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운동의 역사, 세계사의 새로운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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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운동의 역사, 세계사의 새로운 길을 열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6.1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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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의 시대: 다시 쓰는 환경 운동의 세계사 | 요아힘 라트카우 지음 | 김희상 옮김 | 열린책들 | 1,040쪽

 

산성비,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탄소 배출, 원자력 발전소 찬반 등 지난 수십 년 동안 환경 문제는 전 세계의 주요 화두였다. 환경 운동은 저마다 다른 목적과 관점을 지녔으며, 환경 단체, 주민, 정치, 국제 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어져 왔다. 그만큼 환경 운동에서는 논쟁과 투쟁이 격렬하며, 소통과 협력도 중요하다. 그동안 환경 운동은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왔을까?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세계 환경 운동의 거대한 흐름을 조명한다. 환경 역사의 기초를 닦은, 세계적인 환경 역사학자인 저자 요아힘 라트카우는 환경 운동의 뿌리를 찾기 위해 18세기 낭만주의와 자연 숭배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편, 환경주의 논의가 본격화한 1970년 이후 〈생태 시대〉의 다채로운 면면을 드러내 보여 준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출간, 그린피스의 미디어 전략, 체르노빌 원전 사고, 1992년 리우 환경 회담에서 내건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구호의 딜레마, 국가 사이의 탄소 배출권 거래 등 극적인 긴장감을 띤 다양한 사건이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환경 운동의 뿌리부터 환경 문제가 국경을 넘어 글로벌한 주제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긴장 관계를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 낸다.

저자에 따르면, 18세기 후반 낭만주의 시대에 자연에 열광하는 동시에 유럽 전역이 나무 부족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면서 자연과 환경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 끝나고 탈긴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환경 의식은 국제적인 소통과 협력을 추동했다. 1960년대 후반 우주에서 찍은 〈푸른 별〉 지구 사진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자는 열망을 끌어올렸으며, 1970년에는 〈지구의 날〉이 제정되었다. 베트남 전쟁 중의 생태계 파괴, 〈인구 폭탄〉으로 인한 불안 등 1970년을 전후로 환경이라는 주제가 국제 사회의 문제로 떠올랐다. 공해, 핵에너지, 산성비 등 새로운 주제가 등장했으며 시민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 시기에 비로소 오늘날과 같은, 〈보호〉 맥락에서의 〈환경〉 개념이 형성되었다. 저자는 1970년 전후를 〈생태 혁명〉이라고 보고, 이후 환경 운동의 역사를 〈생태의 시대〉라 이른다. 환경 운동은 세계사의 흐름과 맞물려 우리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저자는 환경 운동이, 다른 사회 운동과 달리, 자연 사랑, 자원 부족, 건강 염려, 생존과 생계 등 각각의 동기가 늘 새롭게 엮이며 큰 흐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지적한다. 환경과 자연이 무엇인지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에 환경 운동에는 갈등 상황도 다양하다.

이 책은 댐과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쟁, 환경 단체들의 기부금 경쟁과 미디어 전략, 여성 영웅들의 역할, 선진국과 제3세계의 대립, 정치·관료적 측면, 폭력적 투쟁 문제, 국제적 합의 등 〈생태 시대〉 환경 운동의 다양한 면모를 구체적인 사건들과 함께 드러내 보여 준다.

저자는 환경 운동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계몽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환경 운동이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환경 운동의 내막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환경 문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논쟁을 만들어 내고, 해결을 위해 학문과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광범위하게 소통한다. 이 책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는 물론, 세계 환경 운동을 주도한 미국, 아프리카 야생과 남미 열대우림 원주민들의 목소리, 동아시아의 환경 운동가 등 환경 운동에 얽혀 있는 다양한 사람과 집단 간의 관계를 꼼꼼하게 다루었다. 동시에 생태 시대에 등장하는 각종 국제회의의 배경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저자는 환경 운동이 국제적인 논의 주제인 동시에 지역적인 특성을 띠고 있음을 보이며, 환경 문제에 관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 나가야 하는지 폭넓은 차원에서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환경 운동이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야만 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환경 운동의 힘은 요란한 정상 회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풀뿌리 운동이 키워 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각 문화의 특수성을 살리고 지역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야말로 글로벌한 환경 운동의 핵심 동력이다. 저자는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로컬하게 행동하라!〉라는 생태 시대의 구호는 이런 방식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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