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위기, 식량 순수입국이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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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위기, 식량 순수입국이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임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7.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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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 주곡(쌀) 수급 안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농정 추진의 동력으로 삼아야
- 국내·외적으로 양극화된 구매력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 또한 요구되는 시점

 

작년 이후 코로나19의 영향과 이상기후의 확산 등으로 불안정하던 국제 식량 시장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영향으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상황이다.

FAO에서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기준연도(2014~2016년) 대비 57.4%나 올랐으며, 특히 유지류(식물성 기름)와 곡물 가격의 폭등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이에 6월 말 현재 27개 국가가 식량 수출제한조치를 부과 중이며, 이는 전 세계 식량의 17.2%(칼로리 기준)에 이른다.

전쟁 이전에도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물류망의 미회복 문제나 비정형적 이상기후의 빈발로 세계 식량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던 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매제가 된 상황이기에, 지금의 식량위기론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7월 1일(금), 「세계 식량위기론의 부상 배경과 대응 방향」을 다룬 『이슈와 논점』 보고서(작성자: 김규호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농수산팀 입법조사관)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식량 순수입국일 뿐만 아니라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이중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세계 식량 시장의 혼란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 강조하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대응 방향으로 △주곡 생산과 소비 기반의 안정적 유지 및 밀·콩 생산과 공공비축 확대, △취약계층의 농식품 접근성 상시 점검 및 확보, △기아 위험에 놓인 국가에 대한 식량 긴급 지원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농자재 지원 및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R&D 참여 고려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 내용 요약】

세계 식량 시장은 생산량에 비하여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얇은 시장(thin market)’의 성격을 띤다. 그 속성상 기본적으로 생산량 중 자국 소비를 가늠하고 남는 일부가 세계 시장에서 유통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식량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이므로, 공급량 감소 등 유사시 시장은 적잖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할 수밖에 없는 수입국이 가능한 한 빨리 수입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기울이는 노력과 상대적으로 느긋한 수출국이 내수 안정을 전제로 국제가격의 상승 추이에 맞춰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타이밍을 재는 전략이 함께 시장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상황이 실제 이상으로 나빠질 때도 있다. 밀과 옥수수 등 주요 식량 품목 대부분이 상위 5~6개 수출국이 세계 전체 교역량의 70~8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寡占)시장 이라는 사실은 문제를 더욱 위협적으로 만든다. 

최근 국제기구와 국내외 주요 언론 등이 이른바 세계적 식량 위기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채 종식되기 전에 벌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영향뿐만 아니라, 환경적·경제적 요인 등의 영향도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 세계 식량시장 동향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24개 주요 농산물 품목의 국제가격 동향을 조사하여 공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의 최근(2022.6.3.) 발표치는 2022년 5월 기준 157.4포인트로 나타난다. 이는 기준연도인 2014~2016년 평균(=100)보다 가격이 57.4%나 올랐다는 뜻으로, 올해 들어 특히 유지류와 곡물 가격의 폭등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 선물가격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시카고 상품 거래소의 5월 평균 밀 선물 가격은 420달러/톤으로 전년 동월(261달러) 대비 60.9%나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톤당 옥수수(275달러 → 311달러, 13.1 % 상승)와 대두 (578달러 → 616달러, 6.6% 상승) 가격도 뛰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안정적이던 2020년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더욱 극명해진다([그림] 참조). 즉 2020년 평균(밀 202달러, 옥수수 143달러, 콩 350달러) 대비 2022년 5월 기준 밀의 톤당 선물 가격은 두 배 이상(107.9%) 높고, 옥수수와 콩도 각각 117.5%, 76.0%나 급등한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농무부(USDA)는 「세계 곡물 수급 전망(World Agricultural Supply and Demand Estimates)」을 통해 ’21/’22년 세계 곡물 생산량이 27억 8,852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이는 6월 자료에서도 크게 변함 없이 오히려 다소 늘어난 것(27억 9,447만 톤)으로 나타난다. 그사이 감소한 추정치는 ‘교역량’으로, 1월에는 5억 748만 톤이었으나 6월에는 그보다 1.8% 줄어든 4억 9,823만 톤으로 제시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흑해 연안 주요 수출 항만이 봉쇄·파괴되면서 국제 곡물 공급망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국가는 세계 밀 수출량의 30%와 옥수수 수출량의 15%, 해바라기씨유 수출의 62% 이상을 차지하는 농산물 수출 강국이다. 현재는 이처럼 재고가 있어도 국제 교역이 원활치 못한 사실이 글로벌 가치사슬과 대체 품목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이에 대응한 각국의 수출제한 조치 등이 식량 가격 급등의 주원인이라면, 올 하반기 이후로는 전쟁으로 인한 재배면적 감소와 파종·시비(施肥) 등 영농 활동의 차질에 기인하는 국제 시장 공급 부족 및 식량 가격 상승의 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 식량위기론의 대두

사실 전쟁 이전에도 세계 식량 가격은 이미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주요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재확산 등으로 물류망이 미처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고, 기후 위기에 따른 비정형적 이상기후의 빈발로 생산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30% 내외의 세계 곡물재고율도 FAO 권장 비율(17~18%)을 상회하였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그중 상당량이 중국이 사료용 등으로 수입·비축한 양이었던 관계로 불확실한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완충재고(buffer stock)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이처럼 애초 불안정하던 식량 시장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각국이 급속히 보호무역주의적 태세로 기울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다. 김나율(2022)에 따르면 올해 5월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57건의 식량 및 비료 수출통제 조치가 취해졌으며, 이 중 45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의 일로 확인된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International Food Policy Research Institute)는 6월 말 현재 27개 국가가 수출금지, 수출승인, 수출세 등의 식량 수출제한조치를 부과 중인 것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식량의 17.2%(칼로리 기준)를 차지하는 양이다. 아직 추세 반전의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이미 2020년 코로나19로 25개국이 세계 식량의 9.8% (칼로리 기준)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던 때를 넘어 2008년 애그플레이션 시기(33개국, 18.7%)의 수출제한 통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6월 7일, FAO와 WFP(세계식량계획)는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이상기후와 코로나19의 여전한 영향, 경제적 충격, 전쟁의 파급효과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식량과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국경 폐쇄가 초래됨에 따라 기아가 수십여 개국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음을 밝히고, 광범위한 식량 위기가 임박 했음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폐막한 WTO 각료회의에서도 농산물의 불필요한 수출제한·금지 조치를 자제하고자 ‘식량안보 각료선언(Emergency Response to Food Insecurity)’이 채택되었다. 다만 현재 터키와 유엔 등이 참여 중인 곡물 운송 협상이나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충격에 따른 수요 조정이 식량 가격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지만, 그 시기와 정도, 지속 기간은 단언하기 어렵다. 


▶ 대응 방향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사료 포함)은 20.2%로, 외부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보인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몇 가지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주곡의 생산 및 소비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곡물, 특히 밀과 콩의 생산을 늘려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분질미’ 공급과 쌀 가공산업 활성화로 밀가루 수요 일부를 대체하려는 계획(2022.6.8. 발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농가와 참여 기업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부여 등 농정당국의 꾸준하고 주도면밀한 노력이 관건이 될 것이다. 

둘째, 취약계층의 농식품 접근성을 상시 점검하고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 가구일수록 엥겔지수가 높게 나타난다. 실제 우리나라의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가처분소득의 42.2%를 식료품·외식비에 지출하고 있다. 또한 제한된 예산 내에서 운용되는 학교급식, 공공급식 등이 영양학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행정 및 복지전달체계 등을 통한 모니터링과 현물보조 등도 정책대안으로 미리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셋째, 기아 위험에 놓인 국가에 대한 식량 긴급 지원 및 장기적 관점에서의 농자재 지원,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R&D 참여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식량가격이 1% 포인트 인상될수록 전 세계 1천만 명의 인구가 극심한 빈곤에 처하게 된다. 우리가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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