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악한 역사를 고발하다
상태바
미국의 추악한 역사를 고발하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2.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소개]

■ 하워드 진: 미국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저항한 불복종자 | 아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156쪽

 

시민불복종으로 저항한 ‘미국의 양심’ 하워드 진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그의 생각을 되짚어보는 책이다. 하워드 진은 평생에 걸쳐 미국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미국 정부의 권력 행사에 불복종으로 맞서온 역사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이며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시민불복종을 직접 행하거나 이론적인 틀을 만든 이는 소로, 간디, 프롬 등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진은 시민불복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잊히도록 강요당했던 불복종의 역사를 복원하며 평생에 걸쳐 저작과 행동으로 그 가치를 끊임없이 전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시민불복종이 단순한 범법 행위가 아니라 정의와 양심에 따른 시민들의 직접 행동이자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었음을 역설한 진은 시민의 직접 행동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잘못된 정부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과 시민불복종 운동의 필요성, 변화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평등한 시민들이 자유를 누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전쟁으로 아이들이 죽지 않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었으며, 힘으로 약자를 위협하는 행위와 미국 중심주의와 자본주의, 소련식 공산주의와 파시즘, 전쟁에 분노했다. 그리고 그 분노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고자 했다.

진은 2010년 1월 17일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부당한 권력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했고 싸웠다. 그는 시민불복종의 힘과 가치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했으며, 언제든 퇴보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시민의 힘으로 전진시켜온 역사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글뿐만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시민불복종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었다.

1960년대의 민권운동을 통해 진은 ‘저항’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기 시작했다. 민주주의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정부에 저항하고 법에 맞서 싸워야만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못된 정부 정책을 돌려세우는 일에도 저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진은 소수의 권력자들이 다수의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전쟁을 저지하는 반전운동에도 뛰어들었다.

발발 초기부터 의구심을 가졌던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때부터 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컫는 ‘좋은 전쟁’, ‘선한 전쟁’, ‘정당한 전쟁’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비롯한 어떤 명분을 내걸어도 전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와 ‘평화’ 등을 내걸고 전쟁을 벌였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만들고, 난민을 양산시켰으며, 다른 국가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진은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의 바탕에는 바로 ‘정당한 전쟁’이란 명분을 내건 제2차 세계대전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은 흑인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 참여하며, 시민불복종에 대한 논의를 확대시키며 그것의 정당함을 설파했다. 특히 미국의 추악한 역사를 고발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진의 대표작 『미국 민중사』였다. 시민불복종의 역사를, 강자에 의해 약자가 억압당한 역사를, 그에 맞서 약자가 끊임없이 저항해온 역사를, 미국사의 추악한 면을, 권력자가 아닌 피권력자의 시선으로 기술한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사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났고, 미국 역대 정부의 허위와 기만과 위선이 드러났다. 그동안의 역사는 승리자의 역사였고, 패배자의 역사는 기록되지 않은 채 잊혔다. 진은 그 은폐된 역사를 끄집어냈다. 역사가 객관적이라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진은 “역사를 읽는 사람은 먼저 편견에 치우치지 않은 역사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며 역사는 2가지 의미에서 편파적이라고 말했다. 첫째 “기록된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는 점에서 편파적”이며, 둘째 “무엇을 포함시키고 무엇을 빠뜨릴 것인가,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경시할 것인가 하는 선택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진은 즐겨 인용한 조지 오웰의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는 말로, 현재의 승자가 어떤 역사를 ‘선택’하는지, 그 선택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통찰했다. “나에게는 절망할 권리가 없다. 나는 희망을 고집한다”면서 그는 깨어 있는 시민과 그 시민들 간의 연대, 시민불복종과 직접 행동으로 이루어나가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꿈을 꾸었다. 비록 절망적이고 좋지 않은 시대라 할지라도 그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며, 행동하고 저항하면서 현재를 사는 삶 자체가 이미 훌륭한 승리라고 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