이 지난해 12월19일 창당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과천시민정치당 제공

▶ 해외사례

미국의 경우 양당제 국가임에도 각 주별로 다양한 지역정당들이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영국은 모든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등록정당(registered political parties)과 지방선거 참여를 전제로 하는 군소정당(minor parties)을 구분하고 있다. 군소정당은 행정구역의 최소단위에서 실시되는 선거(council elections)에 참여할 수 있으며, 전국단위 정당에게 적용되는 재정구조나 선거운동 관리자의 등록과 관련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총선과 지방선거에 모두 출마하는 지역정당과 지방 선거에만 참여하는 지역정당이 공존하며, 군소정당으로 출발해서 등록정당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창당을 위한 법적 요건에 제한이 없고, 지구당만으로 정당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설립이 가능하다. 또한 정당과 구분되는 정치적 결사를 허용하고 있어서, 지방선거의 경우 정당 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 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 지역정당은 쓰레기 수거나 하수처리 등 생활정치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쟁점들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전국 정당과의 연계를 통해 활동하기도 한다. 

일본은 일정 조건을 갖추어 단체로 등록하면 정당이 아니더라도 선거 참여가 가능하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을 포함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정치단체가 공직선거에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 공직선거의 종류는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소속된 의원 수, 선거에서의 득표율 등에 따라 다르다. 중의원이나 참의원선거의 경우 5인 이상의 중의원의원 혹은 참의원의원이 소속된 단체, 혹은 최근 총선에서 2% 이상을 득표한 단체로 참여 기준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의 경우 이러한 제한이 없다. 

▶ 입법과제

헌법재판소는 지역주의 정치풍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역정당을 배제하는 입법취지가 정당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폐쇄적인 지역주의 정당구도에서 지역정당은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정당으로 인한 정당정치의 혼란이나 지역주의 심화가 우려된다면 우선 지방선거만이라도 지역정당을 허용하고, 단계적으로 모든 선거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검토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당의 소재지와 정당 규모를 제한하고 있는 「정당법」의 개정 등이 필요하다. 
첫째, 중앙당의 수도 소재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앙당을 수도에 두도록 한 「정당법」 제3조는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을 배제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이 국가적 목표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당의 중앙당을 수도에만 두도록 한정하는 것은 국가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다. 
둘째, 5개 이상 시·도당을 두고 시·도당에 1천인 이상의 당원을 두어야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는 현행 정당 성립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지방선거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당법」 개정을 통해 정당 성립 요건이 완화될 경우 관련 규정에 맞추어 「정치자금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시·도당 대신 지구당과 중앙당으로 정당을 구성하도록 하거나 독일 사례와 같이 지구당만으로 정당 성립이 가능하도록 할 경우 지구당에 후원회를 두되 회계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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